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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Oct 08. 2015

내읽책_참여감(샤오미의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중국 IT기업의 위용을 책으로 느끼다.

참여감은 샤오미 내에서 샤오미닷컴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는 샤오미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리완창(黎萬强)이 쓴 책이다. (다른 곳을 찾아보니 리완창은 38세이다. 나는 37세인데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지 한 번 되돌아보게 해 주기도 하게 하는 책이다.) 


참여감의 중국어판 원본


책의 부제로는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이라고 적기는 했지만 이 책은 샤오미 산업의 전반에 대한 창의나 혁신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내용은 샤오미의 브랜딩과 마케팅의 방향에 있어서 고객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때 '참여감'이라는 이름을 보고 그 '참여'가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단어 '참여'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확히 그 참여가 그 참여였다. 사람들이 샤오미의 브랜딩에 관하여 기여하고 참여하는 부분을 다룬 단어가 바로 '참여감'인 것이다.


참여감의 발생이 브랜딩의 임파워먼트이며 참여감이 없는 브랜딩은 사상누각일 수 있다는 것이 리완창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인 듯 하다. 또한 실제적으로는 브랜딩과 마케팅의 방향에서의 샤오미의 참여감을 이야기하지만 되돌아 생각해보면 그 참여감이 결국 샤오미라는 회사를 이끌고 가는 전반적인 원동력일 수도 있는 것이다. 참여감을 통해 얻은 나름의 인사이트를 나만의 순서로 정리해 보았다.



샤오미 공개의 원칙


참여감을 느끼게 하려면 가장 먼저 어떤 부분인가가 열려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참여하고자 의지를 북돋아 주어야한다. 샤오미는 그 부분에 있어서 다른 기업 대비 전 프로세스가 열려 있는 경영을 하고 있다. 마케팅에 가까운 예로는 이벤트 추첨을 이야기하고 있다. 샤오미는 이벤트 추첨과정을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샤오미 커뮤니티에 올린다는 내용이 있다. 


샤오미 이벤트 공개에 대한 부분 (뒤에 보이는 아이들의 장난감들은 실수)


사실 이렇게 이벤트를 사이다 하게 공개하는 기업을 한국에서는 본적이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아무도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 가운데 '참여감'을 개입시키면 어떨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고 추첨을 해서 상품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주최측에서 주요 상품을 뒤로 빼돌린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내용들이 세상에 들춰져 뉴스를 통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비록 이처럼 안좋은 비공개들은 모든 비공개들 가운데 극히 일부일 수도 있지만 이벤트의 관점에서 우리는 고객이 궁금해 할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모두 알고 있음에도 암묵적으로 구지 그걸 고객에게 공개해야해?라는 관점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곤 한다. (나 또한 그래왔다.)


거기에 더하여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제 소스코드를 제외한 전 과정에서 고객의 직접적인 의견을 듣고 그 의견들이 수렴되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마치 고객들이 샤오미의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고객 자신의 기여가 있다고 느끼게 되는 가장 중대한 '참여감'을 얻을 수 있게 한다. 결국 공개의 원칙이야 말로 '참여감'을 위한 첫번째 원칙인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과정으로 제품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하면 그 의견을 수집 분류하는 등의 과정에서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실제로 의견은 좋지면 현실상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마케팅 비용 제로로 수렴하여 제품 경쟁력 확보


결국 마케팅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상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다면 회사가 번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부분에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샤오미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궁금증은 어떻게 그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그정도 품질의 상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것인가이다. 


참여감을 읽어본 결과를 통해 그리고 이미 많은 매체들이 다루었던 기사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샤오미는 제품을 만드는 비용 이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돈을 거의 쓰지 않는다. 마케팅도 그렇고 유통도 그렇다. 예를 들어 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 중 하나인 F코드(Friend Code)부터 돈이 들지 않는 방식이다. 새로 나오는 제품을 먼저 사용해 볼 수 있는 권한인 F코드는 샤오미가 이벤트 등을 통하여 특정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권리이다. 많은 중국 사람들이 샤오미를 써보고 싶어한다는 가정이 유효한 한에는 F코드와 같은 방식은 돈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 또한 역시 샤오미 제품에 대한 팬덤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방법이다. F코드를 발급받아 먼저 샤오미의 신제품을 써본 사람들은 분명히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그 제품에 대한 사용 경험을 전파할 것이기 때문이다.


샤오미의 토끼 캐릭터


미투 인형을 활용하는 전략 역시 마찬가지이다. 샤오미를 대표하는 토끼모양의 인형 캐릭터인 미투는 샤오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이런 미투 인형을 샤오미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행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격적인 가격으로 샤오미 오프라인 이벤트에서 미투인형을 풀어 놓는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식으로 미투인형을 풀어 놓는 행동은 원가가 낮은 인형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인형판매판으로도 아마 손해를 끼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평소 판매하던 미투 인형의 가격이 샤오미에게 영업이익을 가져다 주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설사 원가비가 조금 높다고 하더라도 미투 인형을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고객의 마음은 금전적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수치일 것이다. 내 손에 샤오미 폰이 들려 있지 않은 순간에도 미투 인형은 내 방에서 눈에 들어 올수 있는 법이다.


중국내에서도 충격적인 수준의 샤오미 제품 가격


결국 다른 비용을 제로로 수렴하고 제품 경쟁력을 위한 비용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며 그 안에서 과하지 않은 이윤을 책정하는 샤오미의 정책은 마케팅도 빛나게 하고 제품도 빛나게 하는 결과로 돌아왔다. (물론 샤오미 제품의 원천적 경쟁력을 국내 기업의 제품들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성비의 측면에 있어서는 그 효용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참여감과 팬덤의 사이


미투 인형 활용법 팬의 결과물은 항상 수집이다. 심지어 직원 포상도 미투 인형으로 하고 있다. 수집은 기본적으로 팬덤의 결과로 이어지는 행동이며 수집을 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팬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참여감의 핵심은 버즈를 통해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일반적인 샤오미 관심자들로부터 시작하여 샤오미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팬층까지 연결하는 다층적인 구조를 설명한다. 그리고 샤오미는 팬덤에 집중하였다. 팬덤이 있는 곳에는 결국 관심자들이 주변으로 뭉게뭉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행사를 많이 가져가는 것은 이와 같은 참여감과 팬덤사이의 전략관계를 확고하게 만들어 준다. 미팝 시상식과 같은 부분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오프라인은 참여의 폭이 제한적이다. 오프라인에 장소를 대여하고 누군가를 만다는 것은 참가자의 수를 제한되게 할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샤오미는 휴대폰의 판매조차 온라인에서만 하는데 오히려 마케팅 활동은 오프라인을 적극 활용한다. 이것이 바로 정곡을 찌르는 부분이다. 기존의 휴대폰 제조사들은 오프라인에 매장을 만들고 고객서비스 활동을 유도하고 상품을 직접 눈에 보이게 하였으며 마케팅은 온라인 쪽에 많은 투자를 하였는데 샤오미는 이와는 반대로 상품은 상품만 최고로 만들면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는 전제하여 오프라인 유통은 하지 않고 오히려 고객들과 친구 관계가 되기 위한 오프라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이미 성공하고 난 후인 지금에서 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처음 이런 아이디어를 냈을 때는 어불성설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런 아이디어조차 추진력을 가지고 밀어 붙힌 샤오미에게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가치와 기업문화의 공존


샤오미가 가지고 있는 마케팅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FUN이다. 휴대폰 집착남녀, 박스브라더스, 주사위놀이는 모두 예쁘거나 매우 세련되어 보이지는 마케팅법이다. 하지만 재미는 있다. 꼭 고급스럽지 않아도 퍼다나르게 되고 버즈가 되는 것이 샤오미의 키 마케팅 액션인 것이다. 


또한 샤오미에는 샤오미만의 문화가 있다. 샤오미 닷컴에서 구매오픈일을 앞두고 서버 폭주로 인한 다운 사태가 안일어 나기를 기원하며 향을 피운다고 한다. 서버를 증설할 비용이 없어 어렵게 기업 활동을 했던 샤오미 만의 문화인 것이다. 나는 이것을 보며 얼마전 '나혼자 산다'에 나왔던 힙합 랩퍼 도끼가 어려운 시절을 딛고 일어서고 그 시절을 이야기하고 자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카드를 빌려 허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랩퍼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결국 어려운 시절을 지나온 이들만이 그들만의 내공이나 철학 그리고 문화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샤오미는 가치 혼합적인 기업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노인이 손자 생일 선물로 샤오미 스마트폰을 사주고 싶어 할때 인터넷 뱅킹도 해 보지 않은 조인을 위해 한 직원이 자신의 인터넷 뱅킹계좌로 대신 노인의 스마트폰을 주문해 준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자포스가 떠오른다. 또한 사람들은 샤오미 폰을 보면서 애플을 따라 한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위의 두 가지 이야기는 분명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지만 좋은 방향으로 그것을 바라본다면 샤오미는 자포스와 애플과 같은 기업과 동일한 가치를 바라보는 기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리완창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책 표지부터 샤오미의 레이쥔(雷軍)의 이름이 두개나 적혀 있다. 첫번째는 서문을 레이쥔이 작성했다는 것이며, 두번째로 책 안에서도 인용되는 문구인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 라는 문구를 인용하였다. (사실 이 문구는 페이스북의 COO인 쉐릴 샌드버그가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졸업식 축사를 하며 말했던 "Get on a rocket ship."이라는 문구와 거의 유사한 뜻이기도 하다.) 샤오미는 유명하지만 리완창은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리완창


하지만 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참여감과 미펀제 그리고 샤오미 전체를 다시 곱씹으며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꼭 내가 이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리완창은 거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이다. 리완창은 이미 그를 '아리'라고 부르는 레이쥔만큼이나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 또한 그가 책을 내는 과정에서 레이쥔이 '아리 자네가 꼭 책을 써주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부분 안에는 'Zero to One'과 같은 책을 쓴 피터틸이나 제프베조스가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아마존의 역사와 성공을 기술한 'The Everything Store(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와 같은 책에 대한 로망이 있었을 것이다. 이미 그것은 달성된 것 같다.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이룬 성공을 훌륭한 책으로 적어내려간 중국의 IT기업의 존재와 리완창이라는 사람에게 찬사를 보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언제쯤 이런 유형의 책이 나올 수 있을지 목놓아 기다리게 되기도 한다. 혹은 내가 그런 책을 써 볼 수 있다면 더 없는 영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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