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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Feb 20. 2022

알고리즘의 에고

인터넷 친구들


요즘은 친구 사귀는 법도 참 다양하다. 자기 계발 커뮤니티를 이용하기도 하고 당근 마켓에서 동네를 인증하고 함께 모이기도 한다. 인별에서는 그룹화된 북스타그램, 럽스타그램과 같은 태그를 달면서 관련 인연을 맺는다. 오히려 그렇게 만난 인연들이 생각보다 잘 맞아서 서로 놀래기도 한다.


주말이다. 아침 여덟 시 반, 눈을 떴다. 이상하다, 에고가 사라졌다.

잠을 정말 깊이 자고 무의식에 남아있던 찌꺼기까지 꿈으로 모두 세탁을 돌리고 나면 육체, 정신 모두 리셋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눈을 뜨면 눈을 떴다는 사실만 남아있을 뿐 방금 잠을 자다가 일어난 것도 인식되지 않는 상태. 가장 먼저 인식되는 건 뱃속이나 피부에 닿아있는 옷과 이부가지의 엉킴 또는 속옷의 불편함, 눈의 뻑뻑함 같은 감각적인 신경이다. 


그렇게 한번 일어났다가 몸이 무거워서 다시 눕곤 한다. 일어나서 알사탕을 쪽쪽 빨다가 버리고 다시 눕는다. 단것,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듯이 잠을 불충분하게 불만족스럽게 자게 되면 따라오는 당 당김. 알면서도 먹게 되고 이럴 거면 왜 일어났을까 잠이라도 한숨 더 청하자 하고 다시 침대로 간다. 


가장 먼저 무엇을 할까? 핸드폰 보기. 핸드폰은 대상화의 상징이다. 그 안에 나의 모든 대상들이 존재한다. 그 존재를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나를 스스로 느낀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더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또 보고 싶기까지 하다.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린 태그를 달고 알고리즘에 따라 게시물을 선택한다. 그럼 그제야 '아, 나라는 사람.' 하고 인지를 한다.


오늘 아침. 명상을 마치고 잠시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 당혹스러움에 연필을 끄적였다.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더라, 한 주간 보지 못한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고 메모해뒀는데, 주말엔 이 잔가지 일들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또 다음 한 주를 위해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말이다.


대체 우린 무얼까? 가끔은 섬찟 놀랄 때가 있다. 다른 플랫폼에 적었던 검색어가 지금 현재 이용하는 플랫폼에 알고리즘으로 떡 하니 광고로 나올 때면 '이 새끼들이..'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게 있던 과거의 욕망의 대상들이 사라진 현재,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스무 살 중반까지 배우를 꿈꿨다. 이후엔 예술 공부를 했던 바탕에 신체를 활용해 상상력을 자극해 비언어적 활동을 좋아했다. 또 일상 속에서는 시각적, 청각적 리듬을 읽어내는 일을 좋아한다. 나는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거나 작가다. 또 나는 누군가의 아내이고 사랑하는 사람이자 아기를 갖길 원하는 여성이다. 


자신 스스로의 생활공간, 내면 공간, 육체의 공간까지 미래의 자신을 사려 깊게 살피고 있으면 한물간 나의 에고의 대상 존재들을 바라보면 대체 나는 누구인가 어지러웠다. 몇 년 전엔 더 갈피를 잡지 못했으며 대상을 명료히 했을 땐 꽤나 단순한 흥분을 느꼈다. 


지금은 무엇도 아니고 싶다. 그저, 바라는 것은.......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느꼈을 때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고 나눌 수 있는 것이 있을 때 나누면 좋겠고 두려움을 느낄 때 두려움을 이기면 좋겠다. 아플 때 쉴 수 있으면 좋겠고 시간이 흘러가도 불안하지 않으면 좋겠고 사랑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를 느끼며 더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게 아닐까? 

이 본질을 어떻게 플랫폼에 알고리즘화 시킬 수 있을까. '명상', '치유', '예술', '하루', '마음 챙김', '자연' , '사랑' 이런 단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내 태그에 아쉬움이 생긴다. 시간을 두고 오래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자기 발견이자 서로의 존중이 생겨나길 고대한다.


2월 초. 괴로움 속에서 살았지만 현재로서 매우 풍요롭다. 이유는 단지 무의식적으로 불쾌하고 어려우며 개선하고자 했던 많은 일부를 의식적으로 달래 내고자 현실에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전환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밝은 에너지를 준다. 그럴 수 있으려면 자신의 진실을 마주해야겠지만, 모두를 응원하는 주말이다.




(주말을 함께 보내는 가족 단상 : 남편과 짱구, 재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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