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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Aug 29. 2016

내읽책_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라고 알려진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다. 그리고 또한 소설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라면 '상실의시대(노르웨이의  숲)'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을 읽었다. 그가 썼던 수 많은 책들 가운데 극소수만을 읽은 셈이지만 어쨋든 그의 책을 읽어보았다고 할 수 있다고는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책이 모두 동일한 수준으로 놀라운 감동을 주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를 들어 나는 '1Q84'에 비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더 나았고, 당연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 비해서는 '상실의시대'가 좋았다. 물론 이런 것은 당연히 개인의 취향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의 범주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느새 환갑도 넘은 나이가 지긋한 소설가가 되었다. 그리고 어떠한 결심인지 그가 소설이 아닌 책을 출간하였다.





에세이! 에세이란 개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산문형식의 글이다. 즉 허구가 아닌 내 생각에 대한 표출인 것이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30518&cid=41799&categoryId=41800



하루키는 에세이라는 장르를 빌려 그간 소설가로서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살짝 되돌아보기도 하고 아울러 소성르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자신만의 노하우나 생각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노하우나 생각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자신에게만 해당할 수 있는 방식들이라는 전제를 걸어 놓는다. 그런데 실상 그것들이 그렇지 않다. 하루키가 이야기하는 노하우나 생각들은 1차적으로 당연히 미래에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꼭 소설가가 장래희망이 아니더라도 그냥 21세기에 꿈을 가지고 살아 가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기 때문이다.








주된 내용 가운데 내가 가장 크게 느끼고 자극을 받은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1. 소설이 매우 특별한 사람이 쓸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소설이란 각자의 삶속에서 적절한 수준의 이야기로 쓰일 수 있다. 다만 다를 수 있는 부분은 출간이 될 수 있는가 없는가 혹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가 없는가 정도이다. 즉 소설은 노력이 수반되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소설을 쓴다고 해서 천재이거나 한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루키가 천재가 아니라면 그의 결과물들은 더욱 존경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2. 운동을 해서 몸을 건강하게 하고 그렇게 건강해진 육체 안에서 건강한 창작이 동반된다. 그런 이유로 하루키는 꾸준히 달리기를 한다. 그리고 그 루틴을 어기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도. 나도 몸을 건강히 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3. 장편소설을 쓰는 것은 오랜 시간의 투자가 필요하고 힘들지만 시간을 만들어내어 장편소설을 써낸다. 그리고 그로 인한 성취를 가진다. 이 또한 또 다른 루틴에 대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그가 글을 쓰는 방식은 결코 외부의 Input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의 Input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덕분에 돈을 쫒는 글을 썼다면 더 부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더 좋은 글을 쓰고 있는 하루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돈을 쫒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말처럼 쉽지는 않다.


4.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왜 하루키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을 등장시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가장 쓰기 쉬운 나와 비슷한 연배의 캐릭터를 등장시키지 않음으로 인해서 가장 현실타협적이지 않는 적극적인 필자의 입장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실로 대단하다. 그런 그의 정신은 영어 원서를 일부러 읽기 시작하고 영문서적에 대한 번역가로 활용을 하는 쪽으로도 연결이 된다. 하루키는 그냥 쓰기 쉬운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닌 것이다.


5. 왜 구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해외로 나간다. 즉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무도 미국시장에서 일본 소설을 적극적으로 출간하는데  큰 관심이 없더라도 자신만은 자신의 글이 다양한 민족과 지역 (특히 미국의 동서부에서 동시에 자신의 책이 읽히고, 이런 영향이 영어권에서 유럽권으로 흘러가는 부분에 대해 하루키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쓰면서도 자신의 가졌던 뿌듯함을 글을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과 국가에서 읽히는 것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시도하는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대단한 시도이다. 그리고 결국 그만큼 그의 글이 좋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시도를 하는 사람은 인류 안에서도 영역을 불문하고 소수의 사람들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책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그간 하루키가 틈틈히 에세이 형식으로 써왔던 작은 원고 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 글은 과연 그냥 에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이 책은 에세이이면서 동시에 지침서이고 자기개발서이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겨우 하루키의 삶에 대한 감상 뿐은 아니기 때문이다. 꿈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그리고 나이가 젊으면 젊을수록 이 책은 읽어보아야 할 가치가 높다. 조훈현 9단이 썼던 '고수의 생각법'과는 좀 다른 표현방식의 글이면서 동시에 더 많은 생각이 남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양을 쫒는 모험'이나 '1973년의 핀볼'과 같은 그의 대표작을 더 읽어봐야겠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하루키 선생님을 만나서 꼭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나 역시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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