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의 두번째 발견
혁신은 산업을 자극하였다. 아마존과 애플 그리고 구글이 만들었던 것은 지난 15년여의 시간 동안 진정한 창조경제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 혁신의 경쟁이 수그러드는 지금 시대의 경쟁은 충격적인 혁신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조금씩 슈퍼노멀의 경쟁으로 접어들고 있다.
제조의 기술은 정점을 찍었다. 누구나 경고를 하고 있듯이 제조기술이 정점을 찍으면 이후 남는 경쟁은 바로 Cost경쟁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전방위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중국 등으로 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물론 더 장기적으로는 인건비가 낮을뿐 아니라 프로그래밍의 능력 등에서도 높은 레벨을 보여주는 인도가 또 다른 우리 미래의 장애물이 될지도 모른다.
'가격경쟁을 할수 없다.'라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가격이 아닌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아닌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브랜드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키가 신생 스포츠 의류 브랜드들과 가격경쟁을 하고 있지 않듯이 말이다. 물론 IT의 영역은 스포츠 의류 브랜드 산업에 비해서 브랜딩 파워보다는 제품 그 자체가 훨씬 중요하다는 차이점은 있지만 말이다.
어쨋든 그걸 다시 뒤집어 보면 가격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업체가 브랜딩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타격이기도 하겠지만 다시 또 뒤집어보면 IT영역은 즉시 좋은 제품을 만들면 얼마든지 시장 점유율을 최대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IT산업에서 그만큼 브랜딩의 입지는 매우 오묘하다.
그런점을 고려하면 최근 여러가지 품질 이슈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서 속도 경쟁을 피하라는 일부의 조언들은 분명히 일리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속도 경쟁이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요소일까? 최고의 IT 기술은 기술수용주기 이론 상에서 Innovators와 Early Adopters를 흡수하는 촉매역할을 하여 그 팬심이 매출의 몸통과 꼬리를 흔들기 때문에 또한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부분임이 분명하다. 결국 과속기술경쟁을 재점검하라는 조언은 철저히 결과론에 입각한 즉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에 불과한 것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14&aid=0003721011
우리는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그리고 깊숙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과속 기술경쟁'을 의미없는 숫자 경쟁이라고 구체화하여 말이다. 의미없는 숫자 경쟁은 수 많은 일반 소비자들이 객관적 진실의 관점에서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될 수록 그 의미가 퇴색된다. 사람들이 숫자로 포장된 마케팅에 잘 현혹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계는 롤렉스, 자동차는 벤츠'라는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벤츠는 오랫동안 스포츠 세단의 최정상에 대한 경쟁에 있어서는 경쟁 회사라고 할 수 있는 BMW의 M에게 AMG는 항상 밀려있었다. 분명 C63AMG가 엔진 배기량, 마력 그리고 직빨 가속력 등 수치적인 모든 부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도 사람이 느끼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만족감은 그런 숫자로 100%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느낌이고 구술로 퍼져나가는 법이다. 예를 들면 노크코드와 같은 기술이 모바일에서는 그런 범주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모바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아무리 빠른 AP와 큰 저장공간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중국폰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숫자가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숫자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결론은 그야말로 과속의 기술경쟁은 금물이지만 빨리는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 더하자면 결국 안전한 과속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서 갤노트가 잡지 못했던 것은 바로 품질마저 철저하게 확보된 안전한 과속과 같은 기술경쟁 말이다.
한때 Six Sigma나 100ppm과 같은 품질에 대한 용어들은 신과 같이 모셔졌지만 그들은 이내 품질 담당자 고유의 땅으로만 남게 되었다. 오래 전 도요타를 시작으로 많은 기업들이 품질을 회사 내의 가장 큰 가치로 품질을 대두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통계적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품질관리 업무가 거대 기업의 방향성 그 자체가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품질'이라는 단어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시대를 지나면서 품질의 한 번 재발견하기는 하였다. 품질로 승부하여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부분으로 말이다. 도요타가 그렇게 성공했음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품질은 그렇게 한 번 유행했다.
이제 다시 품질에서 혁신으로 혁신에서 슈퍼노멀의 경쟁으로 돌아온 이 경쟁의 끝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그런데 그 품질은 앞서 보았던 품질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단순한 공정상의 품질이 아닌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상의 전반에 대한 품질이 이제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빛보다 빠른 타키온이 되어서 우리의 소비자가 미래에 느낄 제품 품질까지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모듈형으로 혁신의 박수를 받았던 제품도 유격이슈로 인해 실패할 수 있고, 홍채인식으로 혁신의 선두주자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로 알았던 제품도 전량 수거되는 현재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품질 경쟁의 2라운드에 서 있다.
아는 사람은 모두 알 것이다. 자동차에서 엔진마력이 결과 휠마력과 다르고 휠마력이 결코 코너링 능력과 다르며 코너링 능력이 제동 능력과 별개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한 대의 차량의 품질을 이야기 한다. 어떤 것은 수치적 가치이며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자동차의 품질이듯 모든 것의 품질이 이시대가 원하는 품질인 셈이다.
누군가는 여전히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3.5파이 이어폰 잭을 사라지게 하거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휘어지는 디바이스를 만들듯이 말이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지금 현재는 슈퍼노멀 제품의 시대이다. 즉 혁신 침체기 속에서 경쟁자에게 반발짝 앞서는 강력한 노멀이 이기는 시대이다. 물론 곧이어 언젠가는 이 시대 역시 과거 멀티터치, 앱스토어 혹은 아마존의 원클릭과 같이 종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혁신을 만나게 되겠지만 그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어 보인다. 그 아련한 먼 미래가 오기전까지는 적당한 수준의 기술경쟁과 품질이라는 두 단어가 IT 경쟁의 중심축이 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우리가 맞닿아 있는 품질의 두번째 발견 혹은 두번째 품질경쟁의 시대에서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