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용서, 가성비와 여미새

체인소맨 - 레제편

by 행신

사람은 기계적으로 길러진다. 문명화된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욕구를 거세하고 목적에 맞게 설계되는 것을 말한다. 예절, 예의, 규범 등은 집단에게는 옳으나 개인에게는 뼈를 깎는 노력을 거쳐야 하는 것일 테니까. 인간이라는 원석을 교육시켜서 목적에 맞게 출하하는 것, 그것이 문명의 작동방식이다.

덴지는 교육도 받은 적이 없고 비정상적인 가정형편 속에서 사실상 방치되었다. 덴지는 야만 그자체. 덴지에게 삶의 목적은 맛있는 음식과 예쁜 여자 밖에 없다.

덴지에게 접근하는 예쁜 여자는 덴지를 죽이려고 한다. 덴지의 속성은 자연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원석이기 때문이다. 원석은 원석으로는 가치가 없기에 가공공정을 거쳐 '출하' 되어야 한다.

'원가'의 회계적 정의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희생된 자원의 가치라 했던가. 덴지를 원재료로 보고 목적에 맞게 접근하는 여자들 중 레제는 조금 특이하다. 덴지를 희생시키고자 했지만 덴지 자체를 재미있어 했다. 휘발유가 되지 않은 원유의 뭉툭함에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것 또한 참으로 바보같은 일이다. 비합리적 지출이다.

사건이 끝나고 덴지는 레제의 오만 폭력과 배신을 겪더라도 같이 도망치고자 했다. 덴지에게 불교의 자비, 기독교의 아가페 같은 거창한 철학적 고찰은 없었을 것이다. 덴지가 레제의 배신을 겪고도 그를 좋아한 이유는 그저 예쁘게 생겼고 수영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사랑과 용서는 참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솔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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