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콘텐츠를 지나 문화가 되다.
난생 처음으로 홍콩에 가보았다.
사실 이제 삼십대 후반의 남자 사람이 홍콩에 갈 이유는 사실 딱히 많지는 않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홍콩은 쇼핑과 야경으로 유명한 도시였고 또한 홍콩은 홍콩 만의 음식이 있는 맛의 도시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런 기호들은 여성들에게 특히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2016년이 되어서야 홍콩에 가서 내가 느낀 홍콩은 그런 매력들조차 반감되었다. 한국과 거의 차이가 없는 쇼핑상점들과 이미 한국으로 들어온 홍콩 음식점(크리스탈 제이드처럼) 그리고 홍콩으로 진출한 한국 음식점 (예를 들어 스쿨푸드) 덕분인지 홍콩만의 매리트는 크게 느끼기가 어려웠다. (와이프가 5년전 큰애를 데리고 홍콩에 갔을때만하더라도 그녀는 자라와 H&M에 환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세상이 많이 동질화되어 차별화가 확실히 적어진 덕분에 여행의 매력은 줄어든 것이다.
자 그렇다면 홍콩만의 매력으로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멋진 야경이 있다. 마천루들은 완벽히 동질화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야경은 감상하고 감탄하기 위한 시간이 비교적 짧아서 여행의 매력 중 마이너한 요소일 수 있다.
이런 모든 중요한 여행의 요소들이 다 걸러지고 심지어 야경보다 인상적일 수 있는 홍콩의 매력이 하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홍콩 디즈니랜드다. 디즈니랜드는 한국에서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없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복붙이 불가능한 가치이다.
디즈니랜드는 세계 곳곳에 그리고 지역적으로 전략적으로 필요한 곳에 위치해 있다. 미국에서는 올랜도와 LA(정확히는 애너하임 쪽) 그리고 유럽에는 파리 마지막으로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도쿄에 있다. 위치적으로 서로 분산되어 있는 디즈니랜드는 그 일대 도시 및 국가의 어린이들을 끌어당기고 있으며, 적절한 각 지역별 디즈니랜드 배치를 통해서 중첩되는 지역을 최소화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위치에서는 원래 도쿄 디즈니랜드가 거리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이제 도쿄는 가까우면서도 심리적으로는 먼 거리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디즈니랜드는 홍콩이 되었다.
어쨋든 나와 아내 그리고 7살, 3살 두 아들은 난생 처음 디즈니랜드 여행을 떠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즈니랜드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혹은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건 사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하지만 오히려 한 장의 이미지로 설명이 가능하기도 하다. 마치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미키와 미니, 도날드덕과 구피의 느낌이 바로 디즈니의 느낌이다.
아니 그 넓은 놀이기구와 퍼레이드, 기프트샵과 식당들, 다양하고 멋진 조형물과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의 합집합인 놀이공원이 저런 하나의 캐릭터로 상징화된다고?
당연히 그렇다.
디즈니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하나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그곳을 둘러싼 놀이기구나 사람들은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캐릭터를 통해 만들어지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움직여주는 주변요소들이다.
그 캐릭터의 시작은 무엇일까? 위 사진에 있는 일곱 난장이는 디즈니 캐릭터 역사를 상징하는 주인공 중 하나이다. 마치 오래된 백설공주의 이야기와 같이 최초에는 하나의 캐릭터가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디즈니의 캐릭터의 역사는 백설공주와 아기코끼리덤보와 같은 초 고전 캐릭터들로 시작하여, 알라딘과 라이온킹과 같은 90년대 영화 캐릭터를 지나, 토이스토리와 같은 비교적 현대적인 캐릭터들로 옮겨오며 진화 그리고 추가가 계속 되고 있다. 그리고 마치 미키마우스와 도날드덕이 만나듯 캐릭터들은 서로 교류하며 매력도를 높인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디즈니는 스스로의 강점을 계속 강화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는 자신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클래식 캐릭터 위에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보강하고 있다.
이런 보강은 콘텐트 파워를 향상시키는 기반과 힘이 되어주며,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스타워즈가 그 힘에 파괴력을 더하였다.
디즈니는 지난 2012년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 필름을 주식과 현금을 합쳐 40억 5천만 달러 (약 4조 4천억원)에 인수하였다.
그러므로 지난 2015년에 개봉했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Star Wars : The Force Awakens)는 디즈니와 함께한 첫번째 스타워즈 시리즈였다.
그렇게 추가된 스타워즈 콘텐츠는 디즈니랜드에도 스며들었다. 홍콩 디즈니랜드에 들어서면 바로 지나가게 되는 상점들에서도 수 많은 스타워즈의 상품들을 보고 구매할 수 있으며 거기에 더하여 Tomorrow Land 쪽에서는 트루퍼 복장을 하고 지나가는 캐릭터들을 바로 만날 수 있다.
캐릭터 자체는 콘텐츠의 일부분이고 그걸 활용하는 방법이 믹스되었을때 이런 시너지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영화속에서 보았던 캐릭터가 걸어오는 판타지 그리고 그들이 말을 걸어오는 광경을 직접 겪으며 느끼는 희열감과 그걸 보고 있는 사람들의 광경이야말로 사람들이 돈을 내고 디즈니랜드에 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다. 우리는 그 캐릭터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돈을 그 캐릭터를 위해서 지불하고 있을까?
국내에 있는 모 놀이공원의 가격은 대인 48,000원, 소인 38,000원, 36개월 미만의 유아는 무료입장이다.
있는 그대로 모두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갈 경우 우리 가족은 어른 2명, 어린이 1명, 아기 1명으로 13만 4천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보통 50% 할인을 받고 간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6만 7천원 가량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금액은 우리가 디즈니랜드를 가기 위해 지불한 돈의 약 1/3 수준이다. 물론 우리가 홍콩에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 값이나 숙소 비용을 내야하니 우리는 디즈니랜드를 위해 세배가 아닌 열배 이상의 돈을 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홍콩 디즈니랜드에는 국내 놀이공원에는 주로 있는 꽃밭도 없고, 동물원도 없으며, 놀이기구의 다양성이나 다이나믹함도 많이 떨어진다. 결국 순수한 놀이공원으로서의 경쟁력은 냉정하게 홍콩 디즈니랜드는 떨어지는 셈이다. (물론 다른 디즈니랜드는 규모 면에서 훨씬 나은 수준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간극을 디즈니랜드만의 캐릭터 그리고 콘텐츠 경쟁력만으로 충분히 메꾸고 남는 것이다.
캐릭터 콘텐츠의 힘은 쇼에서 더욱 배가가된다.
오후 3시와 저녁 7시에 보통 있는 퍼레이드에서는 그 힘이 하나로 합쳐진다. 앞에서부터 올드한 캐릭터인 백설공주, 미키, 미니, 도날드덕으로부터 나의 세대가 어릴때 영화로 만났더 라이온킹과 토이스토리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스티치까지 줄지어 다가온다.
여기에서 아마도 아이들은 십대 소녀들이 연예인을 만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어린이의 관점에서 엑소와 빅뱅을 만나는 기분이거나 혹은 메탈리카나 본조비를 보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것은 대단한 경험이다.
캐릭터는 극화되면서 콘텐츠로 움직인다. 외부에서 쇼를 하는 퍼레이드도 물론 그렇지만 라이언킹쇼와 같은 경우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콘텐츠가 융합되면서 캐릭터의 힘이 극대화 된다. 사람들은 이미 보았던 영화의 스토리와 쇼를 동질화시키면서 감동받게 된다. 거기에 대형 조형물로 만들어진 라이온킹의 캐릭터들과 배우들의 춤과 노래들이 곁들여지고 배우들이 극을 진행하는 무대가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형태여서 콘텐츠의 역동성을 더해준다.
결국 콘텐츠의 힘은 캐릭터 혼자만으로 극대화되지 않고 이처럼 여러가지 장치들이 동반되면서 최적의 결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 결과는 관객의 더 큰 감동으로 이어진다.
골든미키쇼 역시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보지 못한 부분이 못내 아쉽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과연 우리가 본 라이언킹쇼와 퍼레이드 그리고 연못의 돌상과 길에서 만난 스타워즈의 트루퍼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무명씨의 사자캐릭터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난장이 혹은 낯설은 우주 군인의 모습이라면 우리가 이처럼 바다를 건너서 그 놀이공원에 찾아가게 될까?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것이다.
3배에 달하는 돈의 가치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실물 경험의 가치가 아니라 우리가 감정적으로 느끼는 체험가치에 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신나는 놀이기구나 튤립꽃 1만송이와 바꿀 수 없는 가치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서로 다른 가치이다. 하지만 내 기준과 생각의 범위안에서는 놀이공원은 주력 고객은 어린 연령대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어린이가 두텁고 청소년이 그 다음이며, 성인이 된 연인들도 있겠으나 청소년의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고 결국 다시 부모가 된 후에는 어린이 고객을 데리고 가는 사람으로 바뀌어 다시 놀이공원을 찾는다. 결국 놀이공원의 방문에 대한 의사결정 및 비용지출은 어린이 및 청소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놀이공원의 경쟁력 역시 그 연령층에 포커스가 맞추어져야 하는데 신나는 놀이기구와 튤립꽃 1만송이가 미키마우스와 토이스토리를 이긴다는 것이 여간 힘든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캐릭터의 경쟁력은 곳곳에 숨어 있기도 하고 전방위적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 안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키마우스 모양을 하고 있는 와플은 그 좋은 예이다.
먹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귀엽게 생긴 와플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와플 메이커는 온라인에서 구매 가능하기도 하다.)
한편 푸의 허니팟여행(이름은 정확하지 않은데 Pooh가 사랑하는 꿀통을 타고 여행을 하는 기구이다.)을 타면 시작부터 끝까지 캐릭터 콘텐츠을 느낄 수 있다. 푸의 꿀통을 타러가기 위해 지나가는 길 벽에 그러진 푸의 이야기들로부터 시작해서 노란 꿀이 묻은 꿀통에 타는 행동, 그리고 꿀통이 지나가는 길마다 연출되는 위니더푸의 이야기들이 모두 전방위적으로 곰돌이 푸를 강력하게 인식시키기 위한 요소들인 것이다. (연출적인 형태는 에버랜드의 지구마을과 거의 동일하다. 놀이기구가 움직이고 마을마다 문이 열리고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형태이다.)
이런 전방위적인 캐릭터의 향연은 더욱 확장될 수도 있다. 구피가 트루퍼 복장을 할수도 있고 도날드덕이 양탄자를 탈 수도 있다. (실제로 미키마우스와 도날드덕의 3D체험관에서 감상한 영상 속에서 도날드덕은 다양한 디즈니 스토리를 오가고 라이온킹이나 알라딘, 토이스토리 등의 캐릭터들을 만나며 혼합된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었다.)
콘텐츠의 Scalability가 매우 높은 것이다.
놀이기구와 퍼레이드 그리고 쇼를 모두 감상하고 디즈니의 하루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디즈니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끝나갈때 비로소 디즈니랜드의 하이라이트는 시작된다.
바로 불꽃놀이이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모티브로 만든 디즈니 성을 배경으로 불꽃이 솟아오르는 장면은 디즈니 영화가 시작될때 극장에서 매번 보아오던 익숙한 경험이다. 극장의 의자에 앉아서 느끼던 그 영화 오프닝의 경험이 실제 오프라인 디즈니랜드 안에서의 불꽃놀이 경험과 어우러져 섞이는 경험은 좀 묘하기도 하다. 어쨋든 내 머리 속에서 디즈니의 경험들은 하나로 잘 융합이 되었다.
여기에 시각적 감성 뿐 아니라 청각적 감성이 더해진다.
'a whole new world'와 같이 알라딘의 타이틀 곡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동하고 (알라딘은 결국 영화보다 OST가 더 유명해진 것 같다.) 결국 우리는 디즈니랜드에게 감성이 설득 당한다. 사실 불꽃놀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내외에서 여러차례 불꽃 놀이를 보았지만 사실 불꽃놀이는 규모를 보면 예산이 크고 적음을 대충 눈치챌 수 있다. 그런데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는 불꽃놀이 그 자체만으로는 정말 최고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분위기 연출만큼은 최고다.
마치 꼭 티파니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건네주는 반지와 그 분위기에 결혼을 허락하듯이 그렇게 디즈니는 규모와 상관없이 캐릭터와 관련 콘텐츠의 힘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손길에 끌려 디즈니 기프트 샵으로 강하게 끌어당겨졌다. (이것도 캐릭터의 힘을 탓할 수 밖에...)
우리나라에는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공원이 없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길만 건너면 있는 것이 롯데월드이고 과천에는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가 그리고 용인에는 자연농원.. 아니 에버랜드가 있다. 그리고 에버랜드와 롯데월드 역시 퍼레이드가 있고 그 형태는 비슷비슷하다. 이국적인 금발의 캐릭터들이 봉을 들고 춤을 추고 동물 캐릭터들이 아이들과 악수를 한다.
놀이공원의 본질과 운영방안은 거의 비슷한 것이다. 심지어 롯데월드와 서울대공원 그리고 에버랜드에는 홍콩 디즈니랜드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놀이기구들이 많다. 어른들을 위한 익스트림한 놀이기구의 차원에서는 확실히 그렇다. 매우 타보고 싶지만 아직 타보지 못한 에버랜드의 티익스프레스부터 시작해서 국내의 차원에서는 롤러코스터의 고전처럼 되어버린 롯데월드의 프렌치 레볼루션까지 모두가 그렇다. (난 아직도 왜 이름이 프렌치 레볼루션인지 궁금하다. 프렌치 레볼루션은 말 그대로 프랑스 혁명인데...)
홍콩 디즈니랜드에도 빅그리즐리마운틴라는 롤러코스터가 있다. 이 롤러코스터는 곰이 살고 있는 산속에 탄광을 오고가는 탄광차를 타고 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롤러코스터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 있는 롤러코스터에 비해서 놀이기구 자체의 긴박함은 덜하다. (중간에 역주행 코스는 살짝 재미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결국 기구의 경쟁력은 국내 놀이공원들이 홍콩 디즈니랜드에 비해서 압도적인 수준인 것이다. 다르게 이야기 하자면 캐릭터나 콘텐츠적인 강점을 제외하면 홍콩 디즈니랜드는 FUN의 요소에 있어서 그다지 우위를 가지고 있는 영역이 없다.
하지만 모두가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어한다.
자 이제 놀이공원의 경험은 끝이 났다. 그럼 이렇게 디즈니의 캐릭터쇼는 끝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시작부터 캐릭터다. 디즈니 헐리우드 호텔에서 1박을 하게 된 우리는 체크인을 하려고 들어선 호텔 로비에서부터 기프트샵을 만나게되고, 체크인을 하고 나서 숙소로 올라가기 위해서 멈춰선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시 미키마우스를 만나게 되었다.
숙소로 들어와도 디즈니 캐릭터의 연속성은 끊어지지 않는다. 이제 실내 조형물의 콘텐츠로 연결되는 것이다.
애머니티도 예외일 수는 없다. 모든 것은 동그라미 3개(미키의 얼굴과 귀 2개)만 있으면 공감하고 즐거워지게 된다.
결국 동그라미 3개의 마술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귀여운 미키컵을 집으로 가져왔다. (물론 종이컵이다.)
TV를 틀면 디즈니 어린이 채널들이 줄줄이 나온다. 여기에 최신 개봉 디즈니 영화를 유료콘텐츠로 제공한다면 이것 또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TV를 통해 디즈니 온라인 샵을 연결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호텔이라는 특유의 특징으로 인해 구태여 TV to Mobile의 핀테크를 구현하지 않더라도 호텔 Bill에 묻어서 지불을 하는 방식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풍부한 캐릭터 콘텐츠가 있다면 O2O의 커머스 전략을 실행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디즈니라는 땅안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눈을 감는 순간까지 모든 것이 캐릭터 및 콘텐츠의 경험이며 심지어 그 경험을 앞으로 양적으로 혹은 질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제 동그라미 3개만 겹쳐지면 미키마우스처럼 보인다. 캐릭터와 콘텐츠의 힘인 것이다.
홍콩 디즈니랜드를 가보고 나서, 그리고 캐릭터와 콘텐츠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아이들을 키우는 한 명의 아버지로서 난 최근 우리나라의 캐릭터 콘텐츠 산업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아이들은 국산 애니메이션과 장난감의 시대에 살고 있다. 텔레토비와 토마스가 TV를 지배하던 시대는 지났고 뽀로로, 로보카폴리 그리고 터닝메카드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들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으로서의 파워는 정말 강력하다. 이들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TV앞에 묶어두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캐릭터가 가질수 있는 1차적인 힘이다. 진정한 캐릭터의 힘은 콘텐츠화되고 문화로 정착되어야만 나오는 법이다.
기구적으로 잘만든 장난감은 3개월 유행할 수 있고, 잘 만들어진 캐릭터 인형은 30년을 유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콘텐츠 산업은 문화를 향유하는 콘텐츠이다.
문뜩 캐릭터의 라이프사이클을 생각해보았다. 예를 들어 토이스토리는 1편이 1995년에 나왔다. 토이스토리 3편은 2010년에 나왔으며 4편은 2018년 예정으로 되어있다. 4편의 토이스토리를 보기 위해서는 약 24년이 필요하고 각 편의 간격은8년인셈이다.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캐릭터와 콘텐츠들이 나오는 셈이다.
과연 우리나라의 캐릭터 산업 기업이나 콘텐츠 기업들이 그처럼 오랜 참을성을 가지고 투자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느껴왔던 국내 산업의 느낌은 그런 참을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캐릭터와 콘텐츠 산업은 하루 이틀에 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디즈니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캐릭터의 콘텐츠화를 성공시킨 대규모 놀이공원이다.
그 안에는 캐릭터 및 그것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그리고 더 나아가 제조 산업에 대한 성공 방정식이 묻어 있다. 하물며 나 같은 사람도 느끼는 방정식을 우리나라에서도 적용시켜 성공하는 모습을 보았으면한다.
최근 키카오나 라인과 같이 캐릭터 산업을 진지하게 육성하는 IT기업들도 눈에 띄고, 신의탑과 같이 웹툰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게임으로 제작된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 카카오에서는 새로운 사자 캐릭터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홍콩의 시장 거리에서는 라인의 캐릭터 인형을 팔고 있는 광경을 보기도 했다.
캐릭터산업이 그 땅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변화의 흐름이 디즈니랜드에 버금가는 역사와 깊이 그리고 적용범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심지어 급진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롯데월드가 수십년을 공들여온 로티와 로리를 버리고 카카오 캐릭터를 도입하고 CJ ENM에서 관련 애니메니션을 제작하고 극장판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코 우리나라의 캐릭터 산업이 동네 키즈카페 콜라보에 그치지 않고 폭 넓게 확장해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