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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Mar 01. 2022

어쩌다보니 폴댄스

폴댄스를 시작하다

언젠가부터 내 버킷리스트에 '폴댄스'가 있었다. 주변 지인 중에 폴댄스를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아마도 인스타그램에서 스쳐 지나간 어떤 포스팅을 보면서 막연히 '멋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러나 바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는데, 흡사 비키니 같은 폴 웨어를 입고 하는 운동인지라 노출에 대한 부담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쉬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작년 8월, 하반기 계획을 세우려고 노션과 메모장 내의 이런저런 기록을 살펴보다가 버킷리스트에 폴댄스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때는 바디 프로필을 찍고 난 뒤 몸과 운동에 대한 어느 정도 자신감으로 충만한 상태였기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찾아보니 회사 주변에 통유리창 스카이뷰로 유명하고 유튜버들의 영상에도 자주 나왔던 폴댄스 학원이 있었다. 무료 체험 수업을 신청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수업에 갔다.


 어, 생각보다 쉽지 않네?


폴댄스 첫 번째 수업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할 정도로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다. 화장실과 목욕탕을 제외하고 이렇게 여성들만 잔뜩 모여 있는 환경은 처음이었다(여성만 회원으로 받는 학원이다). 등산복과 마찬가지로 폴 웨어도 디자인과 색상이 저마다 다양했다.


수업은 20분의 몸풀기 운동과 동작 진도를 나가는 30분 이렇게 총 50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요가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과 플랭크, 스쿼트 등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데, 폴 웨어를 입고 다리를 쭉쭉 찢는 동작을 하니 다 같은 여성들인데도 민망하여 두 눈은 땅만 바라봤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폴을 잡아볼 시간이 되었다. 폴을 잡은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손바닥에 그립 젤이라는 것을 발랐다. 솔직히 이때만 해도 나는 자신만만했었다. 5개월 동안 피티를 받으면서 근육이 어느 정도 생겼고, 운동 신경도 나름 나쁘지 않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가슴을 폴 중앙에 대고 양팔을 위로 쭉 뻗어 폴을 움켜 잡고 두 발을 뒤로 뻗는 피터팬이라는 동작을 하는데 내 발이 허공에 뜨자마자 버티지 못하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폴댄스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작 같았지만 내 몸을 폴에서 손으로만 지탱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때는 팔의 힘만 썼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등을 힘껏 쪼이면서 가슴을 위로 젖히는 힘이 중요한 동작이었다.)  


나는 폴에 매달려서 두 발을 땅에서 떼는 것조차 어려운데 내 옆에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폴을 잡고 스핀을 하면서 한 손을 떼는 등의 고난도 동작까지 소화했다. 심지어 나보다 더 마르고 팔에 근육 하나 없어 보이는 가냘픈 여성분들도 정말 가뿐하게 동작을 하는 것을 보고 풀이 제대로 죽었다.


3개월 결제할게요


첫 체험 수업 후 폴댄스는 멋있는 운동이기는 하나 너무 어려워서 잘 소화하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업 끝나고 옷 갈아입고 집 가려는데 누군가 내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학원 선생님이었는데 상담을 도와준다면서 나를 조용한 연습실로 데려갔다. 나를 가운데 두고 학원 선생님 두 분이 앉아서 티키타카를 이어가며 설명하시는데 뭐랄까 약간 무섭기도 하면서 그 분들의 에너지가 엄청나서 기가 빨렸다.


내가 할지 말지 고민된다고 하니, 수업 마지막에 찍은  영상을 여달라고 하셨다. 과장된 제스쳐가 묻어나긴 했지만 ' 수업인데도  정도면 정말 대단한 '이라며 엄지를 지켜들며 엄청 칭찬을 해주셨다. 본인도  수업 때는 폴에 매달리기도 어려웠다며, 처음에  못하는  당연한거라고 위로하는데 나한테 필요했던    말이었나보다. 제대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카드를 내밀고 3개월 수강권을 끊었다.  


마치 의자에 앉은 것과 비슷하여 이 동작의 이름은 체어(chai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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