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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치도치상 May 16. 2019

영어와 우리말의 차이 9

마음 Mind or Heart?

앞의 게시글에서도 몇 차례 언급했지만, 영어는 우리말보다 텍스트를 컨텍스트보다 중요시합니다. 저도 경험을 통해서만 알고 있다가 실제로 정립된 이론이 있더라고요. 우리 문화는 high context culture 이고 영어권 문화는 low contextual culture 라고요. 풀어말하면 우리 문화는 의사소통을 할 때 주어진 컨텍스트를 가지고 의미를 파악하는 반면, 영어는 컨텍스트보다는 텍스트를 가지고 의미를 파악합니다.


우리말 단어를 가지고 차이를 알아보도록 하죠. ‘마음’이라는 단어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6가지 정의가 있더라고요. 깜짝 놀라셨나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한 단어 안에 6가지 컨셉(concept)이 있는 것이지요. 우리말이 얼마나 컨텍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 단어만 봐도 알겠죠?


반면, 영어는 정확하지 않으면 의미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영어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마음에 대한 6가지 서로 다른 컨셉을 영어로 표현해보도록 하죠. (고려대 한국어 대사전에서 발췌했습니다)


1. 감정이나 생각, 기억 따위가 깃들이거나 생겨나는 곳.
이 정의는 어렵습니다. 일단 영어로 생각과 기억이 생기고 자리 잡는 곳은 보통 mind 감정이 생기거나 자리 잡는 위치는 heart or body 로 다릅니다.


예) 오늘은 마음에 있는 생각들을 한번 털어놔 보자.

Why don’t we share our thoughts in our mind today? (오늘 우리 머릿속의 우리 생각을 함께 공유해보자.) 우리말 식이라면 이런 식으로 번역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말의 특성상 꼭 나와 너를 지칭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죠. 상대방에게 의사를 물어볼 때도 ‘우리... 하는 것이 어때?’라고 하니까요. 그래서 영어식의 ‘우리’는 복수형 you 를 가리킬 때가 많아요.


한글 문장의 ‘생각’이 가리키는 것은 오래 담아두었던 무엇을 가리키는 확률이 더 크죠. ‘털어놓아보자’라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thought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생각입니다. 있다가 사라지는 것을 thought이라고 해요. 즉, 이 문장에서 ‘생각’은 thought이 아닐 확률이 더 높습니다.


‘마음(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것을 꺼내놓다’라는 Idiom이 있어요. get (something) off (one’s) chest 라고 합니다. 이것이 아마도 예문에 가장 적절한 번역인 듯합니다.  

-> Why don’t you get off your chest today? 

(오늘 가슴속에 있는 것을 털어놔 보면 어때?)


예) 그런 일은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다.

Don’t keep it in your mind, but forget it. 문장을 직역을 하면 이런 문장이 되겠습니다. (잊지 말고) '머릿속에 담아두어라.’라는 형태는 Keep it in your mind 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 러! 나! 그렇게 표현하면 한글이 가진 뉘앙스가 사라지는 듯 보여요.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라는 것은 "사실/사건/판단을 기억하지 말라"라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일어난 일을 담아두지 말라"라는 의미에 가깝잖아요. 즉, 이성적인 어떤 머릿속 (reason & mind)의 영역이라기보다는 heart or body의 영역입니다.

 

-> Forget it. Don’t take it personally. (잊어버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예) 김 선생은 밝은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그의 마음에는 아직도 어떤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He shows up himself with a big smile, and yet it seems that his smile is overshadowed by something.

밝은 모습이라고 했지만 직역하면 이상하게 들려요. 오히려 영어로는 정확하게 밝은 표정 혹은 웃음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마음에는 어떤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이 문장은 시적인 표현입니다. 실제로 마음을 어떻게 보고 그늘이 있는지 어떻게 보이시나요? 그렇지 않죠. 따라서 영어식으로는 쉽게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 He shows up himself with a big smile, but I can see sadness in his smile.

(그는 함박웃음을 가지고 나타났다. 그러나 나는 그의 웃음 속에서 슬픔을 볼 수 있었다.)


2. 무엇을 하고자 하는 뜻. wish, will, intention, willingness, hope


예) 내 동생은 놀기만 좋아하고 공부에는 마음이 없다.

번역 1) My brother is always hanging out with his friends. He does not have any intention to do his homework.

번역 2) My brother has no interest in schoolwork but only playing soccer/basketball/online games or etc.

여러 가지 방법으로 번역을 할 수 있어요. 그러나 마음/뜻이 없다는 표현을 쓰려면 첫 번째 혹은 두 번째가 좋을 것 같아요. intention or interest. 

 
예) 은지는 이번 일을 성사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매우 강했다.
She has a strong willingness to make things happen.

 

예) 네 입장이 어떻든 난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다.

Whatever your plans are, I do not have any willingness to work with you.

(네가 어떤 계획이 있든지 나는 너와 일할 마음이 없어.)

무엇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 입장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해서 만들었습니다.


3.  마음을 쓰는 태도.

이 정의는 애매모호한 것처럼 보입니다. 마음에 대한 정의니까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알려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정의가 '마음을 쓰는 태도'라면 동어의 반복이 설명을 하기 위해 사용되었네요.


예) 마음을 곱게 써야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Maintaining interpersonal relationship requires manners and etiquette.

"마음을 곱게 쓴다"라는 표현 자체가 애매모호해요. 마음을 곱게 쓰더라도 매너나 에티켓이 없으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즉,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마음이 어떻다 하더라도 드러나는 행동(behavior)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일어나는 나쁜 감정을 억압하는 것은 다른 문제고요.

아니면 '마음을 곱게 쓴다'는 표현 안에 행동(behavior)까지 다 포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저도 모르겠습니다.

 

4.  사람의 내면으로부터 일어나는 감정이나 심리. feeling, emotion, psychology, mentality


예) 마음이 뒤숭숭하여 잠이 오지 않는다.

I cannot sleep due to feeling disturbed/anxious.

마음이 뒤숭숭하다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 혹은 감정인지 모호합니다. 무엇으로부터 방해를 받는다는 것인지 (disturbed) 아니면 불안(anxious)하다는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잘못 때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잘못 때문이라면 다음과 같이 씁니다.

I cannot initiate sleep because I think I did something wrong.

(내가 어떤 것을 잘못한 것 같아서 잠을 잘 수가 없어.)


예) 나는 아침부터 마음이 무척 심란해서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I did not do anything because I feel disturbed and confused from the morning.

 

5.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본디의 속생각. intention


예) 마음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속이 상해 그에게 심한 말을 해 버렸다.

I was really upset. I did not mean it, but as a result I pissed him off.  


예) 마음 같아서는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나는 잘 다녀오라는 인사밖에 할 수 없었다.

I wish I could go with him/her, but I said only safe travel.

위의 두 가지 예는 intention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의역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었네요. 이 두 문장에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우리말은 명사 중심이고, 영어는 서술어 혹은 동사 중심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6.  이성에 대해 느끼는 사랑하는 감정. feeling, heart


예) 나는 첫눈에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She takes my heart in the very first time I saw her.  


예) 해순이는 여전히 그 남자에게 마음이 가 있는지 남자들과 만남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She seems to  still have a feeling toward him. She does not want to date with other men.  


그럼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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