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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Nov 10. 2015

내읽책_경제학강의

장하준의 눈에 비춰진 세계 경제의 흐름

산업공학을 전공했던 나는 워낙 프로그래밍에는 관심이 없었다. 애석하게도 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덕분에 컴퓨터공학이 아님에도 꽤 많은 프로그래밍 관련 과목들이 전공에 포함되어 있었고 결국 비프로그래밍 과목들 위주로 전공 과목들을 꾸역꾸역 들어가며 졸업학점을 채웠다.


 과목을 피하다 보니 스레 전공 과목 수학점의 수가 적었고 나머지 학점들은 단 과목으로 채워야만했.

나는 이런 상황을 오히려 즐기며 서양사나 미술사 혹은 북한관련과목을 듣고 회계원리나 경제원론 같은 과목을 찾아 들었다. 이런 과목들은 각각 서로 다르게 나에게 좋은 자극을 주었고 좋은 학점을 받기도 하였다. 나는 수업을 수동적으로 듣고 싶지 않아서 서양사 과목에서는 군주론을 한국사와 대입하여 이해해보는 종류의 발표를 하기도하는 등 진정한 '공부'를 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다양한 과목 가운데 혹시 어떤 과목이 가장 재미있었는지를 묻는다면 그것은 단연 경제원론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서 개념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을 책으로 배우면서 세상을 살아가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이 채워지는 기쁨을 느꼈다.









내가 경제원론을 배우며 사게된 내 인생의 유일무이한 경제학책 멘큐의 경제학이었다. 멘큐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중심 개념을 최대한 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기준 수준을 정의한 느낌의 책이다.  교과서(Text Book)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것이다.

한편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강의의 경우 멘큐의 경제학과 같은 표준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좀 더 실제로는 다변화되어 있는 경제학의 관점을 설명하고자 노력하는 책인것 같다. 마치 멘큐의 경제학이 경부고속도로와 같다면 장하준 교수의 경제학 강의는 더 다양하게 경제학의 개념을 살펴보는 국도와 같은 개념인 것이다.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멘큐의 경제학은 하나로 통일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면 장하준의 경제학강의는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에 일어나는 곳곳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책을 풀어냈다. 당연히도 경제학을 공부하는 목적으로 접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장하준 교수의 책이 훨씬 부담없이 접해볼 수 있는 경제학 관련 책인 것이다. (경제학 經濟學이라는 단어에 이미 공부에 관련된 學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이 책은 공부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와 같은 책이다.) 이외에도 경제학강의만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겠다.








꽤 한국적인 그러나 책의 가치는 세계적인 경제학 책


한 사람의 작가가 쓴 책을 읽다 보면 그 사람의 주변 환경이나 살아온 과정이 엿보이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책을 이제 다섯 권 써오면서 내가 실제로 경험한일들이나 내 주변의 일들을 위주로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아래와 같은 영향을 준다.


1. 내가 직접 겪고 느낀 일들이기 때문에 글을 쓰는 저자 자신이 글의 내용을 신뢰하며 쓸 수 있다. (남들의 이야기만 엮어서 글을 쓰다보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다.)

2. 글을 읽는 사람들 역시 글이 가지고 있는 사실적인 사례들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읽기가 편해진다.


장하준 교수는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에서 공부를 하다 해외로 활동범위를 넓힌 학자이기에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다른 어떤 국가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장하준 교수만큼 저명하거나 혹은 더 크게 인정받는 경제학교수는 어디엔가 분명히 있을 수 있지만 한국 경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경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장하준 교수가 아마 전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하며 동시에 유명한 학자일 것이다.


동일한 이유로 장하준 교수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 것 만큼이나 영국에 대한 이야기를 책 속에 많이 담았다. (영국은 사실상 그의 두번째 고향일 것이다.) 결국 한 명의 독자의 관점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 대한 정감을 가지게 한다.


결국 그 역시 한국에서 대학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모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담아준다는 것은 사실 매우 고마운 일이다. 그가 예로 든 한국의 이야기들은 많은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장하준 교수가 책 안에 적어 놓은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 놓은 부분에서 다분히 긍정의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성장기에 대한 표현을 할때,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는 오래전의 단어를 꺼낼때 모두 한국은 아직까지 장하준교수에게는 그래도 드러내어 글에 좋은 부분을 쓸 수 있는 나라로 자리하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반대로는 앞으로 몇년이 흘러 지금과는 다른 한국이 되었을때 장하준 교수가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해서 자신의 책에서 어떤 표현을 하게 될런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수량의 수치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오십만명의 사람들이 동의한 내용!'

'99%의 사람의 반대'


위의 두가지 문구는 서로 다른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같은 현상을 기술하고 있을 수도 있는 문장들이다. 만일 한나라의 국민이 오천만명인데 그 가운데 1%에 해당한 오십만명이 지지하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오십만명의 지지와 동시에 99%의 사람들의 반대를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량의 척도와 비율의 척도는 서로 다른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특히 수량의 철도는 단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람들이 느끼는 자극이 심해질 수 있다. 실제로 비율 상으로는 그다지 크지 않은 수치도 수량으로 표기하면 그 규모가 거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학에서는 비율 데이터가 없는 수량데이터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다.




소득수준에 대한 비율척도는 쉬운 이해를 돕는다.




장하준 교수는 이부분에 있어서 정확한 인사이트를 보여주고 있다. 정량적인 수치가 알려 줄 수 있는 수치들고 퍼센트의 척도가 알려 줄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알려주고 있다. 위의 이미지와 같이 각 국가들의 상대적인 GDP 수준 비교는 0.01퍼센트라는 표현하나로 더 와 닿으며 저소득 국가 35개국의 합산이 미국 경제의 2.9퍼센트 밖에 안된다는 비유 역시 이해를 돕는데 적절한 설명이다.




쉬운듯 어려운 학문이 바로 경제학




불과 2년 전에 쓴 책인데 중국의 엄청난 성장과 변화


이 책 안에서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강국이라는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오히려 경제학 관련 지표에 있어서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지표들에서는 중국이 아닌 본과 유럽의 주요국가들이 2위의 지표를 가지고 있다. 아마도 실제로 그랬을 것이다. 책을 쓰기 시작했을때만 하더라도 2010년도에 진입하던 시기였을 수 있기 때문에 그건 결코 틀린 내용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몇 년 되지 않는 시간 사이에 중국은 엄청난 성장을 통해 여러가지 중국은 경제규모에 있어서는 세계 2위이며 무역액 세계 1위, 건설자산 세계 1위, 조선업 세계 1위 등 각종 지표에서 세계 1위를 탈환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특허 신청수와 같은 미래 지표에 있어서도 세계 1위로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장하준 교수가 사오년 후에 경제학 관련 책을 쓰게 된다면 아마도 중국에 대한 예시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다.




경제학파 칵테일? 비빔밥? 


일반인이 경제학파를 알고 논하고 있다면 굉장히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거나 혹은 좀 특이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경제학을 논하려면 경제학파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은 설명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가볍게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부분이 바로 경제학파 칵테일의 부분이다. 각각의 경제학파에 대해서 장하준 교수는 최대한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거기에 더하여 이해를 좀 더 돕기 위해 이들을 혼합하고 묶어서 경제학파 칵테일이라는 흥미로운 설명방법을 만들어내었다.


물론 이런 설명이 더해진다고 내가 각각의 경제학파들간의 명확한 구분이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한가? 나는 이 책으로 인해 오스트리아학파나 슘페터학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들이 경제의 주체가 누구인가 혹은 개인과 세상에 대한 정의 그리고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 무엇인가에 따라 분리된다는것 정도는 알게 되었다. 여기에 서로가 가장 달라보이는 신고전주의와 마르크스학파조차도 서로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학파는 모두 개인읜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는 부분에서 궤를 같이 한다.) 전문가인 내가 알고 있는 전문 영역의 기본 개념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눈높이 설명을 해주는 것' 바로 그것은 저자의 의무임이 분명하다.




경제학파 칵테일 페이지








이 책의 부제는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라는 부분은 사실 내용에 대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책이 아닌 사람들이 쉽게 경제학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을 썼다. 이것은 멘큐의 경제학과는 또 다른 방식의 경제학 분야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경제학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분야를 집대성하여 이처럼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내용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 장하준 교수님의 지적 깊이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나도 언젠가 그런 책을 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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