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한 신념이냐 고집불통 외골수냐
나는 혼다 차를 타는 사람이다. 2013년 쯤 원래 장인어른께서 물려주신 차가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할때 쯤 부터 시작된 새차구매의 고민은 국산차를 지나 폭스바겐으로 넘어갔다가 도요타를 지나 혼다에서 멈추게 되었다. 당시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에서는 전혀 인기가 없는 모델에 해당되는 어코드가 딱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어코드에 대한 최종적인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물론 다른 브랜드의 차들도 시승을 해 보았다.
나는 처음에 파사트에 관심이 많았지만 폭스바겐 차를 시승할때는 울렁거림이나 불편을 느꼈다.(이제 와서는 파사트를 사지 않은 선택은 좋은 선택이 되어버렸다.) 르노삼성에서 TCE 모델이 나온시기와 겹쳐서 잠시 관심을 가져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코드를 타고 난 후 무엇보다 중요하게 집사람이 만족감을 표시했고 나 역시 독일차는 아니지만 독일차스러운 단단한 주행 느낌이 있는 것 같아 나 역시 어코드가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살고 있는 나의 많은 외가쪽 식구들이 1가구 1혼다를 보유하고 있었던 배경 역시 내가 스스럼없이 혼다를 선호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차라는 이유만으로 그 브랜드를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 (닛산과 도요타 그리고 혼다가 일본의 TOP3 자동차 업체인데 이 가운데 혼다는 유일하게 전후에 생겨난 기업으로 전범기업과 거리가 멀다고 한다.) 하지만 국가적 이슈를 넘어서 가장 잘달리고 잘멈추고 고장이 잘나지 않는 차를 골라야 한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혼다차를 고르게 될 것이다. 그만큼 혼다는 기본기가 충실한 차이다.
그리고 원래 혼다의 차들에 대한 관심이 꽤 많았는데 혼다 차를 구매하고 나니 점점 더 혼다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레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는 피트(FIT)나 엘리먼트(ELEMENT)등의 차량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혼다차가 지나가면 눈이 자연스럽게 따라가곤 하게 되었다.
더욱이 정기점검을 위해 일년에 두세번씩 센터에 방문을 하게 되니 정비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매장에 들어가 어떤 차가 새로 나왔는지 보게 되었다.
이처럼 나름 혼다라는 브랜드를 좋아하는 한 명으로 혼다 매장을 오고 가면서 느끼게 된 점 그리고 현재의 혼다와 미래의 혼다에 대해서 몇 가지 적어보려고 한다.
1. 혼다는 세그먼트 확장에 적극적이지 않다.
우선 혼다의 글로벌 전략도 그렇지만 특히 혼다 코리아의 경우는 차량에 대한 세그먼트 확장에 적극적이지 않다. 혼다가 처음 한국 시장에 들어올때는 CR-V와 어코드나 씨빅 등 인기 모델을 들여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혼다코리아가 생기기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의 수입차 시장은 매우 높은 가격의 차량들로 형성이 되어 있었고 자연스럽게 외제차=부자 라는 인식도 있었다. 그런데 혼다는 어코드나 CR-V를 나름 합리적인 가격에 들여오면서 외제차의 대중화를 이끌기도 하였다. 특히 CR-V는 정말 많은 판매를 올리기도 하였다.
이후 혼다코리아는 파일럿이나 크로스투어 등의 모델이 들어오기도 하였지만 앞에서 이야기 한 피트나 엘리먼트와 같은 모델은 정식 수입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물며 S2000같은 스포츠카 형태의 모델은 당연히 정식 수입된 바가 없다. 그리고 SUV의 라인업에서도 HR-V와 같은 모델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혼다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의 경우 최근 고성능 라인업을 만들거나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고급차 라인업을 새로 짜고 브랜드화 시키며 소형버스 시장에도 진출하며 PYL 같은 젊은 층을 위한 세그먼트도 공략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차량의 기본품질 이슈로 인해 가치가 많이 희석되기도 한다.) 과연 현대자동차의 이런 노력이 무의미한 것일까? 난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최근 어큐라 모델이 국내에도 들어오기는 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혼다의 글로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대형차량이라고 불리는 벤츠S클래스나 BMW7시리즈 등에 대항할 수 있는 모델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남게 되는 사실이다. 도요타가 오랜 연구 개발을 통해서 렉서스의 LS라인업을 나름 시장에 정착시킨 점에 비해서는 '나는 나의 갈길을 가겠다.'라는 행보처럼 보인다. 이런 점은 혼다의 뚝심일까? 아니면 쓸데없는 고집일까? 혹은 선택과 집중일까? (LS라인업은 벤츠나 BMW의 고급차량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 성능과 고급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물론 가격은 훨씬 낮은 편이다.)
최고급 세그먼트의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차량 개발의 역량과 범위가 한층 높아진다고 할 수 있으며 고급차에 적용된 기술들을 순차적으로 아래 등급의 차량으로 이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에서는 이득이 될 수도 있는 부분임에도 혼다는 기함에 해당하는 차를 만들지는 않는 것이다.
2. 인위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요즘 혼다차들은 못생겼다. 모든 자동차들 중에서 가장 못생겼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절대 잘 빠진 디자인은 아니다. 특히 이 시점에 혼다 코리아 매장에 들어와있는 차들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최근 혼다는 파일럿, 어코드, 시빅 등이 디자인 변경을 거쳤다. 그런데 이 3가지 모델이 모두 너무 많은 외관에 크롬을 붙이고 나타났다. 그런 혼다차량들의 외관 디자인은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예쁜 디자인이 아닐 예뻐보이려고 노력한 디자인처럼 느껴진다. 그것은 어코드의 컨셉이기도 한 THE FUTURIST 같은 단어와 어우러지며 인위적으로 미래를 보여주려는 어색한 노력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큰 호응이 있던지 없던지 혹은 디자인이 성공적이던지 아니던지 렉서스가 가지고 있는 엘피네세와 같은 하나의 디자인 철학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내 디자인의 경우도 하이그로시 색상 차이나 내부 디스플레이 크기의 차이 그리고 좀 더 나은 마감 정도로 고급차량과 중형차량 그리고 소형 차량의 디자인이 나뉘었다. 결국 가장 고급차량인 어큐라라고 하더라도 진정한 차량 내부 인테리어의 고급감을 느끼기는 어렵다. 역시 이런 부분은 현대기아자동차가 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단 현대기아자동차 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아우디 그룹도 인테리어를 잘 구성하고 차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런 부분에 있어서 혹시 혼다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세그먼트가 넓지 않아서 차별화 자체의 폭이 좁은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혼다는 파워트레인 쪽에서는 매우 좋은 성능을 뽑아주고 있으며 이런 노력에 인정받기도 하지만 그런 장점을 더 어필할 수 있는 노력과 시너지가부족한 셈이다.
디자인이 아닌 주행에 있어서 혼다가 만족스러운 차라는 것은 운전을 하면서 자주 느끼게 된다. 어코드 2.4 모델은 아이브이텍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120킬로 영역을 넘어서며 브이텍 엔진이 터지는 특성을 역시나 가지고 있다. 이것이 혼다의 명백한 매력이지만 이런 매력이 디자인이나 다른 전체적인 차량의 매력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판매로 효과적으로 연결되기가 어렵다. 결국 지금 이 시점에서는 차량의 전반적인 매력의 밸런스에 있어서는 혼다가 닛산보다 좋다고 감히 말할 자신이 없다. 내가 혼다의 오너임에도 그렇다.
자동차는 달리기 성능도 중요하지만 그 큰 몸체를 항상 밖에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외형의 디자인도 매우 중요한 만족의 대상이다. 운전자가 운전을하며 지속적으로 보게되는 실내 디자인도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것이 고객 경험의 중요한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3. 잃어버린 10년인걸까?
최근 나는 혼다가 충돌테스트에 무척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는 내용을 최근 인터넷 기사로 보았다. (http://auto.danawa.com/news/?Work=detail&no=3038784&Tab=N1) 역시 혼다는 안전에도 큰 신경을 쓰는 믿음직한 회사이다. 투자가 많은 만큼 스몰오버랩 테스트 같은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혼다에게 좋은 기사만 나오고 있지는 않다. 올해부터 에프원에 다시 출전하여 엔진을 공급하지만 그 결과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http://www.skysports.com/f1/news/12479/9948073/what8217s-gone-wrong-at-mclaren-honda-and-how-can-they-fix-it)
약 10년전 혼다가 F1에서 철수할때만하더라도 외계인이 만들어내는 수준의 자연흡기 엔진을 만들어냈지만 이미 자연흡기는 세계적인 추세에서 벗어난 엔진이 되어가고 있고 다운사이징의 트렌드와 함께 터보엔진의 시대가 오기도 하였다. 토끼가 잠자는 사이에 거북이가 매일 런닝머신을 뛰어 치타가 되어 버린 걸지도 모른다.
혼다는 F1을 떠난 이후 지난 수년간 잘팔리는 차에만 집중해왔으며 이런 점에 대해서 혼다의 팬들은 큰 실망을 하기도 하였다. NSX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고 혼다의 FUN카는 사라졌다. 혼다는 지난 십년의 공백을 얼마만에 극복할 수 있을까?
4. 혼다의 미래보다 더 불투명한 혼다 코리아의 미래
혼다는 글로벌 전체적으로 S2000이후 스포츠카류의 명맥이 끊겼다. 그리고 혼다코리아 역시 CR-V나 시빅 어코드처럼 전형적인 돈될 모델을 위주로 수입을 하였다. 자동차를 만들기 보다는 자동차를 판매하는데 집중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던 혼다의 모델이 있었다. 그건 바로 S660이었다. 미드십 경차 스포츠카라는 수식어만으로고 관심을 끄는 이 차는 실제로 개인통관등으로 그 차량을 직접 들여오는 경우가 참 많은데 이에 반해 혼다 코리아는 이를 직접 수입하지는 않고 있다.
수요가 명확한데 공급은 기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량을 개별적으로 들여오다보니 가격이 높게 형성됨은 물론이고 혼다코리아의 판매 상품이 아니다보니 센터 정비도 정식 수입 제품들과 다른 경로를 거치게 될 것이다. 혼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큰 성공을 거두고 어두운 터널을 약 10년간 지났다면 어쩌면 그 터널을 끝낼수 있는 계기가 S660과 같은 모델일텐데 못내 아쉽다. 물론 우핸들 변경이나 일본 국내 물량 부족등의 이유등은 나도 알지만 S660을 떠나 장기적으로 세단과 SUV가 아닌 매력넘치는 차량에 대한 판매 로드맵이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혼다가 내놓은 신형 NSX와 S660은 오래전의 강자가 기지개를 피는 모습처럼 느끼게 한다. 과연 그 기지개가 첫승을 거둔 크로캅의 모습일지 유에프씨를 피한다는 오명을 쓴 표도르의 모습이 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