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평등의 이념 갈등 사이에서
상거래 앞에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
프랑스혁명에 크게 3가지 이념이 존재하였다. 자유, 평등, 박애 (Liberté, Égalité, Fraternité 발음할 줄도 모르지만 그냥 참고 삼아 가져옴)가 바로 그 세 가지이다. 박애는 형제애의 개념이라 시대적인 사상을 뒷받침하지만 자유와 평등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 사회의 가치이다.
그리고그 중요한 자유와 평등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땅에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휴대폰과 책이라는 두 가지제품 앞에서 이념갈등을 하고 있다. 자유롭게 가격 경쟁을 하며 시장 경제의 원리에 따라 판매자 마다서로 다른 가격으로 휴대폰과 책을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동일한가격으로 휴대폰과 책을 평등하게 사게 할 것이냐? 가 바로 그 갈등의 핵심이다.
휴대폰과 책의 산업구조
많은 사람들은단통법과 도서정가제 앞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단통법이나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낮은 가격으로휴대폰이나 책을 살 수 있었던 주로 젊은 층의 소비자로부터 단통법과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매출이 줄어든 중간 유통업자까지 그 불만의 층은 다양하다. 거기에 공급자들조차 일부는 법 시행 이후 매출 타격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결국 이런 법을 시행한 곳을 사람들은 쉽게 손가락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이 부분을 조금 더 다르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시행될 법이었다면 결과적으로 이 법 시행이 이끌어낸좋은 부분은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먼저 단통법은사람들이 휴대폰을 교체하는 주기를 늘렸다. 예전 같으면 할부원금이 저렴한 휴대폰을 찾아 구매한 후 약 90일로 한정되어 있는 최소 보유 기간이 지나면 이들이(혹자들은 이들을직설적으로 뽐거지라는 표현으로 부르곤 한다.) 꽤 많았고 그만큼 평균적인 휴대폰 교체주기도 짧았다. 하지만 이제는 24개월 약정에 대한 기간 상의 두려움과 높은 휴대폰구매가격으로 인해 위와 같은 형태의 휴대폰 구매는 많이 사라졌다. 약간은 비정상적인 휴대폰 구매행태가많이 사라진 것이다.
한편 도서정가제는거대 서점으로 인해 사라져가던 중소 서점들이 가격 경쟁 이외의 부분으로 서거대 서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재를 만들었다. 인터넷 서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이후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 동네 서점이라고 불리우던 곳들은 속속들이 그 자취를감추어왔다. 책을 구매할 때 결정적으로 꼭 그 책을 미리 봐야 할 이유가 없으면 바로 인터넷 서점으로달려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학가와 같이 서점이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곳들조차 지역 혹은 동네 서점들은거의 씨가 말랐다. 그랬던 서점들이 최소한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서로 정의된 약자는 다르다. 다르다?
다시 처음으로돌아가자면 두 가지 법은 자유와 평등 간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더라도 평등이 더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평등이란 그 이전에 강자와 약자가 존재하였음을 의미한다. 이 두 경우는 누가 약자였을까?
단통법은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비싸게 휴대폰을 구매해 온 사람들이 약자라고 정의되었고 도서정가제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중소서점들이 약자라고 정의된 셈이다. 그리고 법 시행은 약자를 잘 보살필 수 있도록 시행되었을 것이다. 둘 중의 하나의 제도는 아주 작은 효과 정도는 있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상적으로 더 중요한 것은 두 법의 결과는 모두 모든 사람이 결코 예전보다 싸지 않게 휴대폰 혹은 책을 구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법은 제도를 만들수는 있지만 유통과정의 전 프로세스를 정의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휴대폰과 책 모두 예전보다 덜 구매하게 되었다.
이런 정의로운 행동의 결과로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기존에 휴대폰을비싸게 구매해오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폰을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 있거나 이전에 비해서 법이 지켜주는 평등함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는지도 애매하다. 오히려 휴대폰의 유통과정에서 구매고객, 중간판매상, 제조사들 간의 사이에서 진정한약자가 있었을까가 더 의문이다. 법과 정의, 수요와 공급, 경제와 사회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 제도도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각각 다른 사회적 기여
처음 목적이야 어찌되었던 간에 모든 일에는 결과가 있는 법이다. 2014년 기준 성인 연간 독서량은 9.2권으로 2011년 대비 0.9권줄어들었다. 앞으로 도서정가제가 맹위를 떨치면 연간 아홉 권 아래로 떨어지는 것도 마냥 요원한 일은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부채로 늘어나고 소비자 물가는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책에 대한 소비라도줄일 수 있는 건 한줄기 희망일지 모른다. 단통법 역시 의도적이지 않지만 최대수혜자가 국외의 기업으로나타나 많은 국민들이 보안의 위협이 덜한 휴대폰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그 덕분에 특정 운영체제로몰려있던 휴대폰 판매 비율도 나름 정상적으로 보이는 수치로 바뀌었다. 무엇이든지 조화를 이루는 것은언제나 중요하다.
거기에책을 읽지 않으면 종이를 아끼고 종이가 아껴진다는 것은 더 적은 나무가 잘린다는 의미이고 사람들이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는 것은 그 만큼 금속과플라스틱 재료들의 과도한 사용이 방지되기 때문에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도 좋다고 볼 수 있다.
묘안?
전문가가아니라서 묘안 따위는 없다. 사실 전문가들도 묘안이 없는지 제도를 아직 개선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이 둘을 섞어보는 것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출고 된지 18개월이 넘은 휴대폰에 대해서는 단통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최근에 출시 18개월을 지난 LG의 G프로2는 꽤 큰 각광을 받았다. 더욱이요즘처럼 하이엔드폰과 중저가폰의 스펙차이가 큰 의미 없는 시절에는 이런 제도는 꽤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3~4년전만 하더라도 하이엔드폰과 중저가폰의 스펙차이는 너무 크게 느껴져서 돈을 좀 쓰더라도 하이엔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정부나 제도의 노력은 아니고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도로 만들어지는 하나의 현상일 뿐이다. 이걸 도서정가제에 적용하면 안될까?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책은 도서정가제를 반영하지 않는 것이다.
한 가지중요한 것은 내가 천재라서 이런 생각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유럽에서 이미 시행중인제도이며 유럽에서도 2년 이상 지난 도서에 대해서는 해당 제도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 내용은 위키백과에 버젓이 나와 있다.* 법과 제도를 만드는 분들이조금만 더 작은 노력을 들이면 해결책은 오히려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에게 자유와평등사이의 가치를 지정해 주려면 그 정도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https://ko.wikipedia.org/wiki/%EB%8F%84%EC%84%9C%EC%A0%95%EA%B0%80%EC%A0%9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