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교육 철학
“콩콩이, 힘들면 뒤집기를 하세요. 뒤집기 할 수 있잖아요.”
아빠는 찡찡거리는 VIP에게 말했어요. 최근 엄마의 다이어트 맹훈련으로 VIP는 엎드려 자세를 자주 해요. VIP는 엎드린 채로 팔과 다리를 들어 올려 파닥거려요. 일명 “새됐어 자세“에요. 할머니가 명명해 주었어요. (여기서 싸이가 생각난다면 “당신은 아름다운 비너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탓인지 VIP는 꽤 오랜 시간을 새됐어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요.
해보면 알겠지만 새됐어 자세는 매우 힘들어요. 몇 번씩을 파닥거리다가 VIP는 찡찡거리기 시작해요. 새 훈련 그만 시키고 안아달라는 뜻이에요. 그러나 아빠의 교육 철학에 따라서 VIP는 스스로 뒤집기를 할 것을 요구받아요.
아빠의 교육 철학은 삶의 궤적과 일치하는 편이에요. 아빠는 중학교 때부터 부모님 댁에서 탈출하는 것을 꿈꿔왔대요. 너구리 할머니 (아빠의 엄마)의 철권통치 탓이었어요. 아빠는 어렸을 때 티브이를 마음껏 보지 못했대요. 티브이를 보는 시각은 오후 5:40에서 6:45로 정해져 있었는데 어린이 프로만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아빠는 옛날 연예인들, 드라마 스타, 가수들을 잘 모른대요.
아빠는 어렸을 때 만화도 볼 수 없었대요. 오직 교육만화, 과학만화만 허용되었대요. 한 번은 아빠의 삼촌이 아빠가 이뻐서 만화책을 사 준 적이 있었는데요. 너구리 할머니는 아빠가 만화책을 집에 들고 들어오자 삼촌을 비롯한 가족이 보는 앞에서 만화책을 찢어버렸대요. 이런 쓸데없는 만화는 교육에 도움이 안 된다 했대요.
너구리 할머니의 미디어 탄압으로 아빠는 늘 너구리 제국으로부터 탈출을 꿈꿔왔대요. 결국 아빠는 고등학교를 기숙사로 갔대요. 독립의 맛을 본 이후로 여태까지 자유와 해방의 삶을 살아왔대요.
아빠의 독립에 대한 열망은 미국 생활을 통해서 굳게 다져졌어요. 아빠는 십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미국에서 생활했대요. 미국의 교육 철학은 한국과 다르다고 했어요. 한국의 교육철학은 눈치를 잘 알아차리는, 너무 튀지 않은 채로 중간을 갈 수 있는, 조직에 순종적인 사람을 양성해 내는 게 목표래요. 반면 미국은 make being dependent independent, 의존적인 아이를 독립적인 사람으로 양성해 내는 게 목표라고 해요.
아빠는 미국의 교육 철학에 큰 감명을 받았대요. 아빠는 자녀가 생기면 미국 교육 철학의 방침대로 키우기로 마음먹었대요. 아빠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예요. 한국에 살려면 고등교육을 받아야 할 텐데 몇 세까지 과연 가능할까요?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그럼으로써 훗날 윗사람의 의도를 눈치로 잘 파악하는, 한국 교육 철학의 정수인 수능도 VIP는 약 십칠 년 후에 봐야 할 거예요.
“콩콩이, 이제는 혼자도 잘 놀 줄 알아야 해요.”
아빠는 VIP에게 혼자서 잘 놀 수 있는 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엄마가 박장대소를 했어요. 엄마는 아빠를 바라보고 말했어요.
“만 오 개월 아기에게 독립성을 강조하는 아빠군요.”
VIP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자유도 좋고 독립도 좋고 해방도 좋아요. 그런데 VIP는 삶을 영위한 지 고작 오 개월 되었을 뿐이에요. 너무 빠르지 않나요? VIP는 아직 엄마 아빠랑 노는 게 더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