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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Sep 02. 2016

카카오는 어떻게 위기를 빠져 나와야 할까?

선택과 집중에 대한 기로에 놓이다.


카카오가 위기를 겪고 있다.


참고 글 : http://www.fnnews.com/news/201608161550550643


단적으로는 수치가 문제다. 카카오의 유동부채는 작년 말을 기준으로 3,160억 원이었으나 그 규모가 최근 7,156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빚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한 O2O사업을 확장한 것이 이런 결과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16년도 2분기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765억 원과 266억 원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더 문제다. 깜짝 발표를 통해 인수했던 로엔이 약 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로엔을 제외한 카카오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86억 원 밖에 벌지 못하였다. 카카오는 게임이 한참 잘나가던 2014년만 하더라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809억 원이었다. 분기 별로 거의 비슷한 영업이익을 냈다면 약 400억 원씩이었다. 로엔을 인수한 2016년에 비하여 약 1.5배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인 것이다. 이 정도면 장부상 하락세가 너무 빠르다.









왜 이런 하락세가 생겨났는지 상세하게 보기 전에 우리는 ‘과연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고 나서 시너지가 난 것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주변에 다음은 거의 사라졌다. 워낙 오래전부터 확고한 포털 사이트로서 입지가 다져져 있던 http://www.daum.net/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다음 서비스가 사라졌다. 그들이 건재했든 그렇지 않았든 클라우드, 마이피플 같은 서비스들은 아예 사라졌고 카페나 메일은 유명무실해졌다. 그 의미는 다음이 가지고 있던 비즈니스들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음을 희생하고 전개한 카카오의 사업들이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이다. 그 전면에는 O2O를 비롯한 카카오의 미숙아 서비스들이 있다. 대부분은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거나 혹은 뇌사판정을 받을 예정이다. 자고로 플랫폼 사업은 양면시장과 같은 사업영역의 플랫폼 형태를 이끌어내고 엮어서 그 형태가 스스로 잘 움직일 때 돈 버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슬프게도 대부분 카카오가 하는 O2O는 그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서 다양한 스타트업을 인수해 체질개선을 시도하며 기존의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았음에도 결국 무너진 야후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카카오 사업들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카카오의 대표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아직 건재하지만, 카카오스토리는 쓰러졌다. DAU가 무척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다음카페를 비롯한 다음 서비스들은 네이버에 완패당했다.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 유통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네이버와 같은 다른 플랫폼 플레이어나 혹은 레진코믹스 같은 서비스을 압도하고 있지는 못하다. 어차피 정해진 시장 파이 안에서 그들을 뒤집지 못하면 지속적 시장확대는 어려워 보인다. 거기에 카카오스타일과 같은 커머스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오히려 수익 모델이라면 카카오프렌즈와 같은 캐릭터 산업이 명확해 보인다. Rovio가 게임은 점점 하락세를 보여도 영화로 큰 수익을 노렸듯이 말이다.



한때 게임유통은 카카오를 지탱하던 힘이었지만 이제 게임개발사 및 유통사가 힘의 균형을 엎어버린 영역이다. 이제 역전은 어려워 보인다. 현재 그나마 잘 진행되는 부분은 O2O의 영역이다. 활성화는 되어 있지만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카카오택시와 키즈노트가 눈에 띈다. 결국, 적절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O2O사업에는 명분이 없어진다.


금융 산업 역시 쉽지 않다. 간편결제는 경쟁자가 너무 많고 마케팅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든다. 과연 이 사업이 수수료로 돈을 벌고 마케팅으로 비용을 지출해서 플러스가 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카카오 뱅크는 그다지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서 기존 은행이 오프라인 매장을 없애는 속도가 더 빨라 보인다. 차라리 P2P 금융업체가 인터넷 제2금융권이 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시간은 분명 카카오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패스(Path)는 인수할 당시에 가지고 있었던 큰 기대에 비해서 아직 어떠한 비즈니스적인 기여도 없어 보인다.








카카오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겠지만 내 생각에 카카오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회사를 표방하는가를 정의하는 것이다. 즉 회사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어떤 회사라고 할 수 있을까? 예전의 다음이라면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포털 서비스 회사라고 명백히 이야기 할 수 있다. 하지만 카카오는 어렵다. O2O 회사? 포털회사? 메신저 회사? 무엇 하나 딱 부러지지 않는다.


카카오처럼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던 다른 회사들을 한 번 살펴보자. 배달의 민족은 지점과 지점을 직접 연결하는 P2P 유통 및 배달 플랫폼 기업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쿠팡은 IT를 기반으로 쇼핑몰 사업과 유통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카카오TV, 다음뉴스, 플레인, 카카오스타일, 뱅크월렛 카카오처럼 최근 등장하는 카카오 서비스는 카카오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경쟁사에 대항하기 위한 대항마 느낌만 있다. 최근 내 놓은 B급 문화 서비스인 SSUP역시 마찬가지이다. 'SSUP같은 서비스가 카카오에 어떤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지?’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가 어렵다.


라인은 카카오의 경쟁회사였다. 그리고 최근 상장을 하였다. 그 둘 가운데 과거의 승자는 두말할 것 없이 카카오였다. 지금은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라인은 방향을 정하고 글로벌로 달려가고 있다. 가벼운 몸으로 말이다. 그런 라인의 뒤에는 라인을 분사시킨 네이버가 있었다. 네이버는 라인과 캠프모바일을 분사시켰다. 캠프모바일은 최근 스노우를 분사시켰다. 이 모든 것이 카카오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서비스가 소중하지만 서로 시너지를 내지 못한다면 꼭 전부 안고 있을 필요는 없다. 카카오에게 또 하나의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기로에 서 있는 카카오가 이제 어떤 반전을 보여줄 것인지 나는 아직 기대하며 기다린다.





* 이 글은 허브줌(hub.zum.com)에 게시된 글입니다.

http://hub.zum.com/aquaterra/5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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