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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Dec 29. 2015

동일한 서비스를 여러 경쟁자가 내어 놓는다는 것

차별화없는 경쟁에 대한 두려움

최근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개발이 가장 큰 화두이다. 자동차라는 움직이는 거대한 고철덩어리가 생겨난 이래 '자율주행'이라는 키워드는 가장 변화의 지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자율 주행은 '운전자의 필요성이 없어짐'으로 시작하여 '사고발생의 급감'이나 중앙제어 방식의 자율주행 통제를 통한 교통량의 조율에 따른 신호체계의 변화 그리고 교통 법규의 변화를 넘어 경찰인력 등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현재 대부분 운전자 중심(Owenr Drive)형태로 발전해 왔던 차량의 구조적인 형태에도 변화를 불러 일으킬지도 모른다. 결국 자동차라고 불리는 이동수단의 사전적 정의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이 바뀔지도 모른다.


한편 이와 같은 자율 주행이 가지고 있는 다른 형태인 프로그래밍된 환경이 가지는 윤리적 문제점에 대한 이슈도 있기는 하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 수 많은 자동차회사들은 모두 자율주행이라는 시스템을 각자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다.


http://ed.ted.com/lessons/the-ethical-dilemma-of-self-driving-cars-patrick-lin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대한 각 자동차 회사들의 열정은 그린에너지 개발의 열풍에 전혀 뒤지지 않을 뿐더러 그린에너지의 개발이 수소에너지와 전기에너지의 형태로 이원화되고 전기에너지의 충전방식이 급속충전방식, 무선충전방식, 충전배터리 교체 방식 등으로 나눠지는 것과는 다르게 '알아서 운전하는 주행방식' 이라는 단순한 정의에 집중하여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그 기술의 개발 역시 그린에너지가 하이브리드카 혹은 디젤이나 엔진 다운사이징 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되었던 것과 같이 자율주차, 차선이탈경보, 고속도로 자율주행 등으로 단계를 거쳐가면서 진행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2020년 정도가 되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될 수 있다고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2020년 토요타, 닛산, 현대기아 등의 자동차 회사들이 2020년 경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주제가 있다. '왜 구태여 이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동일한 기술을 서로 각자 다르게 개발을 할까?'하는 것이다. 그 답은 사실 간단하다. 모든 자동차들이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 시장은 PC와 스마트폰과 같이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시장이 장악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마다 서로 다른 규격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그 결과 전체 시장을 통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물론 거의 모든 자율 주행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로직의 부분은 대동소이할 것이다. 예를 들면 앞뒤 옆의 차량 간의 거리를 조절하거나 이외에도 갑자기 차량에 접근하는 물체를 피하며 신호체계에 따라서 이동하는 것일 것이다.)


조금 소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그 단계를 거쳐야지만 자율주행이라는 사용자 경험을 우리가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이런 변화조차도 전장 사업이 차량의 운영시스템을 납품하여 하드웨어 제조와 소프트웨어 제조를 분리할 수 있다면 바뀔 여지는 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애플이나 구글이 만들고 있는 무인자동차는 이런 방향을 지행하고 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753915


그런 흐름이 이런 책이 나오는 단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차량의 구조적인 특징 차이가 자율주행 시스템이 각자 다르게 개발되어야 하는 첫번째 이유라면 서로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차이가 미래 자동차의 판매량의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그 두번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항상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볼보의 경우는 안전 제일주의의 자율주행 시스템에 강점을 가질 수 있으며 C세그먼트에서 Fun 드라이빙에 강점이 있는 BMW는 그런 부분에 적합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자율주행이 폭 넓게 적용되는 시점 이후로는 차량의 경험이 Control + Feeling 에서 Control이 빠진 Feeling만 남게될지라도 차량의 경험이라는 부분은 작게나마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차별화가 가능한 경쟁인 것이다.








한편 언뜻 보면 자율주행과 비슷하게 다양한 업체가 동일한 특징의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간편결제 서비스이다.


간편결제란 무엇일까? 그것은 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기존의 현금이나 플라스틱 카드의 결제 방식을 대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간편결제는 제로투원의 저자인 피터틸과 그린에너지 경쟁에서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경쟁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는 엘론머스크를 재벌로 만들어준 서비스였으며 알리바바의 마윈이 단순히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님을 일깨워준 알리페이 역시 간편결제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워낙 유행에 민감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간편결제의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페이, SSG페이, 삼성페이, 시럽페이, 페이나우, 애플페이, 스마일페이, 케이페이 등등등 이제는 그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을 정도로 간편결제는 많아졌고 또 새롭게 더 많이 개발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간편결제 시장이 더욱 치열해 보이는 이유는 기존에 결제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PG사로부터 시작하여 인터넷사업을 하던 포털회사, 휴대폰을 만들던 전자회사, 온라인서비스를 만들던 서비스회사 그리고 유통을 하던 유통사들까지 뛰어들었기 떄문이다.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업체들이 동종업계에 진출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을 의미한다.


결국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은 다른 요소로 시장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회사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서로 자신의 자회사나 모회사에서 해당 간편결제의 사용의 유도하며 표면적인 시장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는 쉽게 사용 가능하고 눈에 잘띄는 네이버페이나 롯데 관련 쇼핑몰에서는 쉽게 사용이 가능한 엘페이처럼 말이다. 우리의 지갑에 있던 현금과 신용카드가 어디에서나 쓸 수 있었던것과는 달리 간편결제는 아직까지는 사용처에 있어서는 범용적이지 않다. 물론 이런 단점을 파고들어서 삼성페이는 신용카드의 마그네틱을 휴대폰에 저장해 놓는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다.


사실 그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든 간편결제 방식들 간에는 차별화의 포인트를 찾기가 어렵다. 동일한 서비스를 내어 놓는 다양한 경쟁자들이 하고 있는 경쟁의 방식이 창조나 혁신쪽에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가지고 있는 영역지키기나 땅따먹기에 그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이 부분에서는 몸빵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떠오른다.


이런 느낌은 결국 멀지 않은 미래에 그 많은 간편결제들이 영역지키기나 땅따먹기에 지쳐서 합종연횡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마치 2000년 즈음 많은 카드사들이 무리한 영업을 반복하다 쓰러지고 합병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동일한 서비스를 많은 경쟁자들이 서로 내어 놓는 일은 인류의 역사에서 계속 반복되어 온 일이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그레이엄벨이 전화기를 개발해서 특허를 등록했던 날에 일라이셔 그레이라는 발명가 역시 같은 날 전화기 특허 등록을 신청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두명 가운데 그레이엄 벨이 1시간 가량 빨리 특허를 신청하여 전화 발명가가 되었다고 한다.) 하나의 영역에서 비슷한 기술을 가지고 경쟁을 한다고 하여 모든 경쟁이 소모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동일한 서비스를 많은 경쟁자들이 서로 내어 놓는 경쟁 형태는 과거에는 '최초'라는 상징성에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예전만 하더라도 기술의 발전이 더디거나 정보의 공유가 적었던 관계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된다는 것이 부(富)를 불러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결국 명예와 보상이 어느정도 일관되게 따라왔던 것이다.




한편 명예(또는 이제는 명분이 될 수도 있겠다.) 혹은 보상은 여전히 기업간의 경쟁에 있어서 가장 큰 동인이다. 다만 많은 경쟁자들이 하나의 시장에 서비스를 내어놓는 행위가 모두 경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모기업의 계열사 중심으로만 쓸 수 있는 간편결제나 첫 결제시에 5,000원 할인 등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집객에 집중하고 있는 시장은 정상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식의 서비스 운영은 곧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전에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재패할 수 있는 범위는 국내 시장 뿐일 것이다. 어떤 간편결제 서비스도 그 서비스의 명분이 우리의 기존 산업 안에서의 결제 방식을 점유하기 위함이라면 성공은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리 IT산업조차라고 할지라도 지금 간편결제 시장의 존재는 HOT하다는 소문을 듣고 창업의 붐이 불어왔던 커피시장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커피 산업도 그 발전과정은 간편결제 시장과 언뜻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커피붐이 불고 기존의 커피업체들이 성장하고 패스트푸드점이나 베이커리 등 관련 산업 업체들이 내부 고객을 빼앗기기 싫어서 샵인샵으로 커피전문점을 내며 내 땅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경쟁을 했다. 하지만 그 둘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아주 많다. 커피 시장은 커피 맛이라도 다를 수도 있고 인테리어로 차별화 할 수도 있으며 제조/판매업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도 가능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확실한 사실은 차별화 없는 경쟁은 경쟁을 않하느니만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122416492952827&outlink=1




겉보기에는 비슷해보일지 모르는 수많은 경쟁환경들 속에서도 이런 작은 차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율주행과 간편결제는 2016년도에도 뜨겁게 타오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키워드로 함께 뽑히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이런 차이들이 있을 수 있다. 2016년 대한민국의 간편결제 시장이 이런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혁신의 방향이나 새로운 시장 경쟁의 형태를 이끌어내어 내 뒷통수를 강하게 한 번 때려 주었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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