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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Dec 03. 2015

내읽책_War of IT

전쟁사와 IT이야기의 물리적 혼합

원래 기업의 경영은 전쟁의 역사와 많이 비교되곤한다. 전쟁의 발발이 전쟁의 대상이 되는 주변국과의 관계로부터 발생하듯이 기업의 경영 역시 경쟁사를 대상으로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거나 매출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어진 자원 안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나 한 명의 리더가 전체의 결과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기업의 경영과 역사를 자주 비교하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수많은 리더들이 손자병법이나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읽거나 참고하는 것은 모두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편 최근 10~20년 사이 모든 기업의 근간과 경제의 형태가 IT를 중심으로 재구성되는 추세와 세계적인 기업의 순위가 과거 산업을 독식하였던 제조 기반의 기업들로부터 IT기업들로 재편됨에 따라 IT기업들이 전쟁사와 비교되거나 어우러져 이야기 되는 일들도 빈번하여졌다. 누군가는 삼국지나 춘추 전국시대를 빌어 이런 이야기들을 풀어내기도 하고 혹자는 유럽의 전쟁사와 비교하여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영역에서 가장 다양한 IT의 역사를 더욱 거대한 전쟁사와 엮어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War of IT이다. 




먼저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저자의 역사에 대한 박식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나 역시 깊지는 않지만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십자군 전쟁이나 삼국지 및 이순신 장군에 대한 책들을 읽어보았지만 전체적인 전쟁 역사에 대한 지식의 수준이 다르다는 점을 느꼈다. 그 점은 이 책을 읽어나가는 부분에 있어서 가장 인상 깊은 점이었다. 그리고 그 외의 느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면 첫째로 War of IT에서 이야기 한 전쟁사와 IT산업 간의 비교에 대해서 나는 일부분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내용의 전반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약간 아쉬운 비교들이 있다는 점이다.




살수대첩과 플랫폼 전쟁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싸움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살수대첩의 메시지는 조금 다르다.


살수대첩의 핵심은 3가지라고 생각한다. 1. 상대적으로 적었던 고구려의 병력, 2. 전쟁터를 중국이 아닌 고구려 내륙으로 했던 배경, 3. 살수에서의 강의 특성을 이용한 공격의 묘수이다.


이에 비해 War of IT에서 살수대첩에 비교되었던 아마존의 경우는 IT플랫폼 적인 관점으로는 1. 타 기업에 비해서는 플랫폼으로서의 강점은 적었으나, 2. 적진에 가까운 디바이스 시장을 직접공략하였고, 3. 콘텐츠 유통이라는 강점을 묘수로 사용하였다.  


전장의 관점에서 아마존은 오히려 적진에 뛰어들어 전투를 한 셈이다.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와 블랙베리의 몰락


또한 나폴레옹의 마지막 전투와 블랙베리의 몰락에 대한 챕터의 경우에는 가장 중요한 하나의 차이가 있기도 하다. 블랙베리는 그들의 성공을 가만히 유지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내 타 플랫폼의 공격적 확장으로 인해 기업에 위기가 닥쳤을 수 있지만 나폴레옹의 경우는 자신의 성공을 유지하며 러시아 이외의 지역에서 지배권을 확고히 하였다면 그만큼의 위기가 닥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블랙베리는 환경적인 영향이 몰락의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나폴레옹은 전략적인 선택의 실패가 크다고 보이는 것이다.








일부 챕터에 있어서 위와 같이 예시의 부분에 있어서 나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책 전체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십자군과 살라딘 그리고 IT기업들의 프레너미 (Frienemy)나 혹은 AOSP와 해적왕 드레이크 챕터의 경우는 이만큼 들어맞는 예를 찾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한 사례의 접목이었다.




또한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적용 사례들의 예들은 미쳐 몰랐던 지식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였는데 '천식 지도의 사례'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IT의 경쟁 흐름과 전쟁사에 대한 비교 보다는 난 이런 적재적소의 실사례 위주의 비교가 훨씬 와 닿는 느낌도 있었다.








이책은 누구나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포맷이고 매우 참신한 구성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개별 역사의 비교 책은 두 개의 분야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냥 책을 쓰는 것에 비하여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 것이다.


또한 아무래도 여전히 IT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IT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있어서는 이런 방법 만큼 용이한 방법도 없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개별 역사의 물리적인 혼합의 넘어서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며 예상을 제시하거나 역사의 흐름 상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이나 인물 분석과 같은 디테일이 더해졌다면 화학적 결합까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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