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구조

by 행신

1. 원가(Cost)
“재화나 용역을 얻기 위해 희생(Sacrificed)되거나 포기된 경제적 가치” 이 문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희생’이다.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언어는 때로 기계처럼 정교하지만, 그 기계가 무엇을 삼켰는지는 숫자 뒤에 숨겨져 있다.

우리가 원가(cost)라고 부르는 이 숫자들은 사실상 어떤 목적물을 얻기 위해 되돌릴 수 없이 흘려보낸 시간, 노동, 자원의 흔적이다. 그것은 곧 문명의 작동을 위해 사라진 삶의 조각들, 다시 말해 메가머신(Megamachine)의 연료다. 그 메가머신이 원료를 작동시키는 기반은 폴라니가 언급한 사탄의 맷돌(Satanic Mills)으로 다양한 것들을 분자처럼 갈아 섭취하기 좋게 만든 것이다.

지금 휘발유를 퍼올린다면, 그 속에는 사라진 생명체의 지층뿐 아니라 정제탑 위에서 감시되고 훈련된 인간의 리듬도 섞여 있다. 그 리듬은 음악을 만들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농작물을 기르기 위해 사용되었을 수도 있다.

2. 원가 흐름의 회계적 구성 (정유공장 기준)
(1) 직접재료원가
= 기초원재료 + 당기매입액 – 기말원재료
이는 곧 정유공장에 실제 투입된 원유의 양이다.
기초 원유는 어제의 유산, 당기 매입은 오늘의 추출, 기말 원유는 아직 희생되지 않은 잠재성이다.
→ 직접재료원가란, 공정이 삼킨 생명의 총량이다.
이때 희생된 것은 단지 석유가 아니라, 지구의 시간과, 교역된 노동의 집합이다.

과거 석유는 신비로운 물질로 여겨졌으나, 정제탑 내에 들어간 순간부터 그 어떤 신비함도 가미되지 않고 제품을 위해 존재할 뿐인 물질로 되었다. 이걸 ‘격하’라고 해야 할지 ‘격상’이라고 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이를 위해 투여된 여러 노동 또한 같이 취급되겠다. 노동자 하나하나가 신비롭진 않으니까.

(2) 당기총제조원가
= 직접재료원가 + 직접노무원가 + 제조간접비
직접재료원가: 원유라는 지질자산
직접노무원가: 플랜트의 현장에 동원된 인간 기계의 리듬
제조간접비: 정제탑, 회전기, 열교환기 등 기계의 숨결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와 관리 체계


→ 이는 사람과 기계, 자원이 위계화된 통합체계 — 메가머신(Megamachine)의 작동비용이다.
이 단계에서 인간은 지시를 따르는 도구가 되고, 기계는 통제된 생산성의 신성한 중심이 된다.

(3) 당기제품제조원가
= 기초재공품 + 당기총제조원가 – 기말재공품
재공품은 완성되지 않은 채 구조 안에 붙들린 존재들, “아직 해방되지 못한 생산의 중간물”-이다.
이 식은 결국, “이번 회기 동안 휘발유라는 상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몇 개의 자원과 인간의 시간이 완전히 사라졌는가”를 보여준다.
→ 당기제품제조원가란, 메가머신이 토해낸 결과물의 중간 보고서다.

(4) 매출원가(COGS)
= 기초제품재고 + 당기제품제조원가 – 기말제품재고
이 수치는 탱크에서 실제 출하된 휘발유, 다시 말해 시장에 진입한 문명의 산출물의 희생비용이다. 이제 제품은 소비되기 위해 대기하며, 그 자체로 상품이자 인간 기술의 결정체로 존재한다.

3. 한 줄 요약
원가는 희생의 결과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1. [유한계급론 8장] 보수주의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