짮지만 강렬했던 빙하 투어10분
코니 시아버님이 사시는 하리하리를 뒤로 하고 쉐인이 남쪽으로 신나게 차를 몬다. 크라이스트처치를 떠난 후 대엿새 동안 운전은 쉐인이 도맡고 있는데, 피곤하다며 쉬었다 가자는 말은 정작 내 입에서 나온다. 운전을 나누어 하자고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나보다 자신이 계속하는 것이 좋겠다며 만류했다. 고마웠지만 잠시도 쉬지 못하는 그에게 내내 미안했다.
가까이는 온대 우림(雨林)이 싱그러운 여름을 한껏 발산하고 있는데 저 멀리 높은 산에서는 겨울이 손짓한다. 코니가 보내 준 사진집을 보며 그리워했던 풍경이 지금 눈앞에 있다.
오늘 호텔은 프랜즈 조셉에 있다. 호텔하면 높은 빌딩만 보다가 단층건물을 호텔이라고 했을 때, 꽤 낯설었다. 이게 호텔 맞나? 하면서. 오늘 묵을 호텔은 2층짜리 건물이다. 배정받은 방이 있는 2층 복도에서도 빙하가 보인다. 뉴질랜드 최고봉 3,724m 마운트쿡이 저 너머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등정한 뉴질랜드 산악영웅 에드먼드 힐러리가 실제 등반 전에 쿡산에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빙하 헬기 투어는 '여기까지 왔는데 이건 해봐야지!' 하는 생각에서 나온 허영심의 발로였다. 비용에 연연치 말고 하고 싶은 건 해보라는 아내의 응원도 있었다. 당초 생각이 없었던 코니와 쉐인도 내가 헬기투어를 한다니 고맙게도 같이 나서 주었다. 여러 헬기 빙하투어 샵 중 괜찮은 곳을 코니가 미리 예약해 놓았었다.
헬기 투어는 1시간 정도 걸린다. 탑승 준비 20분, 헬기로 왕복에 20분, 빙하 위에서 10여분이다. 산마루 빙하 위에서 잠깐 거닐기 위해 30만원이 든다니 조금은 아깝기도 했다. 빙하에서 10분은 너무 짧아 비용을 좀 더 내더라도 긴 코스 헬기 투어를 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마운트쿡을 크게 한 바퀴도는 헬기 투어는 오후에나 가능하단다. 게다가 날씨 변화가 심해 오후에는 모든 헬기 투어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에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헬기를 타고 가며 연신 두리번거리는 나를 위해 코니가 잠깐잠깐 고개를 젖히며 내 시야를 열어준다.
10분 만에 헬리콥터는 우리를 다른 시공간에 내려놓았다. 영화 스트워즈에서 워프처럼. 산마루 겨울로 순간이동 했다. 동심이 살아있는 코니는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눈을 뭉쳐서 나와 쉐인에게 던졌다.
빙하 위에서 10분은 짧았다. 그래서 더 짜릿했다. 여행객들은 모두 이 강렬한 순간을 더 붙잡고 싶지만 헬기 부기장은 이제 그만 가야 한다며 탑승을 재촉한다. 아쉬움을 남긴 채 헬기에 올랐다.
헬기는 10분만에 다시 여름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빙하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