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긴연휴를 보내는 방법
이번 연휴는 길다. 많은 이들이 멀리 여행을 떠나며 이 긴 연휴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 가족은 원래 있던 긴 연휴조차 취소가 되어 버렸기에 그 긴 시간을 보낼 방법을 연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했던 가볼만한 곳은
- 연휴임에도 생각보다 사람이 적은 곳
- 사람이 적지만 초등학생의 관점에서 볼거리도 많고 재미가 있는곳
- 그러면서도 비용이 적게드는 곳
- 이면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원래는 서울대공원 정도를 생각해보았으나 사람이 많을 것이라서 과감히 Pass~
그리고 우리는 전쟁기념관을 최종목적지로 하였다.
전쟁기념관은 용산에 있다. 그 말은 서울 어디에서 출발하더라도 크게 멀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큰 아이와 부모님 두분을 모시고 4명이 출발하여 자동차로 이내 곧 도착한 그곳은 일단 주차 공간이 넓고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일단 지상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기념관 앞쪽으로 나오면 동상을 비록하여 전쟁에 관한 다양한 기념조형물들이 가득하다. 전쟁 기념관 앞 쪽을 둘러싸고 있는 조형물들은 대부분 현대전 특히 6.25전쟁에 대한 느낌의 조형물 들이다. 잠시 마음이 숙연해진다.
그곳을 조금 돌아 나오면 넓은 부지에 다양한 전투장비들의 모형 혹은 이제는 더 이상 실전에 배치 되지 못하는 실물의 장비들이 전시되어 있다. 많은 비행기와 탱크 그리고 장갑차 또는 함정 등을 볼 수 있다.
전투기나 전폭기 등의 비행기들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보면 조종석 등을 볼 수도 있고 장갑차는 안으로 들어가서 그 공간안을 직접 느껴볼 수도 있다.
한편 이 곳에서 본 많은 전투장비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참수리호'였다. 연평해전에서 북한군과 싸우다 우리군 장병들이 전사하기도 했던 참수리 357호 고속정은 실제 함선의 경우 해군사령부로 옯겨졌고 실물과 동일한 모형을 만들어서 이곳 전쟁기념관에도 전시해 놓은 것이다. 게다가 이 참수리호에는 실제 총격을 받은 위치에 총탄을 맞은 뜻을 의미하는 빨간색 파편자국을 찍어 놓았고 전사한 국군장병들이 지켰던 위치들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그 의미를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가 바로 잘 알고 이해하기도 하였다.
전쟁기념관의 밖이 대형 군 장비 들의 전시 공간이라면 기념관 안은 역사의 산실들의 전시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승만대통령이 탔던 캐딜락과 김일성이 탔던 자동차가 나란히 서로 옆에 전시되어 있기도 하고 (김일성의 자동차는 소련으로부터 선물받았던 것으로 6.25전쟁 당시 전리품으로 가지고 있던 것을 미군 장성의 아내에게 선물로 주어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이후 고장으로 인해 차량 수집상이 매수한 것을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우리나라가 다시 비용을 들여 구매해 온것으로 설명이 나와 있었다.)
추억의 방독면과 무전기 (이거 말고 P96K가 제일 일반적인 무전기였던 것 같은데...)
그리고 공병대를 나온사람이라면 잘 아는 쓸모없는 장갑전투도자인 M9ACE까지...
방울방울 추억이 가득한 공간이 많다.
1층과 2층에는 해방시점으로부터 6.25를 중심으로 하는 전시관들이 있다.
격렬한 전투에 대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스크린화면과 적절한 사운드 그리고 성우를 통한 스토리텔링과 군인과 전장의 모형은 아주 실감나는 몰입을 제공한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바로 그 전장의 환경으로 빨려들어갔다.
지하에는 삼국시대를 시작으로 조선시대까지의 전쟁에 대한 역사가 전시되어 있었다.
바로 지하로 내려가면 홀의 중심에는 역시 우리나라의 전쟁 역사에서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고 그 옆으로는 충무공 이순신이 말하였고, 명량을 통해 다시 유명해졌다가, 최근 대선 후보 가운데 한명인 유승민 의원을 통해 다시 회자된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척의 전선이 있사옵니다.'의 문구가 적혀 있다.
참고로 거북선은 1:1 모형은 아니고 20%인가로 축소된 모형이다.
이외에도 삼국의 다양한 전쟁의 역사가 이 곳에 담겨져 있다.
통일신라와 발해 그리고 고려의 전쟁역사는 그다지 다이나믹하지 않아서인지 사진이 찍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조선의 전쟁으로 들어와서 바로 임진왜란이다. 임진왜란은 그 기간이 길고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성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공간에 걸쳐서 설명이 되어 있었다. 또한 여기 사진으로 나와 있지는 않지만 병자호란 역시 남한산성에서의 항쟁으로부터 시작하여 삼전도의 굴욕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잘 되집어 볼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다. 이런 전시 공간의 곳곳에는 다양한 외국어를 지원하는 시청각 실이 위치해 있어서 우리나라 사람들 뿐 아니라 외국인이 방문하기에도 매우 좋게 설계되어 있었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이 곳을 찾고 있었다.)
수원성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아기자기 하게 재현해 놓기도 하였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대한제국의 군 조직과 무기 등에 대한 부분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전쟁기념관은 넓은 공간 풍부한 자료와 전시물 그리고 나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까지 모두 빠짐없이 제공해 주는 좋은 곳이었다. 이곳의 수 많은 전시물들을 모두 빼곡히 돌아보지 않았음에도 세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실제로 더 꼼꼼히 본다면 하루 종일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건 어른도 어른이지만 아이에게는 매우 힘에 붙이는 일일 것이다.) 많은 재미와 교훈을 입장료도 없이 무료로 제공해 주는 전쟁기념관을 이제 4살배기인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면 꼭 다시 들러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