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의 매력
언제나 그렇듯이 봄이 오면 종종 걸어서 출근을 하곤한다. 한강에서 압구정에 있는 회사로 나가려면 청담 또는 압구정 토끼굴 그리고 성수대교를 통해 나갈 수 있는데 그 중 역시 가장 선호하게 되는 출구는 압구정 토끼굴이다. 그곳에는 예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한시간쯤 걸었을까. 드디어 목적지에 어느 정도 다 와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토끼굴의 입구 부근이다. 요즘은 날씨가 좋아서 남산 타워가 손에 잡힐듯이 보인다. 실제로는 엄청 크게 느껴지지만 역시 카메라 렌즈를 통하면 그 모든 것이 꼬꼬마가 된다.
토끼 굴의 그래피티는 구지 나누자면 3개의 구간 정도 아닐까 싶다. 첫 번째는 한강 쪽 구간이다. 이 쪽은 큰 면적에 여유 있게 공간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 보인다. 실제로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작업을 하는 것을 목격했던 것도 이 쪽이다. 굉장히 공간이 여유롭기 때문에 좋은 고퀄리티의 작품들이 많다. 얼마 전 읽었던 일본 소설에서 나왔던 것처럼 그래피티 아트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기존에 있던 작품보다 더 나은 작품을 그릴 수 있을때 이전 작품을 덮고 새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데 그래서 인지 이쪽 구간에서 오랫동안 보존이 되는 작품들이 간혹 있다.
토끼굴을 메타포로한 토끼의 그래피티와 BRO&TIPS의 그래피티가 유난히 귀엽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작품은 토끼굴에서 직접 볼때는 심미적인 느낌을 덜 받았는데 사진으로 찍고 PC로 들여다 보니 매력이 있다.
자전거와 행인들이 길을 꺽어 나가는 부근은 가장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그려지는 곳으로 보인다. 예전에 더콰이엇의 그래피티도 이 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자리했었고, 최근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작품이 지워지지 않고 보존되고 있다.
마지막 구간인 밖으로 나가는 쪽에는 앞에서 본 두 곳보다는 좀 더 연습적인 측면이 많아 보이는 작품들이 있다. 특히 그 연습도 점점 치열해 지는지 전만 하더라도 아래 위로 구간을 나누어 그림이 그려진 적은 적어 보였는데 이제 정말 높은 쪽에도 그래피티가 가득하다. 저 위까지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사다리를 가져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피티는 그래피티이고 참 삶이 별 것이 없다. 이렇게 걷고 이렇게 잘 그린 그래피티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니 말이다! 내일도 모레도 또 걷고 걸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