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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춘식 Aug 10. 2020

핸드폰은 나의 분신일까?

내가 많이 쓰는 어플로 본 나


수불석폰(手不釋Phone)???


과거 우리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이들을 가리켜 '수불석권'이라고 말했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학문 활동을 하고 자신을 갈고닦는 모습은 모두의 귀감이 됐다. 21세기의 우리에게도 열심히 사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본보기가 될수 있다. 겉모습은 조금 달라졌지만 현대인들도 열심히 하는 게 많다. 열심히 출근하고 일하며 휴가를 즐긴다. TV를 보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국가에서 정한 유일한 마약'이라며 음악 선율에 몸을 맡긴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걸 한 가지 물건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바로 휴대폰이다. 


영화, 음악, 검색, 길 찾기, 물건 구매, 게임, 운동까지 우리는 휴대폰으로 다 소화할 수 있다. 24시간 중 20시간 이상 붙들고 있는 핸드폰. 사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핸드폰이 없을 때 불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핸드폰 분리불안 장애라고 표현하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세상과 연결되는 매체가 없어졌을 때 느끼는 고독과 불안함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제2의 분신과도 같은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내가 보이진 않을까?' 내가 가장 많이 쓰는 애플리케이션 5개를 통해 어떻게 생활하고 생각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려 한다.



1. SNS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SNS 계정 하나쯤 갖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같이 연령을 불문하고 다 설치돼 있는 프로그램이 있기도 하고 10대 사이에서 유행인 틱톡, 부모님 세대가 많이 쓰는 밴드, 2030 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각종 친구 만들기 앱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많이 사용하는 어플 상위 랭크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얼마 전까지 애용하던 동네 친구 찾기 어플이 있었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고 사람들과 소통한다. 어떤 이들은 SNS를 싫어하기도 한다. 코미디언 유재석 씨처럼 SNS 자체를 안 하는 사람도 있고 SNS에 너무 정제된 모습만 올라간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이도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의 행복한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내가 불행하더라도 세상과 단절되는 느낌은 겪기 싫으니까 말이다. 한동안 SNS를 사용하지 않은 적이 있다. 기분 나쁘면 기분 나쁜 티를 내기도 했고 눈에 거슬리는 팔로워와 관계를 끊기도 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갖는 또 다른 가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 친구들과 나 스스로 불편하지 않을 모습만 편집하기 시작했다. 편집된 모습, 행복하기만 한 모습이 온전한 내 모습일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지만 엄연히 나의 단면이었다. 그렇게 SNS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1순위 어플로 자리 잡고 있다.




2. 브런치와 프리즘 그리고 글쓰기 어플들


대부분 브런치 작가들이 갖는 습관이 있다. 자신도 모른 채 브런치 어플을 클릭하는 모습이다. 나중에 이 습관이 심해지면 모바일과 데스크톱을 가리지 않고 접속하게 된다. 브런치를 정기적으로 둘러보세 된 건 내 글이 처음 다음과 카카오톡 채널 메인에 올랐던 때부터 시작된다. 브런치 메인 버튼 오른쪽에 끊임없이 알람이 울렸다. 누군가가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구독을 하고 조회수가 천회, 만회, 십만 회가 넘어가자 '이게 뭐지?' 싶었다. 


지금은 조회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한 때는 조회수가 안 나오는 글을 보며 '잘 못썼나?'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카카오톡 브런치 채널, 카카오톡 배너, 다음 메인 등에 글이 여러 번 올라가면서 다양한 변화의 추이를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 메인과 카카오톡에 글이 오르게 되면 많은 독자가 글을 보게 된다. 운이 좋으면 수만회, 적어도 몇천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다. 하지만 그들은 제목과 사진에 이끌려 들어왔을 뿐 글을 정독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조회수에 비해 구독자와 공유가 적은 게 그 이유였다. 반면 카카오톡 브런치 채널에 글이 소개되고 나서 구독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글에 대한 피드백도 많았고 여러 군데 공유되기도 했다. 확실히 글이 알려질수록 반응도 다양해진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고 하던가. 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내가 글을 자유롭게 쓰는 만큼 반응을 보이는 것도 자유일 것이다. 다만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댓글엔 따박따박 답글로 대응하고 있다.


브런치에 비해 프리즘은 조용한 편이다. 조회수도 적은 편이다. 대신 전자책 출판을 이유로 연재하는 거라서 좀 더 정제된 글을 올리려 한다. 브런치에서 야생의 포카텔로를 느낄 수 있다면 프리즘은 길들여진 내 글이랄까. 글을 쓰는 게 생활이 됐고 일로서도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 어플을 날씨 어플보다 많이 보는 편이다. 피드백과 조회수, 글 수정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볼 때마다 수정할 부분이 있어 자주 놀란다. 최근엔 지인의 추천을 받아 '씀'이라는 어플도 다운로드하였다. '씀'은 간략한 글쓰기를 하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올리기 편한 형태로 돼 있었다. 시간이 나면 짧은 글쓰기도 시작해야겠다.



3. 유튜브


다른 사람들처럼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이다. 이사 올 때 얻게 된 TV에 유튜브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버튼이 있어 편리하다. 넓은 화면으로 유튜브를 보면 그 자체로 TV 시청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여러 정보 검색과 사용법, 지식 콘텐츠부터 영화 추천, 운동법까지 유튜브는 말 그대로 만능 상자가 됐다. 얼마 전 시작한 모바일 게임 공략법도 유튜브 채널에 가장 먼저 올라온 걸 보니 새삼 그 위력을 알 수 있었다. 유튜브가 생활의 중심이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대인의 삶에서 영상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텍스트가 사라지거나 활자 문화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지금보다 그 크기는 줄어들게 뻔하다. 사람들은 책으로 읽던 글자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몇 줄로 된 글보다 10분 이상으로 된 영상이 더 편해졌다. 영상, 특히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 유튜브 광고를 보지 않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이용할까 고민 중이다. 보는 영상과 그에 대비해 광고 시간을 계산해보니 족히 하루에 수십 분은 들이고 있었다. 그럴 바에 그 시간을 아껴 영화 한 편 보는 게 이득이다. 확실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 영상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평소 영화 유튜버들과 연락을 간간히 주고받는 편이다. 그들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콘텐츠 시장 전반에 관심이 많았다. 운이 좋아 영상 몇 개가 떠서 돈을 벌게 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영상이라는 콘텐츠 시장을 분석하고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를 주도하고 있었다. 특히 관심이 많은 지식 콘텐츠 시장에서 영상 플랫폼의 약진은 눈에 띈다. 주변에서 영상 편집을 배우라고 하는 이유를 알 법도 하다. 기본적인 짜깁기와 영상 잘라내기와 붙여 넣기는 할 수 있지만 여러 효과를 주는 건 아직 부족한 편이다. 그래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로만 승부를 보던 콘텐츠의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활자의 힘, 책의 위엄이 살아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점점 줄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가장 극명하게 보이는 어플 유튜브, 하지만 분명한 건 더 좋은 동영상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이 또한 대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의 크리에이터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유튜브 말고 더 좋은 영상 플랫폼이 나오면 대체되겠죠. 이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4. 영화 어플들


영화를 좋아해서 여러 군데서 글을 쓰고 있다. 그만큼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비롯해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영화 예매 어플도 다 설치돼 있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보다 극장에서 영화 볼 기회가 줄었지만 아직까진 VIP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영화 예매 어플이 있으면 표를 끊을 때 유리한 편이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빈자리와 시간대를 검색하고 바로 표를 끊는다.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생겨 예매를 취소할 때도 취소 버튼 한번 클릭하면 쉽게 처리된다. 인터넷으로 영화를 예매하기 시작하면서 영화표 모으는 습관도 사라졌다. 기존처럼 예쁜 모양의 표가 아니라 영수증으로 나와 표를 수집할 가치가 사라진 것도 이유였지만 굳이 자원 낭비하며 종이로 모을 이유가 없어졌다. 요즘엔 상영관에서 보고 싶어 직접 예매하기도 한다. 그래도 급할 때는 핸드폰으로 예매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예전처럼 극장가를 자주 찾을 수 없는 요즘 OTT를 정기 결제한 건 잘한 일이었다. 주말을 활용해 드라마 한 시즌을 완독 하기도 하고 예전부터 보고 싶던 작품을 마음먹고 보기도 한다. OTT 어플을 설치하면 출퇴근, 운동 시간에 함께 영상을 볼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 불편하게 러닝머신에 설치된 TV 화면을 보는 것보다 핸드폰을 가로로 놓고 영화를 보는 게 훨씬 집중이 잘되기 때문이다. 영화를 핸드폰으로 시청하면서 예전보다 관람하는 영화 편수가 늘었다. 작품을 한 번에 집중해서 보는 걸 선호하지만 시간이 없을 때는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할 때 OTT를 통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5. 게임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봤다.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휴대폰을 쓰게 되면서 가장 좋아진 점 중 하나가 이동하면서 게임을 하게 된 것이니까. 물론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 연인과의 시간을 보낼 때도 핸드폰 게임을 한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머리를 식히기 위해 잠깐 동안 게임을 하는 거까지 뭐라고 하는 건 야박하다. 


한때 포켓몬 고를 즐겨해서 운동하면서 어플을 켜놓기도 했고 각종 건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무언가를 만드는 게임은 내적인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동물의 숲'을 하면서 위안을 얻는 것도 모바일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PC방을 가지 않게 됐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데스크톱으로 하는 게임에 흥미를 잃었고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배틀그라운드, 롤과 같은 게임은 얘기로만 들었다. 대신 게임에 대한 갈증을 모바일로 풀고 있다. 접속도 간편하고 이동 중에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대신 게임을 하면서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절대 현금 결제를 하지 않는 점이다. 즐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건데 돈까지 쏟아부어가면서 하는 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더 재밌게 게임을 하기 위해 결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개인적인 기준에서 게임에 현질을 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과금을 한 유저와 무과금인 내 캐릭터가 건널 수 없는 실력차가 생기면 게임을 접는다. 어차피 내가 즐기려고 하는 건데 매번 지면서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그외에도 핸드폰에 설치된 어플은 셀 수 없이 많았다. 분명한건 내가 쓰기에 따라 독이 될수도 약이 될수도 있다는 점이다. 핸드폰만 붙들고 사는 사람들에게 핸드폰 밖의 생활은 상상할 수 없지만 이를 구분하기 시작하면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삶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 세상에 존재하지만 아직 나는 오프라인에 있다. 글을 쓰며 예상보다 많은 부분을 모바일에 의존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없어지면 불안해하는 버릇도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핸드폰을 끄고 지낼까 싶다. 그래도 중요한 연락은 어떻게든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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