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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꾼 Aug 01. 2021

우리 아파트 살 수 있을까?

모아둔 돈도 매물도 없다.

요즘 서울 집값 들어는 보셨죠, 십억 이상이라는 말.

정말 비싸고 살만 한 곳은 죄다 십억 이상, 아니 십 몇억씩 이기도 해요. 얼마나 올랐는지, 2019년 처음 결혼할 당시 집을 샀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만큼이에요. 그땐 대출 1억 받는 것도 겁이 나서 신혼부부 전세대출 중에 겨우 1억 했으니까요. 이제 와서 집주인이 실거주할 테니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집을 알아본다고 요즘 혼을 쏙 뺐어요. 과연, 덜 빌려 전세로 가야 하는지, 남들처럼 영 끌 할 만큼 빌려 매매로 지금이라도 얼른 들어가야 하는지. 일이 손엘 잡히지 않았죠.


은행 대출창구 가보셨나요? 


어느 동생과 얘기


"넌 마치고 어디가?"

"아, 언니 저요. 우체국 가요."

"아, 난 대출상담받으러 요 앞에 **은행가."

"대출 상담이요? 윽. 세상에 제일 싫어요. 제일 무서워요... 너무 작아져."

"그래? 맞아.. 그래서 대출상담도 지점 여러 곳 다니면서 친절한 사람 만나야 돼..."



어느 언니와 얘기


"언니.. 대출 상담받고 와서 나 정말 기분이 안 좋았어."

"그렇지, 너무 초라해져, 자기가 돈 빌려 주는 것도 아닌데 꼭 그런 사람처럼 무시를 준다니까."

"누가 그러는데 돈 이것밖에 없는데 어쩌냐, 이것밖에 모아둔 게 없냐 이런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어린 친구들이 가면... 내가 너무 어려 보였나?"

"아냐, 아유~ 됐어 맘 쓰지 마. 나도 그랬어 얼마 전에 엄마 집 대출 알아보러 갔다가. 근데 어떻게, 나도 똑같이 말대꾸해주면 그 사람이 대출 안 해줄까 봐 참고 친절하게 굴었지.... "

"... 흑.. 모바일 창구가 낫더라."

"맞아해 봤구나? 모바일 창구는 그래도 친절하게 물어보는 거 다 설명해줘."

"응. 오늘은 물어보려는 참도 안 줘. 그냥 얼른 일어나라 하는 표정으로 질문 같지도 않을 걸 묻고 앉았니. 이런 표정이었어. 여기는 대출받는 곳이지 상담센터가 아니야, 이런 거겠지 뭐."

"응.. 근데 이렇게 하면서 큰 거야. 이번 기회로 네가 매매를 하던, 집을 보던 방법도 알게 되고 좋은 경험으로 남을 거야. 커가고 있네."

"잘하고 있는 거지?"

"응. 그리고 집 알아볼 때 궁금한 건 다 물어봐. 주눅 들지 말고 요구할 것 따져 묻고 욕먹고 쪽팔려도 꼼꼼히 해야 돼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그래야 손해도 후회도 없다."



은행 대출 창구에서 홀대는 이제 기억도 안 나요. 아는 놈이 승자였어요. 부동산도 투자도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되니 저를 달달 볶았어요. 물론 남편과도 다투고 속앓이 하길 반복했어요. 집에 와서 유튜브며 인터넷, 시세, 주변 환경이나 호재도 알아봤고요. 사면 안된다, 집값 조정이 올 테니 지금 투자했다가 하우스푸어가 된다며 말리는 사람 얘기도 들었고요. 그렇게, 찌고 더운 여름날 생애 최초 아파트를 많이 보고 다녔습니다.




매물이 없다. 


전세도 매물이 없다, 매매도 매물이 없대요. 그래서 집을 보고 뒤돌아서면 가계약 걸어놓고, 계약금 500만 원을 걸어도 1000만 원 올려 파면된다는 매도자들의 콧대가 높아진 상황이었어요. 촉박한 시장에서 휩쓸려 얼른 집을 정할까 싶었는데 그게 싫었어요. 꼭.. 마음에 드는 집이 없었거든요. 맞춰서 가는 느낌이었죠. 이런 걸 몸빵(?)이라고 하더라고요. 젊으니 싼 곳 사서 오를 것을 기대해 몇 년간 버티는 정신력과 몸이요. 그럴 각오도 했지만, 남편은 일로 매우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내는데 집에서도 그래야 하냐며 제발 집은 편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저도 동의했죠. 그러다 둘 다 정말 반포기... 상태까지 왔어요.



반.. 포기

될 대로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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