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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Oct 05. 2016

내읽책_1973년의 핀볼

하루키 초기 작품에 대한 감상

1973년의 핀볼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댄스'와 함께 하루키의 초기 작품으로 꼽히는 소설이다. 더욱이 내가 가지고 있는 '1973년의 핀볼'책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와 함께 한 권으로 나온 책이기도 하다.








핀볼은 게임의 이름이다. 보통 나이가 조금 있는 사람들은 오락실과 같은 곳에서 물리적인 기계로 즐겼던 핀볼에 대한 기억이 있고 그 이후 세대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에 있던 핀볼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는 윈도우 핀볼을 즐겼던 세대이다. 그 이후 세대에게 핀볼은 어떻게 기억될지 혹은 전혀 관심이 없고 모르는 단어인지 모르겠다.







어쨋든 나 역시 핀볼을 열심히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핀볼은 콘트롤과 몰입의 게임이다. 게임중에 여유는 없지만 고득점의 루틴과 단계 진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테트리스와 같은 게임보다는 훨씬 시나리오 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즉 핀볼은 우주를 여행하는 여정이 있다. 윈도우의 3D핀볼의 경우는 임무가 부여되고 그 임무를 완수해 감에 따라 점수가 오르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핀볼이 이 소설에서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는 '1973년의 핀볼'의 내용이 시간이 교차하는 구조 속에서의 긴 이야기 흐름을 가지고 있고 그 가운데 나타나는 애정관계의 여성이 바로 핀볼 기계와 함께 주인공이 동질시하는 대상존재가 아닐까 싶다. 그 둘은 모두 우연히 만나게 되어 마음을 주게 되었고 또 역시 마지막 여운을 남기며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 들인다. 즉 핀볼은 주인공 쥐가 사랑했던 대상에 대한 간접적 표현이며 동시에 사람 간의 사랑이 비어 있는 시기에 쥐의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핀볼과 대화를 하는 듯한 장면들은 모두 이런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자 쌍둥이의 존재 역시 핀볼에 대한 간접적 표현이기도 하다. 실제로 핀볼은 두개의 레버를 가지고 조작하는 기본적인 성질의 게임이다. (물론 3D핀볼의 경우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의 경우 가운데로 공이 빠지려고 할때 흔들기 등의 고급 기술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긴하다.)


어쨋든 이 두개의 레버와 함께 움직이는 것 그리고 골프장과 같은 곳에 갈때도 함께 꼭 가야 하는 규칙 등은 핀볼 기계의 물리적 의미를 사람으로 형상화 한 셈이다. 쌍둥이가 가지고 노는 배전반 역시 핀볼의 물리적 기계의 특징을 함께 드러내 준다. 즉 쌍둥이는 게임 속의 레버의 움직임 다시 말해 행동하며 교감하는 사랑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소설 속에 주인공은 쌍둥이와 함께 육체적 사랑을 나누곤 한다. 그리고 쌍둥이 역시 주인공이 핀볼과 이별을 하고 여자와 이별을 하듯이 소설 속의 그 부분 즈음해서 스스로 발을 떼어 주인공과 헤어졌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핀볼은 사라져간 것, 과거의 사랑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소설 속의 소재들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어서 구글링을 통해서 열심히 '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 이라는 핀볼 머신을 찾아 보았다. 하지만 일단 소설 속에서 '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이라는 모델을 만든 것으로 적혀 있는 '길버트앤선즈'라는 회사는 전혀 그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일부 '1973년의 핀볼'에 대한 글을 쓴 사람들은 나처럼 '스리 플리퍼 스페이스십'과 '길버트앤선즈'에 대한 정보를 찾았는데 그 가운데 가장 정확한 정보로 여겨지는 글은 다음과 같다.


 


http://phantom3115.tistory.com/45




아무튼 실존하는 존재와 실존하지 않는 회사의 결합 실제 비슷한 흐름의 역사를 가진 기계와 회사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로 꿰어내는 소설가의 능력이 꽤나 돋보였다.








핀볼은 고독한 게임이다. 그런 고독을 표현하는 소설인 '1973년의 핀볼'은 지금의 하루키에 비해서 조금은 덜 여물어진듯한 이야기의 전개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루키의 느낌은 잔잔하게 남아 있다.


'양을 쫓는 게임'을 또 찾아 읽어보고 조금 더 하루키의 세계로 빠져들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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