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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Oct 21. 2015

브런치의 UX

저작부터 배포까지

브런치를 시작한지 어언 한달이 되어 간다.
작가와 출간이라는 시스템적 요소로 설계되어 있는 브런치는 글쓰기 서비스 플랫폼이다. 거기에 베타 버전에서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게 되어 있지는 않고 작가신청을 통해 승인된 사람들이 저작 활동을 할 수 있는 형식인데 다행히 작가로서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메인에 올라온 내글




이후 10월 18일 업로드한 '내읽책_유일한규칙'까지 총 18개의 글을 썼다. 그 사이 내가 브런치에 쓴 글들은 두 차례 다음 모바일의 라이프 탭에 노출되었고 (bb-8과 페퍼(Pepper)의 사이에서, 구글의 넥서스 전략 들여다보기2) 그 가운데 하나의 글(구글의 넥서스 전략 들여다보기2)은 브런치 메인에도 노출되었다. 겨우 한달이 조금 넘는 짧은 기간동안의 활동치고는 꽤 많은 결과를 얻어낸 셈이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온 내 글




그리고 브런치를 사용하면서 UX디자이너로서 본연의 기질이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브런치의 UX속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이 내 눈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브런치 속에서 브런치의 UX에 대한 글을 쓰고 정리해 보았다.







Bright Side




Mobile First UX




작자로서 느낀 가장 큰 강점 모바일과 PC가 거의 차이 없는 Seamless한 글쓰기 화면 UI이다. 아마도 Mobile First로 화면을 그리고 이것을 PC에 맞게 적용한듯하다.

브런치라는 단어는 모두가 잘 알듯이 보통 아침과 점심 사이에 집 혹은 가볍게 집 주변에서 나가서 먹는 식사를 뜻한다. 그리고 브런치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처럼 가볍고 캐주얼한 글쓰기를 지향하는 듯한 서비스가 바로 브런치이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사진을 찍고 글을 이어서 작성할 수 있는 모바일 글쓰기 경험에 적합한 UI이다.

브런치 서비스는 핵심 경험이 모바일 중심의 글쓰기이므로 화면의 UI속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다. UI뿐만 아니라 디자인 역시 매우 심플하다. (화면의 BG컬러 역시 흰색의 단색이다.)




모바일 글쓰기 화면




모바일 텍스트 옵션




일상의 캐주얼한 이야기들을 쓰기 보다는 IT나 UX에 대한 주제를 인사이트있게 다룬 글을 쓰다보니 나는 보통 이야기의 주제들을 미리 에버노트에 파편화된 형태로 기록하고 (지금도 에버노트로 버스 안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 다음 보통 PC 웹으로 하나로 이어지는 글 저작을 하고 발행을 한 후 모바일로 문맥이나 오타 등을 수정하는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글 수정 및 재발행 기능이 많이 사용되는데 모바일과 PC모두 간단히 수정하고 모바일로 발행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이와 관련된 기능은 PC와 모바일 모두 화면  우측 상단에 집중되어 있는 편집 기능 안에 있다. 특히 모바일은 엄지손가락의 동선범위인 Thumb Range안에서 충실하게 그 기능들을 연달아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한다.




재발행 옵션




재발행 옵션








단축키




또한 Ctrl+B와 같은 단축키는 MS오피스군과 동일하게 Bold 기능으로서 단축키가 작동한다. 이런 부분은 작은 사용성의 부분이지만 글을 쓰는 과정을 적지 않게 편하게 만들어준다.








작가의 서랍 기능




글을 쓰는 사용자경험에 대해 Journey Map에 대한 고민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작가의 서랍은 분명 사람들이 한번에 글을 써내려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쓰던 내용을 잠시 서랍안에 넣어놓고 나중에 계속 이어서 쓰라는 의미에서 만들어 진 기능이다.(저작이 시작되었으나 발행이 되지 않은 글) 나는 원래 에버노트에 글을 쓰는 버릇이 있어서 비록 작가의 서랍을 활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명 글쓰기 플랫폼이라고 되어 있고 '발행' 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콘텐츠가 공공화되는 프로세스 상에서 작가의 서랍은 분명히 필요한 기능이다. 그리고 그 기능의 명칭 역시 마음에 든다.








부제가 있는 형식




또한 부제가 있는 글쓰기 템플릿은 '책'이라는 미디어의 속성을 적극반영한 부분이기도하여 브런치 작가의 글을 선정하여 책으로 만들어준다는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출판이 되는 많은 책들이 부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Dark Side




콘텐츠 재배포




브런치는 꽤 핫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저자의 입장에서는 글을 쓰는 것에 비하여 파급효과가 작아 보이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글을 재배포할 수 있는 채널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약 5~6년전) 나는 잠시 블로그를 운영한 적이 있었다. 당시 텍스트큐브에서 Aquaterra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였는데 (텍스트큐브는 구글에 인수되면서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하였다.) 나는 글을 쓰고 나서 그 글을 포털사이트들에 있는 글 공유 게시판 등에 직접 퍼 나르며 수동으로 콘텐츠를 재배포하였다. 지금으로 치면 맞는 사례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버 오픈캐스트와 같은 곳에 계속 계속 글을 올린 셈이다. 한 곳이 아닌 여러 포털에 글을 올리고 글을 읽는 이들이 다시 그 글을 퍼나르고 공유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30만명의 블로그 방문자를 만들어내었다. 이런 방식은 굉장한 노가다적인 요소가 있지만 내 글을 퍼나를 수 있는 범위에 대한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내 콘텐츠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었다.


브런치는 이런 콘텐츠의 자의적 배포보다는 플랫폼 자체가 제공하는 방식의 공유를 따르게 유도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을 비롯하여 카카오톡, 카카오채널, 카카오스토리 등의 채널에 콘텐츠 재배포가 가능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카카오톡, 카카오채널, 카카오스토리는 모두 그냥 카카오일뿐이다. 대부분 카카오톡을 쓰는 친구들 가운데 카카오스토리를 쓰기 마련이다. 이것을 3개의 공유채널로 볼 것인가 혹은 1개의 공유채널로 볼 것인가는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분명히 폭넓은 콘텐츠 재배포 범위를 주는 것은 아닌듯 하다.


일반적인 콘텐츠 노출은 두가지 유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으면 그 글들 가운데 서비스 운영자가 좋은 글을 골라서 노출 영역에 전시를 하는 방식이다. 내 글이 올라온 다음 모바일의 라이프탭이나 브런치의 메인은 이런방식의 콘텐츠 노출방식이다.

두번째는 사람들이 글을 올리면 그 가운데 인기콘텐츠가 상위로 노출되는 방식이다. 브런치 모바일 메인에 있는 '브런치 소셜 핫이슈'가 이런 방식이고 페이스북의 메인도 부분적으로 이런 방식이다. 문제는 브런치의 시스템 안에서는 이런 글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Long Tail 글들은 어디에도 전시되지 않고 사라진다는 점이다. 모두가 노출되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는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한다는 가정을 가진 작가의 비중이 적지 않다면 한 번 쯤은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플랫폼이슈




브런치는 소셜로 공유되거나 브런치 자체로 유입되는 트래픽 이외에도 검색을 통해 몇명이나 내 글을 읽었는지 알려주는 데이터를 보여주는데 16,000횟수의 방문이 이루어진 나의 브런치에 네이버 검색을 통한 유입은 하나도 없었다. (줌은 한 번의 방문이 이루어졌었다. 네이버는 검색 봇이 아예 오지 않는것 같다. 사실 오지 않게는 못할테니 수집해도 노출하지 않았을 것같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파급효과




다음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걸렸을때 나름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역시 대한민국 대표포털인 다음의 위상을 잘 알려주듯 방문자는 매우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구독자는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


구독자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1. 글이 좋지 않아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음
   2. 글이 좋음에도 읽기 중심의 UI에서 구독이나 공유 옵션이 노출되어 있지 않음


역시 마찬가지로 실제로 9,500명이 가까이 본 내 글(구글의 넥서스 전략 들여다보기2)에는 단 하나의 공유도 늘지 않았다. 그 글이 다음 메인과 브런치 메인에 걸리기 전에도 공유된 숫자는 16이었는데 이후 9,500명이 더 그글을 보았음에도 공유 건수는 단 한건도 늘지 않았다. 가히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간단한 UI의 이슈이다. 독자들에게 글의 마무리 부분에서 공유를 할지 묻는 간단한 컨텍스트 메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공유의 파급효과는 매우 커질 수 있다.




16에 멈춘 공유수




구독자가 늘어나지 않은 부분도 이슈가 있을 수 있지만 메인에 걸린 글을 읽은 사람들이 내 브런치에 있는 다른 글을 읽는 비율도 매우 낮았다. 다음과 브런치의 메인에 올라간 갈의 효과는 거의 그 글에서 멈추었다. 마치 찻잔속의 태풍처럼 그 효과는 지나가버렸다.




다른 글들에 영항을 미치지 못한 포털메인 전시효과








상호성




현재 나의 매거진은 내 콘텐츠의 단일 카테고리 수준이다. 매거진이라고 함은 물론 혼자서도 만들어갈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거진의 형식은 많은 저작자나 편집자들이 서로 힘을 모아 만들어내는 묶음 형태의 콘텐츠이다. 그리고 나 역시 2개의 매거진을 만들었다. 그런데 실제로 매거진을 구독하는 독자들의 수는 매우 미미하다.(추산하건데 전체 구독자의 5% 수준일 듯 하다.) 또한 브런치의 시스템안에서 함께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는 저자들의 수도 얼마나 많을지 큰 의심이 든다. 작가간의 상호성을 마련하는 부분은 플랫폼의 부분적인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추가로 브런치의 댓글 기능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사람들이 브런치에서 자신이 실제로 알지 못하는 사람의 글에 댓글을 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차라리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한 콘텐츠 서비스는 이모티콘이나 평점을 주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물론 남에게 점수 평가를 받으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면 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브런치가 온라인 모바일 환경에 적합하게 글쓰기 플랫폼을 만들어준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최근 출판 업계가 워낙 불황이라서 일반인들은 책을 내는 욕심을 부려보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출판업계는 검증된 프로필의 사람의 글만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그런 부분에서 브런치의 방향성 자체는 분명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지적을 통해서 더 나아졌을때만이 브런치가 바라는 미래상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은 브런치 작가로서 즉 글쟁이로서가 아니라 UX/UI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솔직하게 작성해 보았다.


아직 브런치는 베타버전이다. 아마도 브런치는 브런치가 승인하는 작가시스템과 전체 글쓰기 플랫폼의 선순환구조를 테스트해보고 있을 것이다. 그 선순환 구조가 언젠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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