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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Aug 27. 2016

Oculus 미래를 잠시 만나다.

할일이 태산같은 VR산업

많은 이들이 미래 IT 산업의 중심에 VR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VR산업을 디바이스 영역에서 이끌고 있는 곳은 크게 3군데라고 할 수 있다. 홀로렌즈의 MS, 카드보드의 구글 그리고 오큘러스의 페이스북이다.


23억 달러 우리나라돈으로는 2조 5천억원에 해당하는 큰 금액을 들여 인수한 회사인 오큘러스가 만들어낸 VR 제품을 페이스북 코리아에 방문해서 직접 사용해 보았다.








오큘러스 룸은 페이스북 코리아의 사무실 한 구석에 따로 영역을 구분하여 자리잡고 있다. 일단 데모 룸은 두 곳이 있으며, 그 두 곳은 모두 방음시설을 통해 최적의 오큘러스 경험을 제공해 주도록 구성되어 있다.


오큘러스의 디바이스는 HMD(Head Mount Dispaly)인 리프트(Rift)와 두 손으로 나누어 쥐고서 콘트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터치(Touch) 그리고 리프트를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함께 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 X박스콘트롤러 그리고 동작 값을 받아주는 리시버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스북 오피스에서 만난 오큘러스 리프트가 일반제품과 달랐던 점은 터치 하드웨어가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과 (해외에서도 아직 미판매 제품으로 들었다.) 기존에는 리프트와 리프트용 리시버 하나로 구성된 하드웨어가 터치 덕분에 터치의 움직임을 인식하기 위한 추가 리시버가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리프트의 무게는 계속 쓰고 있기는 부담스럽지만 30분 정도 콘텐츠나 게임을 즐기기에는 크게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리시버가 인식하는 거리는 약 3평정도 남짓의 공간이며, 그정도 규모로 구성되어 있는 데모룸 안에서는 응답성이 매우 빨랐다. 통신규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응답성에 있어서는 큰 불만이 없었다.


터치는 양손의 움직임을 고려한 오큘러스만의 UX를 위한 별도의 디바이스였다. 이런 콘트롤 디바이스의 발전은 새로운 인터페이싱의 시대를 여는 가장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각된다. 기존의 듀얼쇼크 타입의 콘트롤러가 전형적인 카우치 포테이토형 콘솔게이머의 전유물이었다면 새로운 VR의 시대에 적합한 콘트롤러로서 개발일 것이기 때문이다. 터치는 양손이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를 G센서로 측정하는 듯 보였고 거기에 콘솔게이머에게 익숙한 버튼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었다. 터치 콘트롤러는 오큘러스 콘텐츠를 조작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하였다.










한편 오큘러스 리프트를 쓰고 나니 전체적인 전방 시야각은 거의 완벽히 가려졌지만 전방 180도 밖의 부분에서는 밖이 살짝 보였다. 그 정도의 시야각이라면 오큘러스를 체험하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사물에 걸려넘어지거나 하는 부분을 살짝 보완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콘텐츠 몰입도를 위해서 방음을 하거나 전방시야각을 거의 완벽히 커버하는 리프트 제품 덕분에 증강현실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부분은 좋았지만 리프트와 터치를 장착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실제로는 내 마음대로 작은 공간 안에서조차 거동이 어려운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다못해 시연을 도와주신 오큘러스 직원 분이 내 뒤에 의자를 가져다 주시고 자리에 앉히는것도 넘어질까봐 마음이 불안해져서 쉽지 않았다.


결국 증강되어있는 현실과 실제 현실간의 공간감각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듯 하다. 그 이야기는 최소한 당분간은 착좌 상태에서 진행하는 영화 등의 콘텐츠 감상이나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공간을 치워 놓고 즐기는 게임 콘텐츠까지는 괜찮지만 조금이라도 더 활동 반경을 넓히거나 인터페이싱을 위한 동작이 커질 경우에는 현재의 리프트가 아닌 다른 하드웨어가 필요해 보았다. 그리고 아마 같은 고민 끝에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 글래스를 만들어 낸 것이었을 것이다. 구글 글래스 역시 성공하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서 미래의 VR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구글 글래스의 중간 지점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디바이스 그리고 VR을 즐길 수 있는 컨텍스트 (공간, 레이아웃) 등이 오큘러스의 성공을 좌지우지하기 위한 절반의 요인이라면 콘텐츠는 아마도 나머지 절반의 요인이 될 것이다. 심지어 실제로 VR이 이제 막 도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을 것이다.




일단 콘텐츠를 크게 두가지 기준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첫번째는 장르의 부분이다. 지금 현존하는 VR콘텐츠의 장르는 딱 두 가지이다. 영상 아니면 게임! 그런데 그나마 게임 역시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장시간 감상을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당연히 아니며 게임 인트로 영상과 같은 타입이 많으며 혹은 교육용 영상으로 인체를 탐구하거나 하는 등의 콘텐츠가 많아 보인다. 아무래도 VR이라는 기술의 장점이 증강된 현실 안에서 360도 를 돌아보며 체험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면만 바라보면서 감상을 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는 최적화된 기술이 아닌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 부분은 시청 주체의 시야각이 고정되 있는 환경 안에서의 3D 기술이 더 적합해 보인다. 

양극화의 두번째는 콘텐츠 가격에 대한 부분이다. Rift의 가격은 보통 몇만원대이다. 오큘러스 사이트에 가면 알 수 있듯이 기어VR의 콘텐츠는 몇천원대 인것에 비해 Rift의 콘텐츠는 육만원 칠만원 수준도 있다. 일단 오큘러스 디바이스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거기에 타이틀 몇개를 사면 바로 수십만원을 더 써야 한다면 과연 이 디바이스가 빠르게 확산 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생긴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식이라면 금새 크랙버전의 블랙마켓이 생기는 것도 순식간일 것 같다. 용산을 가득 채웠던 콘솔게임 타이틀들의 해적판 판매업자들이 VR의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https://www.oculus.com/experiences/gear-vr/




비록 위의 두 가지 이슈에 비해서는 덜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VR이라는 콘텐츠가 워낙 그래픽적인 무게감이 있어서 용량 자체가 작지는 않다는 부분 역시 이슈가 될 수 있다. 먼저 오큘러스 룸에서 처음 감상했던 

Showdown이라는 게임 인트로 영상의 경우는 영상의 크기가 1.29G였다. 이정도까지는 VR콘텐츠를 로딩하는데 버퍼링이 없었지만 이후에 시연하였던 몇 가지 게임이나 영상에서는 작은 버퍼가 있었다. 제대로된 풀 콘텐츠라면 5~6기가는 훌쩍 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PC기반의 환경에서 하드웨어가 버텨줄 수 있는 한계보다 콘텐츠의 크기가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집에서 즐기려면 최신 세대의 코어 i7과 8G이상의 메모리와 SSD는 필수로 보였다. 한편 이런 아쉬움때문에 콘텐츠의 퀄리티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어VR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VR산업의 성패는 그래픽 품질 대비 적은 용량을 구현하기 위한 압축기술과 제작 단가의 하락이나 유통구조 변화를 통한 콘텐츠 가격 하락이 필수적으로 보였다.








오큘러스는 VR환경을 구현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제품을 만들어왔고 그 시제품들이 오큘러스의 역사를 당당하게 증명하듯이 오큘러스 시연룸 옆에 전시되어 있었다. 한 줄에는 오큘러스 제품들이 그리고 다른 한 줄에는 기어VR 제품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최초의 오큘러스 제품은 역시 투박해 보였다. 데이터의 인풋을 받는 수신부 역시 PC와 유사한 형태로 RGB포트, DVI포트 그리고 HDMI포트가 보였다. 우리는 오큘러스의 첫 시제품이 무선이 아닌 선과 선이 연결되어 있는 디바이스였을 것으로 쉽게 추정해 볼 수 있다.














오큘러스는 우리에게 혹은 우리의 미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오큘러스를 쓰기 전에 내가 예상했던 VR의 미래는 크게 세 가지에 있었다. 


그 첫번째는 게임이다. 게임은 2D에서 3D로의 전환이 가장 용이하고 필요하며 즐기는 시간 자체가 일반 영상물에 비해서 짧아 Feasibility가 높은 영역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게임 산업은 금전적 투자가 많이 그리고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VR의 성공을 충분히 점칠 수 있다.


두 번째는 학습 콘텐츠이다. 예를 들어 신체 혹은 우주와 같이 직접 가 볼 수 없는 곳에 대한 학습을 위한 시각적 콘텐츠라던지 운전면허연습과 같이 실제 환경과 비슷한 가상의 환경이 필요한 분야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성인용 콘텐츠이다. 이 부분은 설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세가지 영역에 있어서는 VR기술이 멀지 않은 미래에 상용화 될 것으로 생각되었었다.


그런데 오큘러스를 직접 써보고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단 실사가 적용된 콘텐츠가 많지 않고 실사가 적용된 콘텐츠 가운데 과거 일반 영상을 증강시킨 경우에는 Reality가 지나치게 떨어진다. 결국 VR의 성공은 Animated 콘텐츠가 아닌 실사의 영역에 있다고 보는게 그 부분의 발전이 얼마나 빠를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학습 콘텐츠의 경우도 역시 Reality 문제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 VR의 세계는 지나치게 인공적인 체험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운전 교육과 같은 콘텐츠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오락실에서 자동차 게임을 하는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Reality를 VR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가상적 실감'과 '실제적 실감'의 차이는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제품 가격의 이슈이다. 제품 즉 디바이스의 가격에 있어서는 구글 카드보드는 확산에 어려움을 겪지 못했다. 다만 카드보드는 굉장한 멀미와 시력 등의 이슈에 대해 충분히 큰 우려를 남겼다. 기어 VR역시 오큘러스 리프트 대비해서는 화면 해상도 등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슈가 있다. 이에 반해 오큘러스 리프트는 제품 자체의 성능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저정도 디바이스를 약 70만원을 들여서 사는 것은 요즘 같아서는 쓸모가 그리 많지 않은 아이패드를 50~60만원 주고 사는 것보다 힘든 결정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콘텐츠에 대한 가격일 것이다. 심지어 MS의 홀로렌즈의 경우는 훨씬 더 대단해 보이는 데모 화면을 제공하고 있지만 과한 가격에 걸맞는 과한 기술이 아닌가 싶다. 우리에게는 VR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정 가격과 적정 기술이 필요하다.




내가 꿈꾸는 VR의 미래에는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쇼핑 중에 마음에 드는 옷을 장바구니에 넣어 VR로 피팅해보는 실질적 증강현실 UX가 있다. 그런 미래에 대한 느낌을 맛만보듯이 시식하기는 했지만 아직 갈길은 너무 멀어보인다. 아직 미래의 문은 아주 조금 열리기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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