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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Aug 08. 2016

삼성과 LG가 진정으로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필요하다면 진심을 담아 손잡을 수 있길!

'사업이 먼저', '모처럼 손잡은', 'SOS'



이 문구들은 삼성전자가 LG이노텍에게 스마트폰용 OLED 주요 부품인 2메탈 칩온필름(2Metal Chip on Film, CoF)에 대한 공급 요청을 했다는 기사에 붙은 내용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자 회사를 가지고 있는 양대산맥의 대기업인 삼성과 LG가 좀처럼 서로 공존하는 느낌으로 기사가 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이 기사가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이 기사에 응원을 보내고 있기도 하다. 


                                                       



삼성과 LG는 LG의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삼성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셋째 딸은 이숙희 씨가 결혼을 하면서 사돈 집안의 관계가 되었고 그 외에도 사업적으로 끈끈한 관계에 있었다. 하지만 삼성이 1969년 LG(당시 금성사)가 입지를 굳히고 있던 전자업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사이가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이후로 두 회사 간에 벌어진 일에 대한 기사들은 대부분 '소송' 혹은 '신경전'에 대한 내용이었다. 특히 90년대 후반 이후 국내 전자 업체들이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고 승승장구함에 따라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런 과거는 과거고 이제 미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두 회사는 어쩌면 손을 맞잡아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스마트폰과 IoT 시장은 점점 운영체제 플랫폼, 제조 원가 등의 경쟁력, 서비스의 경쟁력의 세 분야에 걸쳐 대한민국에 불리한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모처럼 손을 잡는 수준이 아니라 필요하면 서로 부둥켜안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업이 먼저이기 때문에 진행되고 있는 이번 건은 서로의 관계를 얼마나 진전시키는 것일까? 삼성이 더 많은 2메탈 칩온필름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은 삼성의 갤럭시S7엣지의 판매 호조와 내년 출시 예정인 애플의 차기작에 OLED납품이 확정된 두 가지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그 모든 수요를 삼성전기의 관계사가 모두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LG이노텍에 납품요청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참고글 : [단독]갤S7 엣지 OLED패널 부품 부족..삼성, LG에 'SOS') 일반적으로는 판매가 진행 중인 모델에 대한 부품 수량은 사전에 조달하는 전자회사들의 프로세스를 고려했을 때 이 경우는 애플의 수요를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생각된다.


즉 이번 건은 삼성과 LG가 손을 잡은 것은 맞지만 그것이 두 회사가 공존을 탐색하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냥 주요 부품에 대한 공급계약 이상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사업적인 관계를 맺는 단계가 납품, 제휴, 협업 등 다양한 단계가 있다면 그 가장 낮은 단계의 단순 거래 형태인 것이다. 특히 납품이라는 형태가 매우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넘어서 그 계약 형태가 애플이라는 삼성의 고객사에 대한 대응 차원이기 때문에 LG이노텍이라는 차선책 이외에 최선책이 생기게 되면 이 관계는 언제든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계약의 형태는 두 회사가 차가운 마음으로 겨우 손만 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인연이 앞서 말한 것처럼 오랫동안 골이 깊다 보니 우리는 이런 두 회사를 보면서 셰익스피어의 명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등장하는 몬태규 가문과 캐퓰릿 가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번 납품이 성사된다면 마치 몬태규 가문은 캐퓰릿 가문에게 말발굽이나 안정 정도를 납품 요청한 것과 같은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두 가문이 좁디좁은 영국에서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대륙에서는 나폴레옹들 혹은 히틀러들이 등장하고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 그리고 오포와 비보처럼 말이다.








미래학자인 최윤식 님의 저서인 '2030 대담한 도전'이라는 책에는 '2018년, LG전자의 위기가 시작된다', '2019년, 삼성전자의 2차 위기가 시작된다.'라는 챕터가 있다. 그 위기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두 회사가 필요시에만 단기간에만 이루어지는 단순 파트 부품 공급을 넘어서 제휴와 협업의 수준에 이르는 공존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협업 관계에서의 혁신은 제품의 혁신만큼이나 큰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사는 21세기에 '사업이 먼저'라면 로미오와 줄리엣도 결혼을 시켜야 한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만 하더라도 삼성은 과거 소니와 S LCD라는 회사를 만들어 디스플레이 분야를 키웠고, LG는 필립스와 함께 LG필립스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어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있을 수 있었다. 꼭 하드웨어가 아니더라도 최근 화두가 되는 인공지능 및 운영체제와 같은 백엔드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부터 간편결제 및 기타 OTT서비스의 분야에서 두 회사가 손을 잡으면 작은 반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 이 글은 허브줌(hub.zum.com)에 게시된 글입니다.

http://hub.zum.com/aquaterra/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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