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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Apr 11. 2016

내읽책_라플라스의 마녀

마녀가 주인공은 아닌 라플라스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두 번째 책을 펼쳤다.


제목은 '라플라스의 마녀'


이 책에는 굉장히 강력한 부연 설명이 붙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0주년 기념작!'








나는 사실 이 책의 중후반까지 책을 읽기 전까지는 라플라스가 어떤 지명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 라플란드와 이름이 닮아서)


그런데 라플라스는 사람 이름이었다.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 (Pierre Simon Laplace) 프랑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이다.




라플라스 아저씨




책 내용이랑은 사실 딱히 상관은 없지만 라플라스 아저씨는 이렇게 생겼다.


똑똑한 라플라스 아저씨로부터 이 책은 수학자로서의 이론을 차용해 왔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라플라스의 도깨비

만약 이 누군가가 전 우주의 모든 원자들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다면 고전 역학의 법칙들로 그 원자들의 그 어떤 과거나 미래의 물리 값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위키백과사전-




이 내용은 이 책의 전반에 흐르는 기저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당연히 처음부터 왜 라플라스가 제목이 되었는지 독자들에게 대 놓고 알려주지 않는다. (그럼 소설이 아니니까.)


그런데 굉장히 엉성하게도 독자가 적당히 눈치를 못챌 수준으로 잘 숨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제목과 복선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지도 못한다. 너무 어설프게 운동의 법칙을 예측하는 장면이 책의 초반에 드러났다. (그걸 은근하게 쓴거라고 한거면... 작가님 실패하신 느낌이다.)








한편 이처럼 공상과학적인 요소를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과학적 근거와 연결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모든 것을 뛰어넘는 스케일이나 구성이 있었을때 보통 재미를 느낀다.


영화로 이야기하

과학적인 정확도로 우리의 상상과 지식을 연결하는 것 예를 들어 '쥬라기 공원'

그리고 과학적인 정확도는 없지만 비현실적인 논리구조와 그 황당무개함을 현실화시켜주는 디테일한 극의 전개 '인셉션' 정도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영화들은 그냥 황당하다가 아니라 '아! 놀랍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어 있다.


물론 황당과 놀라움 사이에는 정확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그 느낌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고 그 명백한 차이에는 어느정도 보편적인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그 가운데 어디도 속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냥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결국 소년도 혹은 소녀도 그렇다고 라플라스도 주인공이 되지 못한 느낌으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분명 조금 아쉬운 책이다.


하지만 작가가 항상 최상의 글을 쓸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과거 명작들을 한 번 기회가 될 때 다시 살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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