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Marketing 4.0: 4.0과 상관없는 마케팅이야기
일단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나이로 87세임에도 아직 시대적 흐름을 읽고 새로운 책을 써내는 필립코틀러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은 2010년 나왔던 마켓 3.0에 해당한다. 그리고 클라우스슈밥의 제4차산업혁명과 같은 키워드들이 이끌고 있는 '4'라는 숫자를 전반적인 키워드 및 컨셉으로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리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실 이 책과 4.0 혹은 4차산업혁명과는 큰 연관성 혹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이 책은 그냥 2017년에 눈여겨 보아야할 마케팅의 흐름에 대한 소개서이며 이론서이지 결코 4.0이라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의미있는 전환기에 대한 뜻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책은 총 280여 페이지로 되어 있는데 '5장. 새로운 고객 경로 따라잡기'와 '7장. 산업별 네가지 전형과 모범사례들' 이 이 책의 중심이 아닐까 싶다. 그 안에는 다섯가지 'A'의 모델인 Aware(인지), Appeal(호감), Ask(질문), Act(행동), Advocate(dhdgh)라는 새로운 고객의 Journey Funnel을 제시한다. 또한 그에 전형적인 Funnel 모델에 따른 각각의 대표적인 Journey 패턴을 제시한다.
실제로 이 모델은 연결 전 시대의 고객 경로에 해당하는 4A(Aware, Attitude, Act, Act again) 모델에 비해 Journey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설득력이 높아보이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사진은 흔들려 찍혔지만 이를 토대로 나오는 손잡이, 금붕어, 트럼펫, 깔떼기의 모델과 그 예시 역시 정확한 마케팅적 현상을 집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필립 코틀러는 이상적인 패턴으로는 양쪽이 넓게 퍼지는 나비타이형 모델을 꼽았다.
한편 이 책의 전체적인 정체성은 이 한편의 페이지 안에 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1.0: 제품중심의 마케팅
2.0: 고객중심의 마케팅
3.0: 인간중심의 마케팅
그리고 4.0
헌데 분명 아쉬운 것은 정말 그 4.0이 한 마디로 무엇인지는 책을 덮는 순간까지 알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1.0에서 3.0으로의 진화는 분명히 본연적 가치로의 마케팅 전략 혹은 방향성의 이동인데 사실 '인간'이라는 키워드보다 더 본연적인 키워드는 없을 것이다. 결국 4.0은 제목에만 있을 뿐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성 분석에 대해 항상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새로운 리서치 방법론에 대한 지식을 주기도 하였다. '네트노그래피'가 바로 그것인데 인터넷에 해당하는 Net와 민족지학 혹은 문화기술지(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10658&cid=42126&categoryId=42126)
등의 용어로 표현되는 Ethnography의 혼합방식인 네트노그래피는 꽤 흥미로운 방식이었다.
특히 관찰자로서의 위치와 역할을 잊지 않고 참여를 하되 바이어스를 일으키지 않는 기존의 Ethnography와는 다르게 더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느끼는 형태로 기술되어 있는 네트노그래피 조사법에 대한 결과의 중립성에 대한 부분이 크게 궁금해졌고 동시에 어차피 직접 그렇게 개입하지 못하면 일반 관찰법과는 달리 얻을 수 있는 요소가 적어서 과감한 개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인터넷 상의 관찰 방법론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도 떠올릴 수 있었다.
한편 이 책 안에는 우리나라의 사례로 하나 나와 있다. 좀 오래된 케이스이기는 한데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지하철을 기다리며 쇼핑을 할 수 있는 모델이다. 나 역시 이 모델에 대해 흥미를 가졌고 전에 썼던 책에 이 사례를 기술한적도 있으나 실제로는 성공한 모델도 아니려니와 이 책에 적힌것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유난히 식료품 쇼핑을 아주 번거로워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서 솔직히 공감이 잘 되지는 못했다.
긍정적 옹호와 부정적 옹호의 양립에 대한 부분은 5A 다음으로 가장 큰 공감을 얻어낸 부분이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바이럴의 결과나 피드백들이 긍정 일면 혹은 부정 일면으로 치우치지 않고 서로 함께 일어나되 긍정에 다소 치우친 비율로 유지되는 것이 브랜드에게 이득이라는 내용이 이 부분에 담겨 있다. 마치 어항 안에 포식자인 생명체를 하나 넣어 놓으면 물고기들이 (살기위해) 더욱 건강하게 살게 된다는 것과 같이 브랜드 역시 단순히 긍정적인 피드백만 가득하다보면 오히려 정확히 개선해야될 방향을 브랜드가 인지하지 못하여 무너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맥도날드나 스타벅스등은 이미 그 각각의 비율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하니 그 두 기업이 마케팅의 교본과 같은 책들에서 항상 회자가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본문에 대한 마지막 내용은 콘텐츠에 대한 부분이다.
딱히 별 다른 내용은 없지만 이 책은 콘텐츠를 접하는 사람들에 대해 단계를 나누어 놓았다. 그것도 서너가지 분류가 아닌 여섯가지 분류를 통해서이다. 또한 그 분류의 기준 역시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지는 기준이기도 하다. 나는 감히 여섯번째에 해당하는 창조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
이 책은 마케팅책이다. 그리고 비교적 손쉽게 이야기하고 적어내려갈 수 있는 마케팅 실용서들과는 다르게 그야말로 정수를 다루기 위해 노력을 한 흔적들이 있다. 그 가장 앞에는 필립코틀러의 이름이 있지만 실제로는 공저자들인 허마원 카타자야나 이완 세티아완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싶다. 책이란 무릇 사람마다 가지는 공감의 폭이 다른 법이지만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의 깊이가 깊지 못해서 실망을 하거나 할 사람은 많지 않지 않을까 싶다. 다만 내가 보기에 이 책의 중심이라고 생각하였던 5장과 7장의 내용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들은 다른 책에서도 익히 다루었거나 비슷한 내용을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헌데 지금처럼 정보가 곳곳에서 흘러넘치는 시대에 그렇지 않고 완벽히 새로운 내용으로만 한권의 책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정도라면 돈을 내고 책을 구매하기에 아깝지 않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어쩌면 이 책은 이미 나이가 꽤 많아지신 필립코틀러가 내는 마지막 책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보고 서평을 적을 수 있도록 책을 보내준 출판사 '더퀘스트'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