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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Sep 23. 2015

언제까지 스마트폰을 하드웨어 스펙으로 설명할 것인가?

점점 내폰의 칩셋이 무엇인지 안궁금해지는 일반인을 위해

18개월 전의 폰도 쓸만하네?

요즘 돌잡이를 하고도 육개월이 지난 LG전자의 G프로2가 한창 화제이다. 오래 전에 출시된 모델이기는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지나 18개월만에 단통법의 족쇄를 풀어냄과 동시에 살만한 가격의 폰으로 시장에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처음 단통법이 시행될때는 이제는 폰은 못사겠구나 싶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세상살이는 또 항상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LG G프로2


18개월전에 비해 우리의 스마트폰 속에는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콘텐츠의 양은 많이 늘어났을 수도 있지만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사진이나 동영상의 용량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근본적으로 프로세서나 메모리의 성능을 잡아먹는 앱의 수는 그만큼 크게 늘어나지 않은 느낌이다. 그 결과 18개월 전에 최고의 폰이 지금도 그럭저럭 쓸만한 폰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삼사년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삼사년전을 기준으로 18개월 전에 출시된 폰이란 그냥 트래쉬에 가까운 수준(몹쓸폰?)이었다.


운동화랑은 좀 다르기는 하지만

어린 시절 나는 조던시리즈와 에어맥스 그리고 샤크 등의 운동화가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을 지나며 살아왔다. 그 시절 다양한 스포츠 브랜드 들은 신발 바닥의 에어나 공기 펌프를 통해 발을 잡아주는 기술을 강조하며 신발을 팔았다. 특히 에어는 튜브형태의 구조인지 벌집모양의 구조인지 등을 통해 상대 업체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결국 기술적 완성도와 신발의 하드웨어적인 특성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십년도 훌쩍 넘어버린 지금 우리는 운동선수가 아닌 이상은 그렇게 크게 기술적인 측면을 꼼꼼히 살피며 신발을 사지는 않는다.


나이키 에어맥스90


 우린 대부분 이미 스포츠 용품의 브랜드만들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알 수 없는 신뢰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지난 수년간 그런 브랜드들의 제품이 하드웨어적으로 치명적인 하자를 보인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들이 만드는 신발은 대부분 어느 정도의 하드웨어 품질 이상을 모두가 갖추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더이상 끝내주는 하드웨어 USP(Unique Selling Point)보다는 뭔가 다른 세일즈 방식이 더 났다는 확신이 생겼을 것이다. 요즘 백화점이나 몰을 돌아다니면 판매되는 신발들은 대부분 그 용도를 설명하며 판매되고 있다. 워킹화, 러닝화, 테니스화, 자전거용 운동화 등 예전에는 그냥 신발과 운동화 정도로 나뉘던 시장이 그 용도에 따라서 급격하게 쪼개졌다. 운동화에 있어서 제조 기술력이나 소재 하드웨어는 큰 변별력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운동화랑은 좀 다르기는 하지만 큰 맥락으로는 스마트폰의 시장도 점점 비슷한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는 듯 하다. 


안투투 7만점?

최신의 스마트폰의 스펙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벤치마크 테스트이다. 안투투 벤치마크는 특히 그 테스트 결과 점수가 스펙 경쟁력의 랭킹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 또 중요한 수치이기도 하다. 최근 나온 스마트폰들의 경우는 안투투 점수가 5만에서 최대 7만점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숫자들이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보다 조금만 더 하드웨어 스펙이 평준화 된다면 그 숫자가 가지는 의미는 점점 희미해져 갈 것이다. 그냥 느끼기에 100억부자나 1,000억 부자나 하는 수준처럼 될 가능성도 있다. 변별력 없는 숫자 경쟁은 일반인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 시장은 이미 이런 흐름을 겪었다. 그 결과 아톰과 같은 가벼운 일들을 처리하기 위한 경량 PC와 인텔 코어i5이상이 고성능 프로세스를 탑재한 고가의 PC로 시장이 세분화되었다. 그리고 PC를 판매하는 많은 몰들은 게임용PC, 사무용PC, 가정용PC 등과 같이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이런 PC들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다. 결국 스냅드래곤이 적합한 사람이나 엑시노스가 적합한 사람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나를 포함하여 일반인들에게는 스펙을 줄줄히 외워주는 것은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고객과 이야기 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시려오는 어떤 회사가 10월에 슈퍼 프리미엄폰을 출시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슈퍼 프리미엄 폰이란 무엇일까? 아마 고 클럭의 AP나 4기가 정도의 메모리 혹은 천 몇백만 화소의 카메라 일듯하다. 결국 프리미엄이라는 개념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법인데 압도적인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세련된 유혹이 아닌 것 같다. 이제 하드웨어 스펙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스마트폰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거의 와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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