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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RONY Jun 07. 2023

전생했더니 21세기 팝 가수였던 건에 대하여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감상 후기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은 영국 국왕 헨리 8세의 여섯 아내들이 현대에서 6인조 그룹을 결성하여 콘서트를 연다는 형식의 뮤지컬이다. 2023년 <식스 더 뮤지컬>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약 3주간의 내한 공연을 마치고 국내 라이센스 초연으로 3월 31일부터 6월 25일까지 상연할 예정이다. 본인은 2023년 4월 11일 밤 공연을 관람했다.


※ 본 후기는 극의 줄거리와 주요 장면에 대한 가감 없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또한 본 후기는 작가 본인의 개인적 감상이며, 다른 관객들의 모든 주관적 감상을 존중합니다.

뮤지컬 <식스 더 뮤지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

EX-Wives가 아닌, 우린 이제 SIX!


헨리 8세는 국력 강화와 종교 개혁 등 다양한 업적을 일궈낸 영국사의 상징적인 왕이지만, 동시에 살아생전 여섯 명의 왕비를 갈아치운 희대의 난봉꾼이기도 하다. <식스 더 뮤지컬>의 주인공은 바로 이 여섯 왕비들이다. 극은 여섯 명의 왕비가 '식스'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콘서트를 개최하고, 그 속에서 한 명씩 노래를 부르며 누가 가장 불행한 헨리의 여인이었는지 경쟁을 시작한다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연극의 일종인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다르게, <식스 더 뮤지컬>은 팝 콘서트라는 특색이 짙어 다른 뮤지컬들과 다르게 넘버 진행 중 박수와 환호 등의 호응도 자유로운 편이다. 배우들이 계속해서 이를 유도하기도 하고.


스토리텔링식으로 진행되는 넘버들과 짤막하게나마 넘버 사이를 채워주는 토크는 극의 주가 되는 여섯 여왕들의 사연을 이해하기에 충분히 친절하다고 생각하나, 빠른 템포로 지나가버리는 가사와 대사가 따라가기 벅찬 감이 없지 않아 있으니 관극 전 짤막하게나마 각 여왕들의 생애를 알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현대적 각색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졌는데, 각 여왕마다 확실한 캐릭터성을 부여하고 실제 팝 가수들을 모티브로 넘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모어의 소울풀한 발라드풍 솔로 넘버는 듣자마자 아델이 떠올랐고, 하워드는 그 스타일링부터 아리아나 그란데가 겹쳐보였다. 여섯 여왕들이 각각 어떤 가수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물인지 알고 보는 것도 극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겠다. 여담으로 번역에도 악플, 프사 같은 현대 은어 및 신조어가 여러 번 등장하더라.


2023.04.11. <식스 더 뮤지컬> 밤공 캐스팅보드

<식스 더 뮤지컬>의 매력은 역사적 인물을 현대식으로 유쾌하고 신선하게 풀어내었다는 것에 있었다. 대극장 뮤지컬치고 이례적인 80분의 짧은 러닝타임 안에 밀도 있는 몰입감을 채워넣기 위해 구구절절한 역사 강의는 과감히 생략하고 여섯 인물들의 다채로운 스토리텔링과 싱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극의 메시지에 몰입을 요하는 드라마라기보다는 오락적인 쇼로서의 정체성이 훨씬 짙은 작품이다. 가창력 끝내주는 여섯 여배우들의 짧은 콘서트를 보러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신나게 박수 치고 환호를 지르면 아마 그걸로 충분한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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