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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Sep 21. 2015

bb-8과 페퍼(Pepper)의 사이에서

감성 로봇과 대용 로봇? 우리는 어디에 있나?

로봇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해 6월 5일 소프트뱅크의 대표이사인 손정의는 마치 사람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가정용 인공지능 로봇인 페퍼(Pepper)를 발표하였다. 그날 공개된 페퍼는 마치 진짜 사람과 비슷한 손동작과 제스츄어를 보여주거나 눈을 깜빡이고 사물을 손에 쥐고 있는 등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페퍼는 Emotional Engine을 통하여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고 소개되었고 사람의 얼굴을 구분하거나 표정이나 목소리를 통해 사람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였다. 그야말로 사람과 가장 비슷한 로봇을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 손정의는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되는 순간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는 수 많은 로봇들이 나타났지만 지난 25년 동안 손정의는 사람같은 그리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로봇을 꿈꿔오고 만들어 온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페퍼


한편 최근에는 또 다른 모습의 로보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미국의 스타트업 업체인 스피로(Sphero)가 만든 'bb-8 드로이드(Droid)'라는 제품이다. 로봇이라고 부르기에는 꽤 자그마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이 제품은 드라이브, 메시지, 패트롤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둥근 모양의 본체를 굴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전세계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로봇 사람들의 대화에 오르내리다.

bb-8 드로이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제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상품성이다. 스타워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전형적인 스타워즈 룩(Look)을 가지게 된 외형과 bb-8 드로이드가 내는 음성 등은 스타워즈 덕후들에게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이다.


스피로의 bb-8 드로이드


21세기가 오더니 드디어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로봇을 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페퍼도 마찬가지이다. 얼마전 사람을 대신해서 간단한 일?(사실 페퍼가 사람을 대신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는 정도가 아닐듯 하기는 한데..)을 하던 중 술에 취한 손님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뉴스가 알려지기도 했다. 취객에게 애궂은 폭행을 당한 하나의 로봇은 좀 불쌍하지만 로봇 산업이 이렇게 우리의 주변에 가까이 다가왔음을 실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구타당한 페퍼의 희생이 무의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bb-8 드로이드의 동작법에 대한 우스갯 상상도



우리는 모르고 있었지만 로봇들은 이미 달리고 있었네?

지난 몇 년 사이 로봇에 대한 큰 뉴스는 미국에서도 들려왔었다. 이제는 단순히 검색이나 모바일 디바이스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비즈니스와 서비스 분야에서 동시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구글이 보스턴 다이나믹스라는 미국 내에서 가장 유망한 로봇 제조회사를 인수했다는 소식이었다.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미국의 국방부와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회사로 점핑로봇이나 펫맨과 같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들을 보면 사람의 감정을 이입시키는데 중점을 두기 보다는 사람이 하고 있는 일들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로봇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페퍼나 bb-8 드로이드와는 좀 다른 수준으로 그야말로 사람의 위험을 대신 감수해 줄 수 있는 로봇들도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이다.


보스톤 다이나믹스 로봇


한편 일본은 미국과 함께 아주 오래전부터 로봇에 큰 관심을 기울여왔던 나라이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만드는 회사로 보통 알고 있는 혼다의 경우도 아시모와 같은 로봇을 만들어서 사람처럼 뒤로 뛰거나 깽깽이 발로 뛰는 로봇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펫맨이나 와일드 캣과 같이 사람과 비슷하기 보다는 Task를 잘 수행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방향과 엄밀하게 다른 방향이지만 위의 모든 사례는 미국과 일본 두 국가가 로봇 기술에 있어서는 엄청난 강국임을 알 수 있는 사례이다.


그들은 철학이 있다.

어릴적 아이들이 즐겨 가지고 놀던 게임기 가운데 다마고찌라는 게임기가 있었다. 동그랗고 자그마한 게임기로 그 안에 살고 있는 병아리 같은 동물들을 키우는 것이 다마고찌의 게임 내용이다. 게임기 안의 캐릭터에게 나가서 놀기도 해주고 밥도줘야 하는 전형적인 육성게임이다. 그야말로 사람이 아기를 키우듯이 게임을 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었다. 이런 독특한 일본만의 인간 중심의 문화와 정서는 로봇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들은 그들이 어릴적부터 봐왔던 아톰으로부터 로봇의 미래를 봐왔을 것이다. 이런 일본의 로봇에 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미국적인 로보트일 것이다. 미국적 로보트는 아마 R2D2 정도일 것이다. 정말 로봇 같이 생겼고 로봇스러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로봇을 말하는 것이다.


스타워즈 R2D2


이런 철학적 기반이 로봇의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미국은 우주로 그리고 전장으로 로봇을 침투시키고 일본은 가정으로 그리고 사무실로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로봇을 침투 시키고자하는 로드맵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금은 그러려니 하지만 아톰을 닮은 일본산 로봇이 머지 않아 우리 옆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샌드위치조차 못되는 수가 있다.

최근 몇년 사이 국가 경제의 위기를 표현할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 중 하나는 '샌드위치'이다. 선진국의 기술력과 개발도상국의 생산력의 사이에 우리나라가 껴있게 되면서 산업이 위축되는 현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나름의 로봇을 만들어내고 있다. 산업용 로봇이나 로봇 청소기와 같은 가전용 로봇들이 바로 그 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만드는 로봇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그리고 손정의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신념을 우리나라의 로봇 산업의 리더들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대한민국만의 장점으로 인정받았던 것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때 전국민이 그렇다고 믿고 있었던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만의 손기술이나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보여주었던 디테일 산업의 강점이 어쩌면 로봇산업에서도 하나의 철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참고로 전 기계공학의 '기'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지금의 관심도 수준으로 로봇산업이 진행된다면 포털사이트의 댓글에 '역시 무늬만 IT강국'이라는 댓글만 무성할 것이다. 대한민국 로봇 산업이 혹시 샌드위치에도 못껴지는 치즈 비닐봉지 수준이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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