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꾼 Feb 18. 2022

같이 밥 먹자고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관심과 표현을 나눠요.

목요일 오전 덜 마른 머리를 파란 목도리로 동여매고 요가 수업을 나갔다.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여간 힘든 겨울이다. 버스는 놓치면 십오 분 정도 기다려야 하니 맞춰 나간다. 전날 저녁 퇴근길에 요가원 언니가 노트를 들고 있는 내 맨손을 보더니 "그렇게 들고 왔어? 손시려웠겠다."라고 한 말이 생각이 나서 두툼한 가죽장갑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오늘은 덜 추워보리라, 내 마음도 덜 시려보리라 단단히 무장을 한다.


차디 차가운 헬스장 지엑스 룸, 일찍 온 누군가 히터를 틀어뒀고 그나마 작은 온기가 있었다. 어느 날부턴가 회원님들에게 눈도 열심히 마주치고 말도 걸면서 살갑게 대했다. 보통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경우엔 그 상대의 눈빛이나 미묘한 표정을 감지하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구나, 무엇을 원하는구나, 불편하구나' 몸으로 읽을 수 있는 짐작이 이젠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읽으려 노력하지 않으면 다가서기도, 다가오기도 애매한 환경이다. 


그래서 요즘은 다가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나눈다.

그런 시간이 좋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밖을 나온 오전 11시.

점심 먹기에 딱 좋은 시간. 햇살은 눈이 부시게 뽀얗고 바람은 쌩쌩 맞게 차가웠다. 이렇게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우정식당엘 들러서 뜨끈한 차돌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퍼먹을까 고민했다. 헬스장 앞에는 서브웨이와 맥도널드가 있는데 지난번부터 추우니까 따뜻한 한식을 먹어야지 하고 서성이던 나를 반겨준 오래된 가정식 백반집이 우정식당이다.


'응. 나 집밥 먹고 싶어.

그런데 누군가와 함께 먹고 싶다.'


문득, 우정식당에 '우정'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걸까?


이 일자리를 소개시켜준 키 큰 선생님이 생각이 났다. 전화를 걸어볼까? 하고 망설임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이 행동은 매우 자신감이 넘쳤는데 그 이유는 앞전 수업에서 회원님들과 빙글빙글 웃으며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었다. 소심한 사람은 상대에게 말을 떼거나 붙이기 어렵고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표현하면서 다시 자기 귀로 듣는 일이 부끄럽다. 특히, 침울한 시기엔 더욱이. 


설사 괜히 전화를 걸었다가 '지금 바쁘니까 어려워'라고 거절을 당하거나 '이미 점심을 아침 겸 일찍 먹었거든 어쩌지?'라고 듣기라도 하면 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 붙여해야 하지? 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럼 다음에 먼저 전화하는 일은 글쎄.


"선생님~ 혹시 점심 드셨어요?"

"아니요 아직이요."

"그럼 우리 같이 점심 먹을까요? 저 선생님이 소개해준 곳에서 수업하고 나오는 길인데!"

"그래요? 너무 좋죠. 얼른 집으로 와요!"




요즘 나는 관심을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또, 지금 대화를 나누면서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요즘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별 탈은 없이 하루를 보내는 지도 궁금합니다. 라고. 


그저 묻고 답하는 일조차 작은 용기가 필요한 시기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조금만 속으로 들어가는 날이면 정말 우물쭈물 먼저 손을 건네지 못하니까.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금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

작은 톡이라도 아니면, 페이스타임이나 전화를 걸어 반짝! 

"안녕! 잘 지내?"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이다.





내적으로 항복할 때, 저항하지 않을 때 불가사의한 우연들이 일어난다.
셔터가 내려져 있으면 햇빛은 들어올 수 없다.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작가의 이전글 감각 단절 코로나 블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