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치도치상 Mar 01. 2023

글쓰기 수업 (1)

다음 문장을 읽을 만큼 앞 선 문장은 매력적인가

“그 이야기에서 마음에 드는 게 뭡니까?”
“음, 한 줄을 읽습니다. 그러면 그게 마음에 들어요… 다음 줄을 읽어볼 만큼.”

손더스. p. 23

  문장은 다음 문장을 읽어볼 만큼 매력적이었을까. 기가 막힌 질문이었다.  질문 하나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충분했다!


도치상은 결심했다. 작가가 되겠다고. 안타깝게도 도치상은 글쓰기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단지 설교학(Homiletics) 들었고, 에세이(리포트) 오랜 시간  적은 있다. 설교학이야 대중 강론(preaching)을 목적으로 하고 에세이는 설득적 글쓰기를 목적으로 한다. 분명 글쓰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 둘은 독자를 사로잡는 매혹적인 글은 아니다. 그래서 도치상은 글쓰기 강사님들의 브런치를 기웃거렸다.


글쓰기 강사님들은 대략적으로 이런 가르침을 주셨다.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독자의 태도로 글을 쓰라고.


도치상은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강사님들이 하는 강의를 들어야 도치상의 질문이 해소가  터다. 강의를 들으려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기에 도치상은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은 없는지 서점을 뒤적였다.


도치상은 도치상에게 걸맞은 책을 발견했다. 무려 제목이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영어 제목은 A Swim in a Pond in the Rain).  오는  호수에서 수영하기인데 의역도 아주 기똥차다!

젊은 작가가 19세기 러시아 단편 소설을 읽는 것은 젊은 작곡가가 바흐를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다.
손더스. p. 13

바흐. 최근이야 여러 방식대로 여러 방법으로 작곡가가 된다. 비틀스도, 싸이도, 용감한 형제도 작곡을 공부한 적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훌륭한 곡을 써내지만 어쨌든 바흐는 바흐다. 작곡가와 연주가들에게는 음악의 틀을 제시하는 기본  기본이니까.


도치상은 19세기 러시아 단편문학이 그렇게 중요한  몰랐으나 손더스의 바흐 비유로 깨닫게 되었다. 글을 쓰려면 19세기 러시아 단편 문학을 읽고 비평할  알아야 하는구나.

“어떤 남자가 17층 건물 옥상에 서 있었다.”
벌써 그가 뛰어내리거나 떨어지거나 누군가 그를 밀 거라는 예상이 생기지 않는가?… 그렇다고 너무 깔끔하게 다루면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이야기는 간단하게 일련의 이러한 예상/해소의 순간들로 이해할 수 있다.

손더스, p. 24

이렇게 글쓰기를 명쾌하게 설명하다니. 도치상은 예전에 쓴 글들을 뒤적거렸다.

도치상은 눈치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눈치를 자각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도치상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영 없었다. 젊은 시절을 뉴욕에서 보낸 도치상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뉴욕/영어)이 눈치 없음을 형성하는 데에 대단한 영향을 미친 줄로만 알았다. 영어에도 눈치라는 단어는 존재하질 않으니.

도치도치상. “눈치 없음, 착각 있음” 중에서

첫 번째 문장부터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했다. “눈치가 없다.”는 표현은 그랬구나라고 생각하지 다음 문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관심을 두기 어렵다.

도치상은 자신에게 눈치가 있었는데 없어졌다는 신념이 있었다. 군대를 제대할 때까지 한국 사회에 살았으니 눈치가 없었을 리도 만무했다. 단지 영어를   동안 사용하는 바람에  뉴욕이라는 환경도 눈치가 없어진 데에  영향을   믿고 있었다. 영어에는 눈치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았고, 뉴욕 역시 남의 눈치에 신경  쓰는 문화였기에 도치상의 신념은  그럴듯했다.

훨씬 낫군.


도치상은 이제부터 손더스로부터 가르침을 받기로 했다. 단돈 23,400원으로!



참고 문헌

조지 손더스.(2023).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정영목 역. 어크로스.

작가의 이전글 사랑놀이, 그 육체적 행위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