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eseung Mun Mar 09. 2016

숫자가 지배해버린 세상

그래도 세상의 주인은 인간인데

가치란 무엇일까? 내가 좋고 나쁘고 혹은 도움이 되고 되지 않고 등 우리가 느끼는 모든 것이 가치라고 할 수 있다.


가치는 사전적으로 '사물이 지나고 있는 쓸모'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결국 쓸모란 쓸만하냐 그렇지 못하냐의 부분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와 같은 쓸모나 가치가 높은지 낮은지를 알기 위하여 숫자를 사용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용도로서 쓰이는 '숫자'가 가치나 쓸모를 넘어서거나 혹은 상식을 넘어서는 일들도 있다.


요즘 종종 이슈가 되고 있는 CPI(Cost Per Install)에 대한 부분도 여기에 해당한다. CPI는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효과를 측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기도 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인데 과연 앱 인스톨을 많이 하는 것이 실제로 그 앱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사업의 번창하는데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CPI는 특정 이벤트 캠페인으로 인해 유도된 고객의 클릭의 수를 기반으로 돈을 과금하는 CPC(Cost Per Click)이나 광고가 노출되는 횟수에 대비하여 돈을 과금하는 CPM(Cost Per Mille)보다 더 직관적은 마케팅 과금체계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그냥 클릭을 하거나 광고가 노출되어지는 것보다는 보다 직접 손으로 앱을 설치하는 사람의 정성이 더 크고 인스톨을 일단 하고 나면 이후에도 사용자의 폰에 남아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푸시 메시지를 하나 보내더라도 앱이 있어야 하니)


그런데 역시 사람은 사람인지라 어떤 앱을 인스톨해야 받을 수 있는 프로모션이 있다면 그 앱을 다운로드하고 혜택을 쏘옥 집어낸 후 다시 앱을 삭제하거나 혹은 인스톨해 놓고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전형적인 인간적인 모습을 보였다. CPC나 CPM등 숫자가 보이는 헛점을 없애기 위해 다시 더 높은 수준의 지표를 제시하였으나 역시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의 행동 범위로 인해 이슈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사람이 편하려고 숫자를 만들었는데 숫자가 사람을 속이는 것이다.








 엉뚱한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이슈가 남아 사그라 들지 않는 故신해철의 집도의에 문제 역시 멀게나마 숫자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건수로 광고판을 장식해야 경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의사들은 수술 시간이라는 숫자는 줄이고 수술 건수라는 숫자는 올려야하는 일반 회사원 적인 딜레마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로 자신의 의사로서의 신념을 약속하지만 그것은 상업의 세계에서 숫자라는 큰 그늘에 가려져 점점 퇴색되게 된다. 우리는 모두 숫자와도 약속을 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기업이고 기업은 최대의 이익을 내야 한다. 이런 멍에 속에서 히포크라테스와 통장의 잔액사이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의료는 결코 돈을 위해 시간과 타협하거나 이정도만하면 충분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젖어들면 안된다. 인간의 존귀함 숫자만 못함이 있을 수는 없다.









숫자가 우리를 속이고 우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지는 사람이 그러는 것이지만 숫자는 언제나 우리를 속인다.


매출액이 높아 좋은 기업인줄 알았던 기업이 영업이익이 크게 안 좋을 수도 있고 매출액도 높고 이익도 나는 벤쳐가 밸류에이션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백원은 내일 백원의 가치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숫자가 좋다'와 '좋다'는 언제나 일치하지 않는다.








나는 가끔 업무적으로 UX를 하는 것은 숫자로 증명이 되지 않아서 믿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을때가 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은 그들이 보고 있는 숫자들에 대해 더 나아가 그들이 신봉하는 숫자에 대해 믿을 수 있는 것인지를 단 한번이라도 의심해 본적이 있는지를 되묻고 싶다.


물론 숫자도 중요하지만 숫자에 집착했다면 세상에 아이폰이나 페이스북 혹은 테슬라 같은 혁신이 나왔을리는 없다.








오늘 대국을 펼치는 이세돌9단 대 알파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숫자로 이길 수 있는 것은 직관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그냥 세상을 숫자로 바라보는 놀라움일 뿐이다. 그것은 '0'과 '1'로 바라보는 것이지 바둑을 판으로 읽은 것은 아니다.


알파고가 정수로 바둑을 두는 것은 '사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사고하다' 그리고 '생각하다'는 사람의 가장 큰 강점이다. 혹은 감각적이란 것은 아직은 사람에게만 유효하다.


우리가 삼점슛을 백프로 성공 시키는 로봇을 만들어서 스테판 커리와 대결을 시키고 커리가 졌다고해서 슬퍼할 필요는 없듯이 오늘 이세돌 9단의 패배는 인류사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 다만 구글이라는 회사를 위한 숫자들만이 좋아질뿐...








이처럼 숫자가 팽배하는 세상 그리고 숫자가 지배해 버린 세상 속에서 가끔은 숫자 밖으로 나와 내 머리 속에 숫자를 배제하고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생각을 펼쳐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


CPI에 대한 챌린지, 알파고의 대국, 그리고 故신해철에 대한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 사이를 보내는 오늘도 그렇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 LG가 넥서스를 만들지 않는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