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가운데에서 여행을 즐기다.
올해 여름 휴가를 제때가지 못했기에 나의 여름 휴가는 어느새 11월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무더운 날씨와 막히는 차량들, 그리고 빼곡히 서 있는 사람들보다는 다소 여유롭고 한가하고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가를 선호하는 우리 가족은 11월의 한가운데에서 통영을 목적지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 가족 여행의 테마는 1. 훌륭한 국내 여행지로 손꼽히는 통영을 둘러보는 것 2. 나뭇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단풍을 구경하는 것 3.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여행지를 가보는 것 이었다.
그래서 여행의 경로는 통영으로 가는 길에 지리산 길목을 둘러 단풍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일단 차를 몰고 지리산을 향했는데 우리가 향한 지리산은 보통 사람들이 많이 찾곤하는 전라도쪽의 지리산이 아니라 산청쪽으로 진입하는 경상도쪽의 지리산이었다. 그렇게 산청IC를 지나 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대원사라는 절을 찾았다.
대원사는 지리산 국립공원을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잡고 있으며, 차로 바로 앞까지 이동이 가능하다. 참고로 대원사는 비구니절로 알려져 있다. 대원사는 그 규모만으로 매우 웅장하다고 할수는 없지만 대원사를 오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지리산 산속의 절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과 천왕봉을 오를 수 있는 길에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쉽게도 나는 두 아이와 부모님과 함께 간 여행이기에 두번째 장점은 경험해 볼 수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스님 옆을 지나가는 찰나 스님께서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시기도 하셨다.
참으로 하늘이 높고 파란 날이었다. 절의 뒷편에는 스님들의 일용할 양식이 담겨져 있을 것 같은 장독대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단풍을 가볍게 구경하고 나서 산청을 돌아나오면 그곳에서 통영은 그리 멀지 않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휴게소가 한 곳 있는데 그 이름이 바로 고성공룡나라 휴게소이다. 이 휴게소의 명칭은 결과적으로 우리가 여행의 한 부분을 고성 공룡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으로 할애하게 되는 코스를 만들어 내었다. 공룡나라 휴게소에는 뭔가 대단한 공룡관련 콘텐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사진 속의 트리케라톱스 정도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좋아하였다.
자 이제 악셀레이터를 몇 번 밟으니 이내 통영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바로 찾은 곳은 TV로만 보았던 동피랑~!
동피랑은 물론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명확한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통영의 명소이니 만큼 첫번째 차례로 찾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겠지만 동피랑은 한 마을의 벽에 다양하고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서 유명하고 거기에 통영의 남해바다가 함께 보이는 풍경에 곳곳에 예쁜 커피숍들도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동피랑에 들어가려면 조금 멀리에 차를 대 놓아야 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하자!
동피랑의 벽과 벽들을 수 놓은 그림들은 그냥 보아도 좋지만 그 그림 속에서 사진을 찍으면 나름 추억과 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동피랑의 꼭대기에는 그렇게 크지 않은 정자? (혹은 누각?)이 하나 서 있다.) 몇몇 사람들은 그곳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동피랑을 오르는 곳곳에서는 그 옆의 남해바다에 누워 있는 거북선들이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신이났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고 TV프로그램에서도 많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천사의 날개 벽화도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다른 그림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벽을 뚫고 나올 것 같은 거북선이나 동피랑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ET그림 처럼 말이다.
자 이제 중앙시장을 지나 거북선으로 왔다. 이곳에 임진왜란 중 사용한 배는 총 4척이 있는데, 3척은 거북선이고 나머지 한 척은 판옥선이다. 배 안에는 장난감 활을 쏴보거나 노를 저어볼 수도 있고 조선시대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다. 물론 배안에 들어가는 것은 유료이다.
거북선을 뒤로한채 중앙시장을 다시 빠져나오면 그 앞에 수군통제영 자리가 있다. 이곳 역시 유료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들어가 보았으나 가장 중요한 건물이 수리중이었다.
아쉬운대로 수군통제영을 둘러보고 나오려는데 하늘의 구름이 예술이다.
자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통영에서 회를 먹으려면 무조건 중앙시장에 가라는 조언에 따라 중앙시장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그런데 회가 정말 싸다. 방어, 돔, 우럭, 광어 4마리가 4만원...
회를 먹는 자리값도 비싸지 않다. (다만 반찬이 맛있지는 않았다.)
아이들을 위해 매운탕은 지리로 해서 먹었다. 어른이 둘 뿐이니 4마리의 횟감은 당연히 남았고 남은 것은 싸들고 숙소로 들어가서 해치웠다.
2일차, 아침 식사는 수요미식회에 나온 멍게비빔밥집으로 향했다.
서호시장에 있는 분소식당은 많은 블로거들의 추천이 있는 집이기도 했는데,
아쉽게도 나는 멍게비빔밥에 멍게가 비린내가 심해서 입에 잘 맞지는 않았다. 비교적 복국은 더 먹을만 했다.
황교익 맛칼럼리스트의 사진이 눈에 띈다.
아침을 다 먹고 나서 차로 다시 산등성이를 올라 나폴리농원이라는 편백나무 체험 공간을 방문하였다.
이곳에는 비용을 지불하고 맨발로 편백나무 숲길을 걷고 족욕을 하는 등 힐링을 할 수 있다. 시간은 대략 1시간 혹은 조금 더 소요가 된다. 또한 나폴리농원을 지나 차를 더 타고 올라가면 미래사라는 통영의 3대사찰을 볼 수 있기도 하다. 우리는 미래사까지는 오르지 않았다.
편백나무 숲길의 끝에 나무에 해먹이 묶여 있는 쉼터가 있는데 여기에 누워 있으니 힐링이라는게 참 별게 아닌듯 하다.
이제 액티비티 시간이다. 루지를 타러 왔다.
루지는 생각했던 것보다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타기 쉬운 종목이었다. 참고로 큰애는 8살인데 혼자타는데 아무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심하게 과속을 해서 다른 루지와 충돌을 해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우리 큰 애가 몇 건의 접촉사고를 내버렸다. 속도제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속도 욕심을 내다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오히려 속도 자체는 적당하는 생각이 들었다.
루지는 타는데 돈은 조금 들지만 분명 타볼만한 놀이기구였다. 또한 60대 중반이신 부모님께서도 속도를 심하게 내지 않으시고 재미있게 타고 내려오셨다. 지금은 코스가 한 곳 뿐이지만 다른 코스들도 공사중인 것이 보였다.
루지를 타는 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사진은 몇 장남지 않았다. 유튜브에 가면 사람들이 액션캠으로 동영상을 찍어 놓을 것이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루지를 신나게 타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국제음악당에 있는 식당을 찾았는데....
월요일은 휴관이다. 국제음악당을 찾을 사람들은 꼭 참고하자!
이제 케이블카다. 케이블카 길이가 사뭇길다. 속초에 있는 설악산의 권금성 케이블카에 비하면 거리는 길고 경사는 높지 않아 보인다.
큰애는 타기 전부터 케이블카가 떨어질까봐 걱정이다.
하늘에는 케이블카, 땅에는 루지!
통영의 양대 액티비티임이 분명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길에 우리가 묶었던 숙소가 보인다. 동양로얄CC&리조트이다. 참고로 산속에 있어서 조용하기도 하고 침구로 매우 깨끗하다. 우리가 일요일/월요일로 묶어서 그랬는지 손님도 없고 조용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그곳에서 다시 정상까지는 15분가량 걸어 올라가야 한다. 둘째 아들과 엄마는 오르지 않고 나와 큰애만 걸어올랐다.
그곳에 올라보니 오전에 갈까 말가 고민했던 미래사가 위에서 내려다 보인다.
정상의 풍경은 매우 좋았다. 굉장히 높지는 않지만 산과 바다와 하늘의 한 눈에 보이는 매력적인 장소였다.
매일 매일 그날의 난중일기를 발췌하여 적어 놓은 곳도 있었다. 역시 통영은 임진왜란-이순신장군-거북선이 어딜가나 빠지지 않는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우연히 평창동계올림픽의 성화 봉송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이런 나이스 타이밍이라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자고 우리는 3일차로 고성으로 출발하였다.
공룡박물관이 여는 시간에 맞춰서 이동하려고 일찌감치 8시 조금 넘어서 고성으로 출발하였다. 통영에서 고성공룡박물관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다.
도착하여 일단 박물관에 오르는 길에 에스컬레이터로 되어 있어 만족스럽다.
주변사람들의 추천도 있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좀처럼 가보지 못했던 고성공룡박물관!
전시관의 1/2층릉 공룡뼈와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물론 진짜 뼈는 아니지만 그 규모가 사뭇 아이들이 빠져들법 하다.
3층에는 공룡의 일러스트(?) 이미지 작품들과 간단한 공룡관련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방문한 날은 화요일인데다 우리 가족이 박물관이 여는 시간에 바로 맞춰 왔기에 손님도 우리밖에 없었고 차분한 마음으로 박물관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박물관의 밖에는 공룡관련 체험관과 공룡 놀이터 및 공원 그리고 미로공원과 실제 공룡 발자국을 보러갈 수 있는 해변길 등이 있었다. 아쉽게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실제 공룡 발자국을 보러가는 길은 죽어도 자신은 가지 않겠다는 큰 애의 고집 때문에 가보지 못하였다.
우리는 발길을 돌려 다시 박물관으로 들어와 공룡 3D만화를 보았다. 약 10분 조금 넘는 시간동안 상영한 공룡 만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맞는 만화였다.
만화를 보는 것을 끝으로 공룡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나오는 길에 보니 공룡들의 이름과 그 뜻 그리고 별명이 적힌 매우 좋은 정보도 볼 수 있었다. 큰 아이는 그 앞에서 또 몇 분 시간을 보냈다.
이후 하룻밤을 더 시골에서 보낸 이번 3박 4일의 남해안 여행은 처음 목표했던 것처럼,
1. 훌륭한 국내 여행지로 손꼽히는 통영을 둘러보는 것
2. 나뭇잎이 다 떨어지기 전에 단풍을 구경하는 것
3. 그리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재미를 줄 수 있는 여행지를 가보는 것
모두 잘 충족시킨 좋은 여행이 되었다.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다면 생각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지는 못했다는 점이 있지만 그것만 빼면 훌륭한 숙소에 훌륭한 볼거리에 훌륭한 날씨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던 여행이었다. 덕분에 먼거리의 자동차 운전도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내년 가을에는 또 어떤 여행이 기다릴지 미리 기대가 된다. 통영&고성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