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언니는 최근에 몸이 군데군데 많이 아팠다.
나도 일주일 전 작은 사고가 있었고
그 전에는 여동생이 퇴사를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고 SOS를 했다.
그 사이 엄마는 허리에서 병이 재발해 일을 쉬고 집에 누워 있었다.
그렇게 우리 집 여자 넷은 돌아가면서 아프거나 작은 사고를 겪었다.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알았지?
사정이 생기면 이야기를 털어놓을 적당한 상대를 셋 중에 고른다. 소위 제일 만만하고 잘 들어줄 것 같으면서 말이 잘 통하고 이야기가 보장되는 한 사람!
그런데 딸들 사이에선 대부분 엄마를 따돌린다.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걱정하시니까." 큰일 만들기 싫어서 우리끼리 하는 말이다.
또 엄마는 나한테 전화해서 큰언니 걱정을 한다. "큰언니한테는 내가 걱정한다는 내색하지 마. 안 그럼 무슨 일 생겨도 나한테 말을 안 하니까." 놀랍게도 비밀은 정말 철저히 유지되고 처음 들은 척 각자 연기도 잘한다. 웬만하면 상처받을 걸 아니까 되도록 상대의 품위 유지를 돕는데 애쓴다. 이게 정말 재밌는 가족애다.
너 내가 말했다고 말하지 마. 모르는 척 들어 알았지?
호호, 비밀통화 레퍼토리.
결국 우리는 각자의 속 얘기로 출발하지만 하나의 가족 이야기가 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들어줄 사람이 한 명당 셋이나 된다는 점에서,
수다를 세 번을 떨고 풀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