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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Nov 03. 2016

내읽책_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거의 30년 전에 가까운 감성으로  풍덩

같은 회사의 동료가 책을 샀다. 책 이름은 '사서함 11호의 우편물'

그리고 무심코 빌려서 읽었다. 5박 6일의 제주도 여행기간 중 둘째날 책을 펼치기 시작하여 다섯째날 책을 덮었다.


책을 덮고 나니, 조금은 감성적인 내가 되어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책의 제목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서함' 그리고 '우편물' 이 두 가지는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젠 예전만큼 쓰지 않는 것들이다. 특히 사서함은 '영등포구 여의도동'이라는 특정 지역과 이어져 생각되는 단어이다. 바로 라디오를 듣는 청취자들이 각 방송별 사서함으로 사연을 보내고 그 사연들이 라디오 전파를 타고 날아가기 때문이다. 전혀 의도하지 않게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사서함 번호를 외우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최소한 나와 동년배이거나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결국 사서함에 담겨 있는 우편물들은 대부분 독자의 편지들인 셈이다. 이제는 인터넷의 발달로 예전만큼 많이 쓰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책 속에서 라디오 방소국의 사연을 보내는 이가 한 명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인 이건 PD의  할아버지인 이필관 옹이다. 그 부분에서 난 사실 이 책의 숨은 주인공이 진솔과 건이 아닌 이필관 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의 젊었을 적 사랑 그리고 나이가 지긋이 들어버리고 나서 과거의 사랑을 돌아보는 모습 등이 진솔과 건의 사랑만큼이나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이 그렇게 오래 전에 쓰였는지 전혀 모르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매우 현대적이지 않은 느낌은 글 안에 담겨 있는 소재 속에도 있었지만 나도 모르는 문체의 느낌 속에서 글이 올드한 느낌으로 쓰였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그 올드함은 오히려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에게 담담하고 읽기 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1989년의 나는 국민학교를 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의 세상을 생각해 보면 자동차가 많지 않았고, 꼬마 선인장 세트는 5,000원이면 살수 있엇고, 남양주는 시골처럼 느껴졌다. 비록 응답하라 시리즈만큼 의도적으로 과거의 감성을 자극해주는 느낌은 없지만 난 오히려 이 편이 더 편안하고 좋다.









결국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법이다. 그런 사랑을 담고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은 정작 주인공들이 왜 서로에게  빠져들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어느날 그가 보였고 그녀가 보였을 뿐이다. 몰랐는데  설랬고, 걱정은 했지만 나도 모르는새 사랑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게 훨씬 더 솔직한 사랑으 모습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사랑에 확신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그런 사랑에 힘들어 한다. 확정적인 말이 없이 믿어주길 바라는 남자와 남자가 흔들리는 것을 알지만 묵묵히 그 사랑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여자의 모습은  내가 해보지 못한 사랑이 아닐까 싶어 더 부러워진다.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판과 쇄를 발행한 이책 그리고 꾸준히 자신의 오래된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글을 써 놓았다. 1989년도에 쓴 글에 대해 2016년도에 감사의 글을 쓰게 되는 작가와 그 책을 2016년도에 알게되어 읽게되는 독자 이 그림이 너무 좋아 보인다.


89년의 진솔과 건, 그리고 애리와 선우, 이필관 옹 덕분에 가슴이 촉촉해지고 한껏 감성적으로 변하게 되는 추운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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