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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Jul 31. 2020

글을 쓰면 다 예민해지는 걸까

초보 작가의 고민

'카톡'


하루에 오고 가는 수많은 메시지 속에서 요즘 유독 혼자서 발끈할 때가 많아진다. 하루에도 끊임없이 알람이 울리며 빨간불이 지워지지 않는 지인들과의 단톡방, 원래 친하고 농담도 스스럼없이 던진 사이였는데도, 어느 순간 나를 비웃는 듯한 농담에 날카로운 가시에 찔린 듯 아파하며 불편해진다. 평소에 성격이 둥글고 좋다는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요즘은 스스로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고 느낀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예민한 사람이 되었을까?


최근 감명 깊게 읽은 임경선 작가의 에세이집 『태도에 관하여』 에서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글을 쓰면서 성격이 안 좋아졌다'라고 언급하는 대목이 있었다. 그 문장을 읽을 때만 해도 '글쓰기와 성격에는 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거지?' 갸우뚱했었다. 그런데 그 후로 한 달도 채 되지 않는 지금, 그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어렵게 6번 시도 끝에 브런치 작가가 되고, 주기적이진 않았지만 차곡차곡 써내려 온 글이 그래도 26개다. 퇴근 후 집에서 은은한 조명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한껏 분위기를 잡고 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 한 번 마음 잡고 써 내려가면 3시간, 글쓰기에 흠뻑 몰입하면 마치 잔잔한 물결의 호숫가 같은 내면의 평온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아주 잠시. 노트북을 닫고 현실 세계로 나서는 순간, 완벽한 평온함의 상태는 와르르 깨진다. 사실 현실은 항상 비슷했는데, 글을 쓰면서 한껏 말랑해진 내 감수성이 스쳐 지나가는 미풍에도 부르르 떨게 되는 것일까.


발행일이 정해져 있는 매거진 외에는 바쁜 일상을 살면서 특정 영감이 떠오를 때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게 된다. 그런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는 주로 기쁜 감정보다는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에 기인할 때가 많다. 글을 쓰다 보면 깊이 침잠하게 되고, '나'라는 사람을 낱낱이 돌아보게 된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 잊고 살아왔지만 알게 모르게 지금의 나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의 나의 아픔까지도. 그렇게 글을 쓰며 '나'라는 사람을 또렷하게 인지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싫은 것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면서 나를 사회에 맞출 수밖에 없는 사회생활이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섬세하고 예민할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녔다. 글을 쓰면서 조사나 쉼표 하나에도 문장과 전체적인 글의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글에 나의 영혼의 일부를 담듯, 단어를 곱씹고, 문장을 다듬으며 글을 써 내려간다. 글쓰기로부터 배우는 예민함, 어쩔 수 없는 변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글을 쓰면서 더욱 깊고 넓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오히려 더욱 속이 좁아져가는 것만 같은 아이러니.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Photo by Art Lasovsk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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