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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Jan 13. 2024

초라한 2023년 연말 결산

나를 덜 위하고 남을 더 위하자 

2023년 한 해 참 쉽지 않았다. 


뭐 회사에서 잘렸다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그런 드라마틱한 일이 있던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는 가운데 뭔가 묘하게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 구석이 있었다. 


연말 무렵 "올해가 너무 힘들었어서 빨리 2024년이 왔으면 좋겠어요"하고 주변의 지인들도 입모아 말하는 걸 보니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어려웠던 한 해였던 것 같다.


2023년이 유독 어려웠던 이유


우선 경제가 어려웠다. 고금리, 고물가라는 거시적인 경제 흐름이 지배적이었다. 전세대출 이자로 매달 내는 금액이 늘었고, 물가도 올라서 월급을 받자마자 텅장이 되기 일쑤였다. 고층에 물려서 존버를 하고 있는 주식은 내내 파란색을 띠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들어오는 비용은 똑같은데 나가는 비용은 점점 많아지니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고, 추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허덕였던 것 같다. 자연스레 이런저런 경험과 물건을 향한 욕구들이 억눌러졌다. 


회사의 상황도 어려웠다. 회사가 속한 이커머스 업계는 전체적으로 위기였다. 원가/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성은 악화되고, 엔데믹 시대가 열리며 오프라인으로 수요가 분산되며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는 주춤했다. 열심히 하려고 해도, 조직도 어수선하고 뚜렷한 성과는 없어 점점 지쳐갔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거시 경제가 회사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2018년만 해도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대거 탄생하며 투자금이 몰리던 성장기였다. 2020년 코로나가 터졌을 때 당시 회사는 온라인 광고 대행 플랫폼이었는데, 비대면 활동의 증가로 기업들이 온라인 광고에 집중하며 오히려 코로나 특수를 맛봤다. 소비자가 지갑을 꽉 닫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이 캄캄하고 긴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2023년 회고 


올 한 해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이직이었다. 거의 4년을 일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던 회사를 떠날 때가 되니 comfort zone을 벗어나 모든 것들을 새로 빌드업해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들었다. 새로운 산업의 일에 적응하는 것도 그렇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관계를 빌드업하는 것들도. 막상 옮겨보니 두려워했던 만큼의 일은 없더라. 영등포에서 판교까지 왔다 갔다 하는 통근도 그럭저럭 할만했다. 역시 사람은 어떤 환경에 처하 든 적응하기 마련이다.


어느덧 6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올해 초에는 주변에서 좋은 피드백을 들었다. 일하는 태도와 실력에 있어 한 계단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콘텐츠 마케팅 실무에 있어서 드디어 알을 깨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웬걸. 세상은 자만할 타임을 주지 않는다. 6년 차 레벨이 되니 이제는 단지 실무만 잘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을 이끌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부족한 점을 깨닫고 다분히 노력하고 부딪히는 시간을 거쳐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가 필요해진 것이다. 


30대 초반을 이미 넘어선 나이가 되니 나라는 사람의 형질이 점점 바뀌어가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제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만큼이나 그만큼 쉬면서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유난히 많이 남은 한 해이다. 이직이라는 단기적 목표를 향해 달렸다 보니, 그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는 중장기적 목표가 없어 목적지 없이 붕 떠 있는 시간이 많았다. 브런치에 한 달에 한 번 글쓰기, 독서, 헬스, 풋살, 연애 등등. 익숙한 루틴을 반복하며 그 어느 때 보다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도전이 부족했다는 것이고, 도전을 하면서 으레 얻는 성취와 재미가 부족했다. 그리고 이건 모두에게 마찬가지겠지만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것이 정말 많다.


2024년 목표 


계획은 세웠지만 실행에는 실패한 목표 중에는 '블로그 글쓰기', '인스타 부캐 계정 활성화'가 있다. 나에게 글을 쓰고 인스타를 하는 행위는 어려운 일이 아닌데 왜 실패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이 목표들의 목적이 '타인'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 활성화로 인한 수익화, 인스타 부캐 활동을 통한 셀프 브랜딩. 그 행위들의 동기가 단지 '나의 잘 나감' 위한 것이라면 그 목적은 쉽게 흔들리게 된다. 그걸 안 해도 먹고 사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 진정한 성공이란,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나로부터 시작되는 변화가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 서투르지만 둥글둥글한 팀장입니다-


2년 전 출간했던 저서 「서투르지만 둥글둥글한 팀장입니다」 에 있던 문장이다. 그래,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진심으로 뿌듯해하는 사람이었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초심을 되찾았다. 


내가 세운 목표들이 목적이 내가 아닌 누군가를 향하게 된다면 실행을 위해 실리는 힘 자체가 달라지게 된다. 더 적극적인 콘텐츠 생산자가 되어 내 주변의 지인들과, 콘텐츠를 통해 간접으로 만나는 분들(단 1명일지라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2024년에는 나의 성장에 기여하고 내 주변의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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