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몰랐던 작은 불편
멀지 않은 출근길에 추위가 몰려오니 예전과는 달리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지는 못한다. 자전거를 대신해서 압구정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버스와 지하철이 있는데 생각보다 잠실-압구정 구간은 아침 시간에 차가 막히지 않아서 거의 대부분의 경우 버스를 타게 된다.
오늘도 그렇게 출근을 하던 중 버스 안에서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는 몇 가지 불편한 사용자 경험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수많은 시내버스들은 서로 제조회사도 다르고 차종도 다른 관계로 이런 불편을 모든 버스의 불편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 글은 그냥 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 혹은 운행하는 분들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포인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첫번째는 차량 뒤쪽에 있는 좌석 중 천정에 부딪히지 말라고 붙여 놓은 '머리조심'스티커이다.
이 스티커의 가장 큰 문제는 머리조심이라는 글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는데 곡면 형태의 천장에 붙어 있는 저 작은 글씨가 보일리가 없다. 저 글씨가 가장 잘 보이는 순간은 이미 머리가 부딪히고 자리에 앉아 천장을 볼때이다.
또한 머리를 조심하라는 상황을 알려주기 위한 이미지 역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순간적으로 캐치하기는 어렵다. 차라리 커다란 글씨로 '머리조심' 만 쓰는 것이 실제 고객 관점에서는 훨씬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두번째는 발 미끄러짐 방지판이다.
아래 이미지와 같이 버스에는 발 미끄러짐 방지판이 붙어 있다. 특히 오늘과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이 발미끄러짐 방지판이 더욱 소중해 진다.
그런데 아래 이미지와 같이 발 미끄러짐 방지판이 가운데 붙어 있는 경우도 있다. 사람이 어깨 넓이로 걸으면 절대 닿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붙여 놓은 모양이다. 어차피 비가 오지 않더라도 뒤좌석의 손님이 헐레벌떡 내리거나 할 경우 이 구간에서 미끄러질 확률이 높은데 발의 간격을 고려하여 어깨넓이로 발미끄럼 방지판을 붙이면 더 나을 것 같다.
세번째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기 어려운 비상탈출용 망치이다.
이 망치를 쓸 상황이 되어 본적은 없지만 이 망치를 쓸 상황이 되었을 정도라면 사람들의 정신이 오락가락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이런 비상탈출용 장비들의 경우 빠르게 접근 가능하고 쉽게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 지하철의 소화기 역시 이와 같은 개념의 장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내가 탔던 버스에 붙어 있던 비상탈출용 망치는 버스 안의 다른 어떤 요소보다 천장에 가깝게 붙여 있어 사람들의 시야에 가까이 있지 않고 더욱이 키가 작은 분들은 손도 안 닿을 듯한 높이에 붙어 있었다.
유리창의 창틀에 하차벨 주변 등 손도 쉽게 닿고 눈에도 잘 띄는 곳으로 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네번째는 거의 보이지 않는 그리고 보지 않는 노선도이다.
예전만 하더라도 버스 노선도를 이렇게 버스에 붙어 있는 형태로만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유리창 노선도가 정보전달로서의 가치가 아주 높았다.
하지만 요즘처럼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는 그 중요도가 한참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유리창의 노선도는 유리창 주변의 사람들만 볼 수 있다. 워낙 폰트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바로 앞 뒤의 사람들 이외에는 노선 확인이 불가능하다.
여전히 이런 유리창 노선도를 위주로 버스를 타고 내리시는 분들도 계시므로 이런 요소를 없앨 수는 없겠지만
차량 내 NFC나 블루투스 등을 이용하여 사람이 차량에 탑승하면 폰으로 노선도 이미지를 메시지 형태로 내려 보내주는 등 스마트 시대에 적합한 대체재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 버스를 타고 오는 짧은 시간동안 느낀 점들이라 버스라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깊은 통찰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버스를 비롯하여 우리가 매일 가까이 하고 있는 어떤 사물과 서비스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과 고민을 하는 부분은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버스도 나도 한 단계 더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