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타령은 이제 그만, 우리 몫을 만들어 봅시다.
불과 몇일전까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성찰의 글이 엄청나게 올라오더니, 이제 그 자리를 중국의 최대 쇼핑시즌으로 자리매김을 한 광군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에 진행되는 상품 할인 판매 행사로 원래는 독신절 (솔로데이)에서 시작된 행사이다. ‘광군(光棍)’은 중국어로 혼자인 사람을 뜻한다. 11월 11일은 우리나라에서는 1이라는 숫자의 모습이 빼빼로의 형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롯데제과의 담당자의 기획력과 연결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빼빼로 데이가 되었지만 중국에서는 동일한 1이라는 숫자의 모습이 외롭게 홀로 서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미로 11월 11일이 솔로데이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이런 광군제의 특징을 이용해 쇼핑 산업의 효과로 바꾸었다. 솔로를 위한 선물을 사는 날로 광군제의 의미는 바뀌었고 거기에 파격적인 할인을 통해 매출액이 급증하는 변화까지 이어졌다. 광군제 행사는 2009년 처음 시작 이후로 급증하고 있다. 타오바오의 경우 2009년 광군제 매출이 5200만 위안으로 약 100억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2012년에는 191억 위안으로 그리고 2013년에는 360억 위안 수준이 되더니 2014년에는 500억 위안으로 급증하였다.
결과적으로 광군제의 주인공은 솔로들이 아닌 알리바바나 타오바오와 같은 쇼핑몰들이 되어 버린 셈이다. 또한 비록 중국 내의 행사 임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인 관심이 몰리기 시작하였다. 광군제의 파워는 예전에 포스팅하였던 '내읽책_참여감'에서 언급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도 이런 광군제에 대한 관심도는 매우 높아서 많은 신문 기사들을 통해서 놀라운 수치들이 전해졌다.
- 24시간 동안 16조5000억 원 어치 상품 구매
- 우체국 택배업자가 당일 처리한 택배 물량 1억4800만 건
- 동 기간동안 전국 우편 및 택배업자에 의해 임시 고용된 직원 10만명 이상
- 약 5만대의 수송 차량 동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두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3톤 트럭의 전장 길이는 약 5m를 넘는데, 광군제에 투입된 약 5만대의 차량이 3톤 트럭이라면 이들을 일렬로 세울 경우 250km의 길이가 되는 셈이다. 이 거리는 서울 중심에서 구미까지 갈 수 있는 거리이다. (직선거리가 아니라 도로상의 거리이다.)
아무리 놀랍고 신선한 충격을 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광군제는 중국의 행사이다. 남의 나라의 남의 몰에서 진행되는 행사이다. 물론 이 곳에 우리나라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국내 상품이 일부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상품의 주문은 50만건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총 택배 물량은 집계하는 주체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4억 6천만건으로 나와 있다. 4억 6천만 건 가운데 50만건의 판매를 긍정적으로 볼 것인지가 우리의 관건이다.
분명히 더 큰 기회가 있었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 잠재력에 비하면 개인적으로는 낮은 수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 가운데에서도 이랜드와 같이 일찍이 중국 진출의 선봉에 섰던 회사들은 의미 있는 실적을 냈다. 이랜드는 광군제 기간 동안 317억의 매출을 냈다고 한다. 우리는 이랜드의 317억 매출에 집중하여야 한다. 한국 상품 주문 50만건의 총 매출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매출 건 평균 단가가 10만원 이라고 가정한다면 그 금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랜드가 전체의 60%이상의 매출을 견인한 셈이다. 물론 이런 계산법은 실제 수치를 추정하는 간단한 계산 수준이니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더 많은 기회가 있음을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숫자들이다.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중국에 비하여 높은 품질을 갖추고 있는 상품 경쟁력이 있다. 특히 화장품이나 패션 등의 영역에서는 그 효과가 적지 않음을 국내로 여행을 와서 한번에 엄청난 양의 물건을 구매하거나 혹은 고가의 물건을 서슴없이 싹쓸이해가는 요우커들이 증명하였다.
이미 광군제 시즌이 되었기 때문에 알리바바 등의 사이트를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고 직구로 들여오는 직구족의 수는 꺽을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져 버렸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수요와 공급 혹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지엽적인 관점을 묶어서 해결하려고만 한다. 예를 들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그 좋은 예일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의 해법인 것이다. 해외의 블랙프라이데이나 광군제 행사로 소비되는 국내 수요를 막거나 급조된 국내 행사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건 마치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비슷해 보인다. 차라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의 행사에서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럽게 놔두고 해외 대규모 상품 판매 행사를 상품 공급과 같은 측면으로 더욱 공격적인 공략을 하는 것이 현명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최근 중국 관광객의 재방문 비율이 일본 재방문 비율에 비하여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 현상은 근시일내에 중국인 관광을 기반으로 확장하고 있는 사업들에 영향을 줄 것이며,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더 많은 관광 콘텐츠를 추가하고 관광 인프라를 늘리며 중국어 가능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등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산재하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 노력들이 다 병행된다고 하여도 한국에 오기 싫어진 꽤 많은 수의 중국 사람들을 억지로 끌고 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몰의 행사들은 이런 시간의 필요나 위치적인 한계 그리고 다른 부가적인 노력들을 넘어서는 범위에 있다. 해외의 온라인몰에 상품을 공급하는 행동은 마치 애플의 아이폰에 삼성전자가 부품을 공급하여 이익을 창출해내는 구조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제 남이 잘되는 이야기에 대한 타령은 조금 더 자제하고, 그 가운데 실질적인 우리의 몫은 무엇이 될지 찾아봐야할 때이다.
지금까지의 경기부양책의 방식이라면 우리는 11월 11일을 빼빼로데이에서 갑자기 솔로데이로 바꿔야 할 것이다. 그건 심지어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보다 더한 억지스러운 현지화 전략이다. 자연스러운 경제의 흐름에 올라타면서도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완전매입형태의 유통 형태를 기반으로 재고소진의 필요성이 있었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겉모습만 비슷하게 그려 놓은 코리안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행사만 계속 된다면 광군제가 아니라 그 무엇도 우리에게는 큰 외부의 자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언제보다도 남의 성공을 잘 살펴보고 올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