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을 포장할 수 있을까?
박스는 보통 일반적으로 상품의 외형을 보호하고 상품 이동을 편리하도록 만들기 위한 물건(?)이다.
박스는 보통 박스 자체로의 활동 가치가 적으며 동시에 박스안에 들어 있는 제품의 일부로 평가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박스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는없고 보완재로서의 가치만이 존재해왔던것이다.
그런데 그런 우리 '박스'가 달라졌다.
다양한 이유로 박스의 존재 가치가 급상승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체감할 수 있는 박스의 변화는 쇼핑몰의 배송박스일 것이다. 쇼핑 매니아의 경우 하루에도 몇 개 씩 받는 쇼핑몰의 배송 박스의 밖에는 해당 쇼핑몰을 나타내는 CI나 심볼 디자인부터 시작해서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나타내는 '물류/배송' 관련 서비스명 그리고 이외에도 쇼핑몰이 물건을 구매한 고객에게 노출하고 싶은 많은 메시지들을 박스의 겉 부분에 찍어내고 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쇼핑몰 광고판이 된 셈이다. 특히 이런 박스들은 배송이 완료되어 실제 주문 고객의 손에 닿을때까지 많은 장소를 옮겨다니거나 적재되면서 물리적으로 외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매우 길다.
특히 쿠팡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크게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쿠팡은 물류회사일까 쇼핑 회사일까 IT회사일까? 아마도 세가지 속성을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물류회사로서의 가치는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배송에 대한 서비스를 자리매김하였다는 것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로켓 배송을 만들어가는 부분에서 배송을 진행하는 배송담당직원 그리고 배송에 있어서 가장 큰 노동력을 대행하는 배송 트럭 그리고 상품 자체를 감싸고 있는 박스까지 배송 과정의 핵심 3 Object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 속에 로켓 배송은 빠르고 편리하고 쿠팡은 좋은 쇼핑몰이라는 생각이 자리잡도록 돕고 있다.
박스가 기업 전략의 일부분이 된 것이다.
쿠팡과 같은 온라인 쇼핑몰 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박스를 통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다양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위의 그림은 지난 주 내가 직접 나의 두 아이를 위하여 고장나 있던 또봇 장난감을 수리 맡기고 다시 그 장난감이 배송되었을때 받은 박스의 외형이다. 또봇을 만드는 영실업은 장난감 배송박스를 장난감의 고객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활용하는 전략을 보여준다. 또봇 연구소라는 메시지는 아이들에게 감동과 더불어 또봇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것이다.
박스는 왜 이렇게 중요해지기 시작하였을까? 그것은 바로 온라인을 위주로 다양한 경험이 진행되기 시작함에 따라 경험을 수령하는 접점이 실제 오프라인의 환경이기 보다는 온라인 주문 후 오프라인 배송의 로직이 완벽히 정착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품 수리의 경우도 또봇의 사례와 같이 제품 사용 과정 상에서의 기업과 고객의 인터랙션조차 원격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가. 그 결과 제품 구매의 관점에서 사용자 최접점에 있는 경험은 사람이 아니라 박스가 되었다.
예전에 근무하였던 회사에서는 이런 박스의 중요성을 미리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설계 하려고 하였다. OOBE(Out of Box Experience)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던 이런 경험의 범위는 이제 개념의 범위를 넘어서 실용의 영역으로 완벽하게 넘어왔다. 사람들이 박스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대화가 오가지 않아도 한쪽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머지 한쪽이 받아들인다면 그것도 커뮤니케이션의 일부일 것이다.)
유튜브에서 언박싱(Unboxing)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게 되면 나오는 검색 결과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실제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기 이전에 단순히 박스를 풀어헤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들이 많아진 것이다.
또한 이런 변화는 제품 자체의 품질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그들간의 경쟁이 많이 무의미해진 단계에서 제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외의 요소로 차별화를 진행하는 과다경쟁(Cut-Throat Competition)시대에 피할 수 없는 경쟁형태 이기도 하다.
이미 포스팅한 바 있는 리완창의 '참여감'에도 나와 있는 샤오미의 노력 박스브라더스는 이런 박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버즈화하여 활용한 케이스이기도 하다.
박스는 한명의 개인이 들고 다닐 수 있는 가장 큰 사물 중 하나이다. 넓은 표면에는 다양한 메시지를 넣을수 있고 윗면과 아랫면을 제외한 사면을 활용할 수 있다.박스는 세상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사물중 하나일 것이다. 아울러 박스는 원래 원재료비가 낮은 물건 중 하나이다. 투입대비 효과는 모든 산업과 생활의 기본 척도이다.
거기에 박스의 UX는 재활용품 보관과 같은 다른 사용자 경험으로 연결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 기간만큼 사람들의 눈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어난다. 심지어 샤오미나 애플과 같은 회사의 스마트폰 박스는 예쁘기까지 하다. 예쁜 스마트폰 박스는 필통이나 수납의 용도로 재활용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그럴 수록 고객에게 메시지가 노출되는 시간을 극대화되게 늘릴수 있을 것이다.
박스를 통한 UX전략은 앞으로도 크고 넓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박스의 UX와 같은 지금까지는 작지만 그 가치는 작지 않은 UX를 파고들 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