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 징수를 지나 새로운 가치 창조가 요구되다.
야후는 지난 1994년을 시작으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의 IT 시장의 주인공 위치를 맡아왔다. 그런 야후가 드디어 스스로의 위치를 내려 놓고 버라이즌(Verizon)에게 인수된다는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 금액도 점점 구체화 되더니 오늘은 거의 확정적인 느낌으로 48억 달러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01&aid=0008562649
최근 몇년 사이에 있었던 IT영역의 인수합병 건들을 살펴보면,
인스타그램 10억달러, 모토로라 29억달러(레노버), 슈퍼셀 86억달러, 스프린트 200억달러, 링크드인 262억달러 등이 있었고, 야후는 그 중간 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기록했다.
야후는 오랜 어려움속에 있어왔다.
어려움은 미리 노출되었지만 (구글의 존재만으로 야후는 어려움이었다.) 그리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구글에서 잘나가던 임원이었던 마리사메이어를 데려왔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마리사메이어는 나름 야후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결국 병든 공룡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다. 그녀는 기업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제도적 문화적 변화를 시도하였고, 야후에 새로운 성공 DNA를 이식할 수 있을 것 같은 꽤 많은 회사들은 인수하였다. 그 모든 것들 중에 결과적으로 성공인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366&aid=0000329867
특히 이런 분위기는 야후가 텀블러를 11조에 인수에 성공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약 5억달러 가량의 비용에 텀블러를 결국 손실처리하면서 극대화된 느낌이다. 이런 텀블러의 기록은 야후의 다양한 시도들 가운데 가장 쓰라린 결과가 아닐까 싶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30&aid=0002506912
142조원이나 되던 회사가 4%가량의 가치밖에 남지 않은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일단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완전히 깡통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회사가 타사에게 인수되었다는 것이다. 이 큰 공룡이 만일 아픈 상태로 계속 방치되었다면 혹시 Nate와 싸이월드를 가지고 있었던 SK컴즈가 휴지조각 회사가 되어 사라지듯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은 그렇게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면 버라이즌은 이 회사를 사지 않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마치 야후가 텀블러를 상각하듯이 버라이즌이 야후를 상각하게 되는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런 변화는 이미 예견된일이다. 여기에서 '변화'라고 칭하는 일은 누군가가 야후를 사는 일이다. 한편 보통 이럴때는 피인수자의 관점보다는 인수자의 관점이 중요한 법이다. 인수자는 어떤 관점이었을까?
버라이즌은 왜 야후를 인수했을까?
먼저 버라이즌은 어떤 상황인가?
1. 가입자는 늘고 있다.
2. 가입자 이탈(Churn)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3.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은 상위권이 아니다. (많이 쳐주면 중위권)
거기에 더하여, 이제 스마트폰 및 태블릿의 판매 대수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제 버라이즌 뿐만 아니라 통신사들은 모두가 탈통신을 지향해야할 때가 됬다. 버라이즌 역시 위에서 보여진 상황 중 1번 즉 사용자 증가가 최대 강점인데 앞으로는 버라이즌도 가입자의 증가를 계속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구축된 인프라 위에서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OTT 서비스로의 확장이 필요한 것이다. (매우 1차원적인 전략이다.)
그것은 국내에서도 통신사 3사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만약 그런식으로 수익모델을 다양화하지 못한다면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이 높지 못한 버라이즌은 가까운 미래에 나름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수익 증가의 감소로 인해서; 즉 당장은 죽지 않지만 지갑이 얇아지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자본이 조금이라도 있을때 (가입자수가 아직은 증가하고 있을때) 버라이즌은 도박을 하기로 한 것이다. 시기가 더 늦어져서 가입자가 줄어들고 현금유동성이 낮아지면 그나마 지금 살 수 있는 회사도 사지 못하고 끓는 물에 개구리처럼 서서히 죽어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와 같은 통신사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이슈로 인하여 (스마트폰 포화 상태로 인한 통신사 절대 가입자수의 정체 이슈) 통신사들은 국가를 막론하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 버라이즌: AOL/야후
- 유플러스: IoT
- SKT: O2O,쇼핑(플래닛)
- 소프트뱅크: 반도체설계 등등
이 모두는 우상향 차트의 시대에 승자였던 통신사들이 일탈을 꿈꾸고 있는 현상을 바로 보여주고 있다. 일단 소프트뱅크를 제외하고 모든 회사들이 통신 인프라와 직접 연결이 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 가지 버라이즌에 대한 우려가 있다. 심지어 국내 통신사들조차도 정말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의 판을 짜면서 탈(脫) 통신의 기틀을 세우고 있고, 소프트뱅크는 미래산업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의 인수를 통해서 탈(脫) 통신으로 회사 밸런스를 조정하고 있는데, 버라이즌이 가는 길은 그 반대 방향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식 비즈니스 간의 연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광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AOL과 야후에 동영상 등 통신사 수익에 기여할 수 있는 동영상 광고 등을 전개하여 궁극적으로 버라이즌의 매출과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 전략이라면 그 전략 자체가 너무 1차원적이라서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통신과 포털이라는 Dimension의 통합이 지나치게 식상할 뿐 아니라 국내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SK텔레콤을 가지고 있던 SK역시 SK커뮤니케이션즈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계열사라고 할지라도 생존은 기본적으로 각각의 회사단위로 생존 방법이 있어야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야후 자체에 대한 파해법이 없고 AOL의 미래가 없다면 그와 함께하는 버라이즌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심지어 야후의 경우는 야후가 인수하였던 회사들이 근본적으로 방향성 자체는 크게 틀리지 않은 인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야후는 무너졌다. 이런 성향과 히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회사를 산다는 것은 도박 중에 도박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만약 이 회사를 누군가가 샀어야만 한다면 정확히 그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혹은 심지어 바이두나 텐센트였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AOL과 야후는 상승 곡선은 아닌데 제자리 걸음만을 하는 버라이즌과 한 방에 밀어 넣어 놓는다면 그냥 그 방에 셋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것 만으로는 절대 반전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이쯤에서 타임워너의 흑역사가 떠오른다.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87813
그 셋이 새롭게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 전략이 없다면 우리는 AOL 인수의 두번째 실패사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타임워너의 사례를 보고서도 또 버라이즌이 실패를 한다면 산업의 접점 상에서의 유기적 연계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기업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고 생존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닥 생각하는 이들에게 큰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그리고 왠지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어쨋든 버라이즌을 포함하여 Subscription을 통한 월단위 과금 징수는 앞으로의 답이 아니라고 판단한 통신사들이 어떻게 진정한 탈(脫)통신을 지향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돈으로 회사는 살 수 있지만 가치나 미래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야후는 지쳐 있을테지만 그 야후를 변화시킬 힘이 버라이즌에게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