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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쇤 Aug 17. 2020

나를 쥐락펴락하는 휴대폰 어플들

내가 많이 쓰는 어플로 본 나

스마트폰 없이 어디론가 하루만 떠나고 싶다


얼마 전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그냥 모든 것을 다 뒤로하고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꺼둔 채 나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조용한 바닷가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푸른 바다를 마주한 백사장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 어떤 휴대폰 알람에도 나의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나의 일, 사랑, 삶에 관해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순식간에 바꿀 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여행을 떠날 때 그 장소와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를 꾸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 내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고, 이를 바탕으로 나의 생각은 시,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든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생각이 미치자 바로 변수가 생겼다.


'휴대폰을 꺼둔다면 음악을 어떻게 듣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MP3와 시디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던 것 같은데, 2011년 첫 스마트폰을 쓰기 시작하면서 MP3라는 기계는 내게서 까마득히 멀어졌다. 이 여행을 위해 MP3를 구매하고, 또 음원을 다운로드하여 옮기는 건 너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고 음악을 포기하는 여행은 의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스마트폰 없는 나 홀로 여행은 실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잠깐의 생각으로만 그쳤다. 이렇게까지 스마트폰이 내 일상에서 뗄 수 없는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니, 소름이 돋았다.


일전에 '내 주변 사람 5명으로 알아보는 내 모습'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내가 애정을 가지고 자주 만나는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쓰면서 나라는 사람을 더 잘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루라도 손에서 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 내 아이폰 홈 스크린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어플 속에서 내가 꾸준히 자주 애용하는 어플 5개를 나열하면 이 또한 나라는 사람을 설명해주지 않을까.






1. 인스타그램


카카오톡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어플을 뽑자면 단연 1위는 인스타그램이다. 2014년 8월에 처음으로 계정을 만들고, 지금은 액세스를 잃어버린 예전 계정의 포스트까지 합친다면 1,400개가 넘는다. 인스타그램 관종입니다만 이라는 글을 썼을 정도로 인스타그램으로 활발히 내 일상을 표현하는 중독자이기도 하다.


그때 그 순간, 표현하지 않으면 증발되어 다시는 느낄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이 나는 너무 아쉽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행복한 순간, 스스로 머리를 탁 치는 어떤 깨달음을 얻는 순간, 집에 혼자 있는 밤 센치해진 내 기분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순간 나는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나의 감정과 여러 상황을 기록한다. 누군가 나의 글에 공감해줄 때,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피드 속의 기록을 통해 '알차게 잘 살고 있다'라고 느껴질 때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물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인스타그램 앱을 켜고 피드를 스크롤하며 많은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인스타그램 속 화려한 누군가의 일상과 나를 비교하며 불행을 느낄 때도 많다.

내일이 올 걸 아는데, 난 핸드폰을 놓지 못해. 잠은 올 생각이 없대. 다시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하네. 잘 난 사람 많고 많지. 누군 어딜 놀러 갔다지. 좋아요는 안 눌렀어 나만 이런 것 같아서.
- Dean, 인스타그램 노래 가사 中-


단순 기록 및 소통 앱을 넘어 인스타그램 속의 세상은 나의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잠깐 스친 인연이었지만, 인스타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자주 공유하고, 댓글도 남기게 되는 인친과는 되게 친하다고 느끼는 착각이 들기도 하며, 누군가 다녀온 멋있는 여행지, 카페 사진을 보면 '나도 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기어코 실행에 옮기고 만다.  


인스타그램은 일상과 가상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가끔 '나'를 잃는 순간도 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인스타그램이 나에게 주는 장점이 단점보다는 많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활발하게 기록하며 살아갈 것 같다.


2. 왓챠플레이

내가 꿈꾸는 완벽한 일상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하루의 끝자락, 집에서 영화를 보며 편히 쉬는 것이다. 2시간 동안 영화 속의 다른 세계에 흠뻑 몰입한 뒤 창을 닫고 다시 현실 세계로 복귀하면 뭔가 뭉클함의 감정과 함께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있는 것을 느낀다. 넷플릭스도 구독 중이지만 왓챠플레이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넷플릭스는 드라마 위주인 반면, 왓챠는 영화 위주이기 때문이다. 한 번 드라마에 빠져들면, 무리해서라도 계속 보는 편이라 내 삶의 균형을 위해  2시간 안에 깔끔하게 끝나는 영화를 더 선호하게 되었다.


내가 왓챠플레이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큐레이션'이다.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반대 시위가 한창 퍼져갈 때 Black lives matter 컬렉션으로 영화를 추천해주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하며, 여러 테마별, 배우별 작품을 모아 다양한 추천을 해준다. (너무 추천을 잘해줘서 하나를 선택하기 힘들다는 것이 단점일지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프리미엄 이용권을 공유하고 있어 왓챠플레이는 부담없는 구독료로 나의 문화생활을 책임지는 어플로 자리 잡고 있다.


3. 챌린저스

챌린저스는 일정 금액의 돈을 걸고 매번 인증하는 방식을 통해 목표 달성 및 꾸준한 습관 형성을 도와주는 어플이다. 챌린저스에 올라오는 챌린지들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주말 아침 7시에 일어나기, 책 읽기, 휴대폰 3시간 이하 쓰기, 하루 한 번 하늘 보기 등 너무나 일상적이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종류의 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상 챌린지들이 다양하게 생성되고, 꾸준히 인기 목록에 올라와있는 것은 꾸준한 습관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을 반증해주는 것 같다.


여태까지 29가지의 챌린지에 참여했었는데 주로 #독서#재테크#운동#글쓰기 목표를 위한 챌린지들이 많았다. 그중 21개의 챌린지에서 100% 인증에 성공하여 6,500원의 상금을 타기도 했다. 한때 챌린저스를 소개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만나는 주변 지인마다 극찬했을 정도로 나의 최애 앱에 등극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챌린지에 참여하는 나의 열정이 다소 식은 듯 하지만, 챌린저스는 여전히 나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어플이다.



4. 뱅크샐러드

뱅크샐러드(이하 ‘뱅샐’) 최근 친해지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어플이다. 여러 은행, 카드사에 흩어진 은행 계좌, 카드를 연동해두면 뱅샐에서 한눈에 입, 출금 내역 및 카드 대금을 파악할 수 있어 정말 편하다.


‘CU 넥스트 타임!’, ‘반가운 택배 상자들이 어디 간 거죠?’처럼 상황별로 재치 있는 금융비서의 다양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뱅크샐러드만의 묘미다. 한 때는 과소비 경고를 3번이나 받은 적도 있지만, 요즘은 커피와 편의점 지출을 줄였다고 칭찬을 많이 받고 있어서 뿌듯하다.


나는 단순히 뱅크샐러드를 지출 내역을 정리하는 ‘가계부’로서만 한정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매일 하루의 끝에 뱅샐에 들어가 오늘은 내가 어떤 항목에 돈을 얼마나 썼는지 점검한다. 신기한 것은 이렇게 매일 기록만 철저히 해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거/통신, 식사, 의복/미용, 카페/간식 등 자주 쓰는 지출 항목별로 한 달의 예산을 설정할 수 있어서 어떤 항목에 내가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지, 예산을 초과해서 과소비한 내역이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5. 비쥬얼타이머

비쥬얼 타이머는 타이머 어플인데, 마치 모래시계처럼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UI가 좋다. 나는 비쥬얼 타이머를 주로 책을 읽는 데 사용한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을까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내가 찾은 독서 방법은 하루 15분만 자투리 시간을 투자하여 야금야금 읽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 15분 투자해서 2주 정도 읽으면 책 1권 정도를 끝낼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15분 만큼은 온전히 독서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아무런 장치 없이 책을 읽을 때는 읽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SNS를 확인하고, 그러면서 페이스를 잃었다. 그러나 비쥬얼 타이머로 15분 타임을 설정하고 책을 읽으면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다가도 '에이 얼마 안 남았네, 조금만 더 집중해서 읽자'하면서 온전히 독서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 스마트폰의 방해 없이 책만 읽고 있으면 5분도 마치 15분처럼 길게 느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5가지 어플을 나열하니,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어플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왓챠플레이 처럼 표현을 통해 나를 해방 시키는 어플도 있고, #뱅크샐러드, #챌린저스, #비쥬얼타이머 처럼 새어가는 시간, 돈을 줄여서 더욱 알찬 삶을 살 수 있도록 나를 단단히 옥죄어 주는 어플도 있다. 당분간은 이 5개 어플을 자주 사용하며 여전히 열심히 표현하고, 영감을 얻고, 부단히 나를 가꾸며 살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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