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일생을 그린 뮤지컬이다. 실존 인물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그의 음악적 재능을 '아마데'라는 이름의 어린아이로 의인화하여 극화시킨 작품이다. 2023년 <모차르트!> 칠연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6월 16일부터 8월 21일까지 상연했고 현재는 종연했다. 본인은 2023년 7월 15일 낮 공연을 관람했다.
※ 본 후기는 극의 줄거리와 주요 장면에 대한 가감 없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또한 본 후기는 작가 본인의 개인적 감상이며, 다른 관객들의 모든 주관적 감상을 존중합니다.
뮤지컬 <모차르트!>, 세종문화회관
온 세상 밝힐 기적의 모차르트
<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의 음악가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그대로 녹여넣은 인물극이다. 모차르트는 전세계의 음악사에 지워지지 않는 족적을 남긴 희대의 천재 음악가인 만큼, 그의 생애는 본작 뿐 아니라 많은 대중 매체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 수많은 작품들과 <모차르트!>의 가장 큰 차별점이 바로 '아마데'의 존재에 있다. 아마데는 하얀 가발과 빨간 코트 입은 어린 신동의 모습, 대중들의 인식 속 모차르트를 그대로 본뜬 모습이다. 즉 아마데는 모차르트의 외적 자아, 그의 천재적 재능을 은유한다. <모차르트!>에서 아마데와 모차르트를 별개의 인물로 분리한 것은 천재적 재능을 배제한 인간 모차르트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거나 반대로 거부할 수 없었던 운명이었던 그의 천재적 재능을 극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여기서 전개가 대단히 불친절하다. 아마데라는 인물의 사용은 극을 흥미롭게 만들어줄 소재였음에도, 극중에서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아마데가 어떤 존재인지, 왜 모차르트가 아마데를 거부하지 못하는지, 왜 결국 아마데에 의해 모차르트가 죽음에 이르는지 극에서 전혀 설명해주지 않는다. '나는 나는 음악'에서 처음 등장한 아마데는 해맑게 웃는 모차르트와 함께 악곡을 써내려가지만,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서 다시 등장한 아마데는 자신만의 자유를 찾아 떠나려는 모차르트를 옭아매며 그의 피로 작곡을 하는 괴리를 보여준다. 이는 아마데의 진상을 보여주는 극적인 반전이어야 하는데, 관객이 단박에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정도로 영리하게 설계된 연출이었을까, 글쎄다.
의외로 모차르트의 생애에 대한 역사적 고증은 잘 되어 있다. 아버지 레오폴트, 대주교 콜로레도, 아내 콘스탄체, 후원인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등 조연 인물들도 대단히 매력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일생을 전부 넣기엔 지나치게 짧은 러닝 타임이었다. 장면의 연결이 단편적이고 유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관객이 유려하게 따라가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몰입의 방해를 낳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래서 본인은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담은 역사 인물극'과 '모차르트의 삶을 배경으로 만든 2차 창작극' 사이에서 어느 쪽도 되지 못한 애매한 작품이라는 총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사진 / 출처 : 동아일보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매 시즌 <모차르트!>의 흥행을 책임지는 마력은 음악에 있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이름을 빌린 것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음악들이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책임진다. 주인공 모차르트는 상당한 고음역대의 넘버들을 처절한 감정연기와 함께 소화해야 하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배역으로 악명이 높다. 대표적으로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1막의 클라이맥스를 담당하는 하이라이트 넘버로 초고음 샤우팅을 요구하는 <모차르트!>의 정수와도 같은 넘버이다. 모차르트 역의 이해준 배우는 이 넘버를 포함해 극 내내 상당히 인상 깊은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극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황금별'은 상상 이상의 감동이었다. 서정적인 선율과 함께 문자 그대로 황금색의 별을 무대 뿐 아닌 관객석 전체에 흩뿌리는 연출은 극을 관람하는 모든 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듯한 감동을 주었다.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 윤지인 배우는 조연으로 첫 데뷔하는 앙상블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넘버를 소화해서 기억에 남는다.
이 외에도 '나는 나는 음악',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난 예술가의 아내라',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 등 극 자체가 뮤지컬계에 이름난 명곡들의 향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본인에게는 남작 부인과 앙상블들이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완성하는 '모차르트! 모차르트!'가 가장 큰 전율이었다.
2023.07.15. <모차르트!> 낮공 캐스팅보드
작품을 본 지 몇 달이 지나고 작품이 폐막했는데 이제야 후기를 업로드하는 본인의 게으름이 참 원망스럽다. 함께 미뤄뒀던 최근 본 작품의 후기들과 함께 빠른 시일 내로 업로드하도록 하겠다. 이 브런치스토리를 운영하며 뮤지컬 후기를 쓰게 된 계기는 배우들의 명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대한민국 뮤지컬을 작품 그 자체로 바라보는 글을 남기고자 하기 위함이었는데, 극을 완성하는 배우들에 대한 진솔한 감상을 남기는 걸 의도적으로 피할 이유는 없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순재 배우님은 연극을 배우의 예술이라 말하시기까지 했는데. 지나치게 학술적으로 극을 완성해야겠다는 강박은 버리고 앞으로는 조금 더 유연하고 재치도 살린 후기를 쓸 수 있도록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