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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Sep 14. 2016

내읽책_러시아여행자클럽

네명의 남자가 떠난 러시아 여행을 두명이 글로 쓴 이야기

러시아 여행자 클럽? 여행가이드북인가? 그렇다고 보기엔 제목이 좀 이상한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여행에 대한 내용이지만 가이드북이 아니고 러시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러시아 자체를 묘사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았다. 여행은 4명이 떠났지만 4명의 주인공이 모두 저자는 아니다. 그 가운데 2명의 여행자가 책을 썼다.


이런 독특함이 있는 책이 바로 '러시아여행자클럽'이다.








여행은 러시아로부터 시작되지만 러시아만 거치지는 않는다.

그들이 지나간 경로는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브루크, 헬싱키 차례이다.



모스크바는 그들의 기대에 비해서 매우 좋았던 곳이고, 상트페테르브루크는 기대했던 만큼 좋은 곳이었고 헬싱키는 생각했던 모습 그대로였던 느낌으로 전달 된다.


하지만 지나가게 되는 도시들은 이 책을 거들뿐 이 책의 핵심은 아닌듯 하다. 이 책의 핵심은 오히려 떠난다는 용기와 외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머무르는 곳들에 대한 개개인의 감상과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다.


주된 이야기의 전개는 일상적인 여행기와는 다르게 좌충우돌의 일상을 담고 있다. 즐 감동깊게 본 박물관이나 전시관 혹은 공연장에 대한 스케치와 이야기가 아닌 저렴하게 공연을 보고 싶어서 암표를 노리다가 엄표상이 아닌 사람에게 암표 티켓을 묻고 결국은 그렇게 몇 일 동안 헛물을 켜다가 티켓을 사지 못한 이야기와 같은 에피소드 중심이다. 즉, 우리가 러시아에 여행을 간다고 하여 참고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대신 내가 러시아에 직접 갈 수는 없지만 직접 러시아에 다녀온 친구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듣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이런 조곤조곤함은 매우 빠른 독서 스피드를 불러온다. 정말 책장이 바로바로 넘어간다.








사람들에 대한 묘사 역시 이 책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길을 오고가며 만난 러시아사람들 그리고 더하여 직접 인터뷰 형식으로 대화를 뽑아낸 부분들 마지막으로 러시아 여행 중 만난 최고의 귀인인 상트의 민박집 아주머니까지...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책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삶을 글로 써내려간 수기가 같은 느낌의 책이기도 하다. 추가로 일상을 내던지고 다시 러시아를 찾은 4명의 여행 동지 들의 서로 다른 캐릭터에 대한 묘사와 그들이 어떻게 융화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들은 책을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소설처럼 굉장히 디테일하지 않아도, 인터뷰처럼 매우 빡빡하지 않아도 그냥 있는 그대로 좋은 나름 생동감 있는 사람들의 묘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상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책 안에 들어 있는 사진들이다. 우선 책 안에 있는 사진들은 아마도 모두 4명의 여행동지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런 사진들 중에서는 중요한 건물들과 (이름 넣 등은 색감과 구도 모두 매우 훌륭한 사진을 찍어 책에 넣었고 그 외에도 여행 내내 찍은 꽤  많은 사진들을 책 속에 담았다. 그런데 그 가운데 몇몇 사진은 사진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책 안에 넣어 두었는데 아마도 그런 사진의 크기의 차이는 이야기 흐름상에서 그 사진의 중요도와 매치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정말 구지 꼭 그 사진을 보지 않아도 되는 사진들의 경우는 정말 작은 크기로 책 안에  넣어졌다. 보통은 그렇게까지 작게 이미지를 넣는 부분에 대해서는 책 안에 구지 넣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사진들을 작가의 의도대로 넣은 것이라면 이 책은 정말 필자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느낌은 글의 전개나 표현 방식에도 묻어나 있다.  


그런 부분들은 과연 여행을 갈 멤버를 설득하기 위해서 먼저 출판기획서를 만들고 출판사를 미리 확정지어버리는 노력과 뚝심의 연장선이아닐까 싶었다.








거기에 연결되어 에필로그에는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살짝 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열정 혹은 희열에 대해 러닝을 하는 사람이 아드레날린을 느끼는 Runner's high와 유사하게 Writer's high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물론 땀을 흘리며 달리는 사람처럼 육체적 행동이 그 아드레날린을 견인하지는 않지만 작가 역시 자신이 원하는 형식의 글을 완성하여 나가면서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실상 작가의 High는 그 과정보다는 책을 혹은 글을 다 완료하고 나서의 성취감에 있지 않나 싶다. 그 부분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Runner와 좀 더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는다고 러시아에 여행을 가게될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이 저자들이 그리고 여행자들이 떠나는 다른 여행에 대한 글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다. 러시아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필요할때 일상을 탈출하고 그 경험을 재미있게 엮어낼 수 있는 그들이 썼기 때문에 이 책은 특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 곳이 어디든지 그들의 특별한 여행 이야기는 또 다른 나라와 장소의 경험을 빌려 다시 한 번 나와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단 그렇다고 그들이 전문 여행작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한 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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