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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Jun 14. 2017

내읽책_PARADOX 13

역설 속에서 등장하는 인간의 모습들

파라독스란 무엇인가?


https://ko.wikipedia.org/wiki/%EC%97%AD%EC%84%A4


그건 바로 역설 혹은 잘못된 결론으로 이끌어지는 논증을 말한다. 이런 주제라면 아름다운 스토리텔링이나 주인공들이 만들어가는 아기자기한 서사가 아니라, 사건간의 인과관계가 중요하고 범인이나 특정한 현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미스테리 물들을 사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주제임이 분명하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047660


우리나라의 도서명으로 이책은 '패러독스13'이다. 일단 13은 그 자체로 안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숫자이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13이라는 숫자를 시간에 대입하여 지구에 어떤 영향이 미치게 되는 시점을 표현하고 있다. 사실 이런 히가시노 게이고적인 소설속의 장치들은 자칫 많은 독자들에게 조금은 유치하게 비춰질지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능력의 경우도 약간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설정이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는 것이 역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일 것이다.


작가는 그런 13이라는 숫자와 '평행우주(Parallel World)의 개념을 묶었다. 즉 특정 사건 시점에 평행 우주로 넘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컨셉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중심은 그런 것보다는 평행 우주로의 전환 이후의 상황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일단 그가 그린 평행 우주 속의 이야기는 적은 생존자 속에서 보이는 인간의 생존본능과 희생이다. 특히 노부부가 보여주는 희생적인 부분, 즉 다른 생존자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는 모습은 사람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타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하여 직업과 인간성에 대한 부분도 눈에 띈다. 야쿠자인 한 명의 생존자를 받아들일지의 여부를 이야기하는 부분이나 비록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야쿠자였던 생존자 역시 '사건의 시간'을 지나자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런 이야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죽음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것은 심도 있었다. '사건의 시간' 이후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을 보내는 과정이나 마지막에 파라독스의 상황을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음으로 자신을 내던지며 평행우주를 떠나는 과정은 나름 '죽음'이라는 인간적인 과정과 과학적 상상력이 적절히 결합된 서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생존의 과정에서 안전한 도피처로 대변되는 '총리공관'도 위험에 처하는 모습, 그리고 인류의 또 한 번의 위기로 등장하는 인플루엔자 등을 통하여 '영원히 안전한 것은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라는 매우 평범하며 동시에 항상 깨우쳐야 하는 진리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주변에 동물이 없다면 우리의 식생활 자체가 얼마나 타격을 받을 수 있을까, 혹은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고 편히 다리를 뻗고 자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리고 이동수단을 타는 것 아픈 것을 치료받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느꼈던 가장 큰 공감은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발생될 수 밖에 없는 이기주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삶을 포기하고 규칙을 깨며 음주를 하는 구성원들을 보았을 때 한편으로는 인간의 무기력함,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실감이라는 것의 자연스러움을 동시에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과학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렇게 이야기 흐름이 매끄럽거나 훌륭하지는 않다. 하지만 매우 술술 읽히는 이야기의 특성 덕분에 꼬박 대략 2시간 내외를 투자하였더니 550페이지의 책을 금새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여러모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기 시작할 때 입문서로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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