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장 황홀한 1박 2일
사실 나는 태어난 이후로 충청북도에 가 볼 일은 많지 않았다. 일단 충청북도에는 연고가 없기도 하거니와 보통 연고가 없더라도 강원도나 부산 혹은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여행, 관광 혹은 그런 유형이 아니더라도 가야할 이유가 생겨나는 법인데 사실 충북은 이와는 다른 느낌의 지역이라 갈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소함이 있어서인지 이번 여행은 출발부터 알 수 없는 작은 설레임이 있었다.
서울에서 제천으로 가는 길은 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의 순서로 이어진다. 고속도로가 끝나고 국도로 나오면 충주호를 옆으로 두고 와인딩 구간이 펼쳐진다. 약 7~8km 정도 와인딩이 있으므로 멀미를 잘하는 사람은 유의하기 바란다. 차량 정체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호법JC 구간을 잘 벗어나면 차가 막히는 구간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또한 국도로 올 수 있는 방법도 물론 있다. 고속도로를 타면 정체구간이 없으면 1시간 50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고 막히면 3시간도 걸릴 수 있을 듯 하다. 우리가 갔던 월악산 국립공원 입구 근방까지는 송파구를 기준으로 약 140km 중반의 거리라고 보면 된다.
제천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머무를 곳은 스타팰리스 팬션이다.
여기에는 약 30여채의 펜션이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는 함께 놀러간 가족들과 함께 첫 건물의 2층을 통채로 사용하였다. 다 합쳐 다섯집이다. 네이버에는 천칭이라고 되어 있는 방인데 지금은 그렇게 표기되어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방의 구조는 간단하다. 길게 마루겸 방이 있고 TV, 이불장 그리고 화장실이 있다. 이 곳이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그 하나는 방중 일부는 중간 문을 통해서 드나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친한 가족들이 놀러를 가면 이 두 방을 잡고 놀면 참 좋다. 그리고 다섯개의 방은 입구쪽이 아닌 반대 쪽 테라스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이 공간이 매우 넓다. 거기에서 물놀이를 하고 나서 젖은 옷을 말리기도 좋고 컵라면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는 맥주를 마시기에도 매우 좋다. 게다가 테라스 한쪽 끝에는 1층으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이 또 따로 있다. 어찌 보면 좀 미로미로한 이 구조가 아이들에게는 숨바꼭질같은 놀이를 하기에도 좋아 보인다.
일단 계곡이 있는 산에 왔으니 물놀이를 하였다. (이름이 왠지 송계계곡 일것 같다. 네이버에는 그렇게 나오는 듯) 계곡은 평소 가물면 물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데 우리가 간 기간은 서울에서도 3일 연속 폭우가 오고 난 후라 그런지 물이 꽤 많이 있었다. 유속도 좀 쏀편이었다. (하지만 혹시 제천에도 비가 많이 왔었는지를 여쭤보았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하신다.)
물놀이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재미 있는데 이 계곡은 기본적으로 폭이 좁지 않고 수심이 깊은 곳이 없어서 5살정도 아이들도 큰 걱정없이 놀 수 있다. 아직은 5월 말이라 그런지 물은 조금 차가웠지만 조금 더 있으니 나름 적응이 되는 기분이었다. 단순힌 물놀이를 꽤 하고 나서 아이들이 여기저기 계곡을 둘러보다가 올챙이가 있는 곳을 찾아내었다. 더 신기한 것은 그 올챙이들을 아이들이 맨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귀여운 올챙이는 뒷다리가 나오기도 전에 옥황상제를 만날뻔 하였으나 다행히 잠시 유리콜라병에 갇혀있는 형벌을 받고 나서 풀려났다.
물놀이가 끝나고 나서 계곡의 반대쪽에 펜션에서 관리하는 잔디밭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는 축구, 농구, 족구가 가능하며 그래서 축구인지 농구인지 족구인지 알기 어려운 마구잡이 놀이를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중심으로 하였다. 또 하나 좋은 점은 골프매트가 있고 축구장 전체끝까지 비거리가 120m정도가 되어서 9번 아이언이나 52도 정도로 스윙연습을 해 볼 수 도 있게 되어있다. (절대 잔디에서 치다가 뒷땅으로 잔디를 날려 먹으면 안된다. 그리고 잔디 운동장에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안된다. 아무도 없을때 혼자 해야하는..) 나는 물론 골프를 굉장히 못치기 때문에 7번을 잡고도 거의 끝까지 보내지 못했다. 한편 인근에는 파3골프장이나 낚시장이 꽤 많으니 찾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기를
잔디운동장 옆에는 단체 손님을 위한 세미나 실이 있고 그 안에 노래방 기계가 있다. 아이들은 동요를 불렀고 다섯살배기 둘째는 소리를 질렀는데 우리 둘째가 더 높은 점수가 나왔다. 역시 인생은 운칠기삼이다. 저녁에는 고기를 구워먹었는데 펜션에서 주신 철판이 사물 신문물이다. 아쉽게 사진을 찍지 못하였는데 그냥 한 마디로 가지고 싶은 물건이었다. 구지 좀 설명을 해보자면 넓은 통철판 아래 번개판을 쏙쏙 넣어 전체적으로 가열이 되는 선진국형 고기 구이 플랫폼이었다.
고기를 먹으며 시간이 흘러흘러 갈때 쯤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하늘이 맑아서 그런지 캠프파이어를 하는데도 하늘에 별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펜션이름이 스타팰리스 인건가? 아무튼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는 걸로..
둘째 날고 위의 과정을 고기먹는 것만 빼고 반복하였다. 대신 인근의 식당에서 송어회를 먹었다. 나는 서울 촌놈이라 송어회를 처음먹었는데 연어같은 느낌이 모양과 맛에서 모두 났다. 거기에 콩가루와 고추장 야채를 섞어 먹는 그 맛이 참 좋았다. 매운탕에 밥까지 먹고나니 모든 것이 마무리 되는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종종 와서 최소한 몇번을 더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었다.
이번 여행은 짧은 1박 2일 동안 참 많은 것을 하였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산을 앞에 두고 산에 오르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월악산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그리고 오를 수 있을 것 같이 보이는 산이었다. 실제로 월악산을 등반한다면 왕복으로 5시간 정도 소요 된다고 한다. 원래 '악'이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 산들이 산세가 험하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해서 내가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인 것으로 해야 할 듯 하다.
어쨋든 이곳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올해 안으로 다시 찾아보아야겠다는 다짐을 집사람과 나누며 눈을 떠보니 나는 캐리어 바퀴의 흙을 닦고 있었다. 아~ 일장춘몽과 같은 삶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