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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Nov 21. 2016

내읽책_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삶과 죽움은 딱 잘려 있는 서로 다른 사분면인가?

책의 제목은 3가지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1. 베로니카, 2. 죽음, 3, 결심


그 세가지는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이 책을 읽는 내내 곱씹어 보았다.








1. 베로니카에 대한 이야기


첫 번째 단어인 '베로니카'는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 이름을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치환하여 이 책을 읽었다. 이 책 안에 베로니카가 쳐해 있던 상황들을 살펴보면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인해 고림됩, ⓑ 이룰 수 없는 꿈 때문에 고립됨, ⓒ 결국 평범함과 남들의 바람을 따라가다 결국 모든 영혼이 고립됨으로 이어진다.


그런 그녀가 사랑을 느끼는 대상인 에두아르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역시 충분히 윤택한 환경안에서 아이러니하게 스스로 고립이 되어 간다. 그리고 그 외로움과 고립됨으로 진행되는 현상을 파울로 코엘료는 매우 자세히 서술해 주기도 하고 있다.


또한 파울로 코엘료는 그런 외로움이나 고립됨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정신적 혼란과 질환적인 증상에 대해서 그것을 보통 사람들이 인식하는 바와 같이 지나치게 뚜렷히 질병으로 비추어 글로 써내려가기보다는 남과 다른 나의 생각으로 인해 내 주관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상이라는 관점으로 '빌레트'의 몇몇 사람들을 비추고 있다.




더욱 재미 있는 것은 주인공 급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이 4명의 인물은 빌레트라는 병원 내에 있는 별도의 환자 조직에 해당하는 형제클럽이라는 주류와도 어울리지 않는 각각의 외로운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즉 파울로 코엘료는 세상과 단절된 병원, 그리고 그 병원 내에서도 단절되어 있는 환자들이라는 극의 구성을 통해 가장 극적으로 외롭고 단절된 인물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단절된 4명의 영혼들은 그 가운데 가장 외롭게 단절되어 세상과도 단절하고자 하였던 베로니카를 중심으로 만남이 이루어진다.











2.  죽음


이 책에서 드러나는 죽음은 철학적인 개념 즉 삶의 경계선 넘어에 있는 미지의 땅 혹은 두려움의 영역으로 여기기보다는 그냥 삶이라는 하나의 프로세스를 종료하는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툴로서 작동한다. 그리고 이 죽음은 베로니카에게 즉각적인 죽음에는 실패하였지만 유통기한이 있는 즉 (정해진 기간 안에 죽을 것이 확실한) 실효성이 있는 죽음으로서 그녀에게 의미가 부여된다.


더욱이 이런 어쩌면 매우 효과적인 툴이 될 수도 있는 죽음이라는 방법을 정작 세상에서 가장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져 병원에 묶여있는 몸이 되버린 빌레트의 많은 환자들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고려하지는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그녀는 비정상 속에서 더욱 비정상스러운 대상으로 각인된다.







결국 철학이 아니라 미션으로 받아들였던 죽음에 대해 베로니카는 마지막에 이르러 '사랑'이라는 좀 더 철학적인 존재에 눈을 뜨며, 죽음이 아닌 삶으로 고립이 아닌 관계적인 사람으로 돌아오게 된다.








3. 결심


베로니카가 가졌던 결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죽기로한 결심이고 나머지 하나는 살기로한 결심이다. 그리고 그녀가 가졌던 죽기로 한 결심이 어느 한 순간 '쾅'하고 다가와 결정하게 되었다면 그와는 다르게 살겠다는 결심은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스며들듯이 다가왔다. 매우 Continuous하게 말이다.


그런데 에두아르와 같은 경우는 조금 달랐다. 그는 오히려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좌절을 하였고 마치 그를 치료한다는 명목하에 그의 몸에 흘렀던 강한 전류와 같이 순간적인 결심으로 인해 베로니카의 손을 잡고 빌레트를 떠나게 되었다. 서로 이처럼 완벽히 다른 속도로 교차되었던 각자의 결심은 매우 우연히도 같은 순간에 부딪히며 그 둘이 손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다. 그런 부분에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결심에 대한 콘셉트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그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움직여가는 느린 결심과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빠른 결심을 표현하는 것이 책에서 내내 표현하고 싶었던 가장 중요한 서사가 아닐까 싶다.








삶, 그리고 죽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매우 개념적으로 흑백논리와 같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점진적으로 죽음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다. 다만 그 방향이 죽음으로 명확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오늘을 사는 사람은 망원경으로 그 먼미래를 내다 보지는 않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그 먼 미래보다는 바로 내 옆 좌 그리고 우를 돌아 보았을때 보이는 수 많은 소중함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파울로 코엘료 역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베로니카가 수면제를 잔뜩 먹고 나서 쓰러지기 전까지 했던 수 많은 생각들과 행동들 그리고 죽을 날을 받아 놓고 저질렀던 수 많은 생각들과 행동들 속에서 너무 당연한 현실 가치에 대한 생각을 되새길 수 있었다. 막연하게 항상 죽음이 매우 두렵다고 생각되는 나에게도 그것을 좀 멀리 놓아둔채 양옆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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