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쇤 Feb 10. 2024

나는 쇼츠가 싫다

유튜브의 화려한 1위 뒤에 남는 씁쓸함

얼마 전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제치고 국내 사용량 1위 모바일 앱에 올라섰다는 기사가 떴다. 작년 12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4565만 명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천만이니, 전체 인구의 88%가 유튜브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카카오톡의 본질이 소통을 위해 매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메신저라는 점을 생각하면, 유튜브가 카카오톡을 제쳤다는 건 사실 정말 엄청난 사건이다. 이러한 변화가 불러올 파급효과와 매일 습관적으로 유튜브를 사용하는 우리의 행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쇼츠 중독 사회


유튜브의 1위 모바일 앱으로 올라설 수 있게 견인한 건 숏츠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유튜브 앱을 들어가면 쇼츠 영상만 주구장창 보게 된다. 귀여운 푸바오, 루이후이바오 영상, 얼마 전 검색했던 결과와 관련된 영상이 뜨니 속수무책으로 클릭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쇼츠의 자극적인 썸네일과 타이틀에 본능적으로 끌리고, 러닝 타임이 짧아서 잠깐의 틈을 타 시청하기에 부담 없고, 무엇보다 재밌다. 이제는 10분 이상의 영상에는 손이 잘 안 가게 된다. 숏츠가 도입된 게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롱폼 영상만 있던 시절의 유튜브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 소개한 핵심 트렌드는 ‘분초사회’다. 이제는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면서 시간의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행동 양식이 많아지고 있는데 숏츠의 열풍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증거다. 숏폼 영상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건 유튜브뿐만 아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그리고 네이버도 이에 질세라 숏클립을 밀고 있다.


즉, 우리 사회는 쇼츠 중독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이러한 숏폼 트렌드가 너무 불편하다.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와 스토리를 스크롤하거나, 검색할 것이 있어서 유튜브를 들어갔다가 피드에 있는 자극적인 썸네일에 혹해 원래 보려던 콘텐츠를 잊어버리고 몇십 분이나 의미 없는 콘텐츠들을 소비하며 시간을 낭비한 적이 자주 있지 않은가?


바로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의 집중력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달콤한 유혹


본질적으로 파고들면, 개개인이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집중력 문제에 평생 노출될 것이다.


우리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네이버 등의 플랫폼을 무료로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광고에 노출되고, 더 많은 유저들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빅테크 기업들의 광고 수익은 올라간다.


이러니 모든 업데이트 및 신규 기능 개발이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할 수 있게 콘텐츠를 노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더 자주 앱에 방문하게끔 관심 콘텐츠를 푸시 알림으로 내보내는 등 우리의 시간을 뺏는 목적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소름 돋았던 건 유튜브 앱을 켰을 때 초기 화면이 숏츠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원래는 16:9 비율의 롱폼 영상들이 먼저 나오고 몇 번 스크롤을 내려야 숏츠 영상들이 사이드 스크롤로 주르륵 나왔었는데. 처음부터 한 번에 4개의 숏츠를 보여주며 유혹하니 더욱더 길을 잃기가 쉬워졌다.



쇼츠의 기회비용


쇼츠 영상을 보면 재미는 있다. 별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휴식을 위해 잠깐 보는 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쇼츠의 유혹에 중독되는 순간 우리는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게 된다. 중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생각을 깊게 하고, 그 생각의 끈을 생산적인 일로 발전시킬 기회를 뺏기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인상 깊게 읽은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와닿는 문장이 있었다.

우리는 개인으로서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사회로서 모두가 함께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 한 사회로서 힘을 합쳐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내는 우리의 능력을 SNS들이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오늘날 소셜미디어에서는 거짓 주장이 진실보다 훨씬 빨리 퍼져나가는데, 알고리즘이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을 더 빠르고 멀리 퍼뜨리기 때문이다. (…) 그 결과 우리는 늘 사실이 아닌 헛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떠밀리고 있다. (…) 거짓말 속에서 길을 잃고 끊임없이 동료 시민에게 화를 내면 여기서부터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우리가 집단으로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집중력의 위기는 개인 단위의 문제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적인 집단 지성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Photo by Szabo Viktor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초라한 2023년 연말 결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