조사가 준 자유로움. 단어의 위치에 따라 품사 결정하기.
오랜만에 우리말과 영어의 차이에 대해서 씁니다. 다른 글은 생각을 정리하고 문장을 재배치하고 넣었다가 뺏다가 하느라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매거진은 힘을 뺀 채로 ‘설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은 우리말 ‘조사’가 어떻게 우리 생각/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볼게요. 은/는/이/가 및 을/를 등 조사 혹은 서술격 조사로 인해서 우리는 각 단어를 사용하여 문장의 어느 위치와 상관없이 의사 표현을 쉽게 전달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보죠.
나 (주어 생략 가능) 어제 친구들이랑 축구했어.
친구들이랑 어제 축구했어.
어제 친구들이랑 축구했어.
서술격 조사 (하다)가 문장 끝에만 위치하기만 한다면 조사 덕분에 각 단어가 문장 안에서 위치가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심지어 서술격 조사가 없어도 구어체 문장은 의미가 전달되죠.
내가 친구들이랑 어제 축구를 했는데...
이렇게 보면 우리말은 문장 안에서 단어의 위치가 참 자유롭습니다. 그런데 영어는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는 단어의 위치가 문장 안에서 뒤섞이면 아예 다른 문장이 되어 버려요. 적어도 주어+서술어+보어/목적어 형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The soccer I played yesterday with my friends. (x)
played I the soccer yesterday my friends with. (x)
I with my friends the soccer I played yesterday. (x)
Yesterday, I played the soccer with my friends. (o)
I played the soccer with my friends yesterday. (o)
즉, 우리말과 달리 영어는 문장 안에서 단어의 위치가 품사를 결정해버립니다. 아마도 이런 차이 때문에 영어를 배우기가 어렵나 봅니다. 우리말로 사고를 할 때는 조사 덕분에 단어의 위치에 상관없이 생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면 되는데 영어는 문장 구성에 있어 제약이 따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